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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주기’ ‘여론재판’ 피의사실공표 제한 논의…“국민 알 권리와 조화 이뤄야”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조응천 의원실 주최,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 참석자들이 발언을 잇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와 홍준식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한지혁 법무부 형사기획과 검사 등이 패널로 토론을 벌였으며,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참석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조응천 의원실 주최,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 참석자들이 발언을 잇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와 홍준식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한지혁 법무부 형사기획과 검사 등이 패널로 토론을 벌였으며,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참석했다.ⓒ뉴시스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을 막고자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입법 토론회가 열렸다.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간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그간 피의사실공표는 수사기관의 악습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검찰 등은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와 관련한 사실을 공개하고 언론이 이를 확산시키며 피의자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사건에 예단을 줘 재판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데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이를 처벌하는 형사소송법 규정이 있지만 피의사실공표죄는 1953년 제정된 이래 실제 처벌사례가 없어 사문화된 것으로 인식된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의 관계를 고려해 형법의 피의사실공표죄의 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기본권 충돌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법률로 정해야 한다. 준칙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피의자의 인격권을 중시하되 공익이 우선되는 사건 등 예외적인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목적으로 피의사실공표를 허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허용 범위에 대해서는 “피의사실을 공표하더라도 최소피해원칙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대상이 되는 범죄가 반사회적・반인륜적 범죄이어야 하고, 그 경우 에도 피의자신상에 관해서는 익명공표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가 유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표현 등 무죄추정원칙에 반하는 것은 금지된다”며 “언론보도에 접한 사람들에 의하여 여론이 형성된다면 여론재판이 되어 피의자의 이익에 심각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한번 형성된 여론으로 인해 침해된 기본권의 원상회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법무부가 예고한 공보준칙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현행 수사공보준칙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문제와 위반자에 대한 처벌의 미흡으로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의 실효화를 위해 해당 법률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미 대한변호사협회 사법인권소위원회 변호사는 법률 개정의 필요성 등 토론 취지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보다 강력하게 피의사실공표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공익적인 사안, 공인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피의사실 공표를 결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추상적인 단어”라며 “공익성이 크다, 공적 인물이다 라는 판단은 누가 하느냐. 결국 수사기관이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피의사실공표죄의 대상이 되는 수사기관이 허용 여부를 직접 결정하는 것이 이 법이 사문화된 이유라는 의견도 냈다.

특히 공익적인 사안이더라도 검찰이 기소 전,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피의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피의사실 공표는 추후 재판에도 예단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소 이후 유무죄를 다투는 재판 과정에 대한 언론보도는 부족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에 따라 추후 무죄를 받더라도 이미 알려진 의혹만이 대중의 뇌리에 남는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기소 전 단계에서 검찰이 일방적으로 흘리는, 그 목적 자체가 여론을 등에 업고 사건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피의사실공표는 금지해야 한다”며 “면밀하고 엄격하게 심사해 피의사실 공표의 필요성이 있는 사건의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피의사실공표죄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세운 이후에는 위반했을 시 처벌이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피의사실공표죄 위반 여부도 직접 판단하며 ‘셀프 면죄부’를 주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별도의 기구 설립,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의 처벌 방안을 제안했다.

한지혁 법무부 형사기획과 검사는 지난 5월 법무부 과거사위에서 수사공보 관련 법률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언급하며 “입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국민들의 시각에서 나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경청하겠다”며 “법무부는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실효적인 규정을 마련하겠다. 국회 등 입법 논의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홍준식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총괄과 사무관은 인권위에서 결론내린 바 있는 관련 사례들을 소개하며 피의사실공표를 제한할 필요성에 동감했다.

그는 다수 사례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음에도 그를 특정할 수 있는 필요 이상의 과도한 정보가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피의자의 인격권, 사생활 등이 침해됐으며 추후 재판에서의 방어권도 침해됐다는 인권위 판단 내용을 전했다.

홍 사무관은 피의사실공표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명확하게 판단기준을 세우는 등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강한 법률신문 기자는 “용납하기 어려운 피의사실공표의 경우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법원과 검찰, 변호사, 경찰, 언론 등으로 구성된 관련 위원회 마련, 대한변협의 검사 평가 항목에 피의사실공표 조항 신설, 피의사실공표 위반 기사 작성시 기자단 벌칙 부과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그는 축사를 통해 경찰 조직 역시 피의사실공표 관행을 제한하는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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