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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 “피의사실 공표, 사건 관계자 통해 보도되는 것도 고민돼야”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9.18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9.18ⓒ뉴스1

기소 전 피의사실 공표로 발생하는 인권문제와 관련해, 수사기관 뿐 아니라 여타 관련 정보 제공자에 대한 적절한 규제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현장 경찰관들의 고충을 전하며 발제·토론자들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민 청장은 “최근 경찰이 피의사실 공표죄 문제로 나름대로 (자체) 규정을 토대로 엄격하게 조심하고 있는데, 언론이 고소인이나 고발인 그리고 피의자 등을 통해 취재하고 역으로 경찰에게 확인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면 일부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선 ‘그건 아니다’거나, ‘말할 수 없다’ 등으로 코멘트를 안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니 사건 관계자 등 수사기관 외 관계자를 통해 보도되는 부분들도 함께 고민돼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답답한 심정은 알겠지만, 언론기관의 보도관행과 관련해선 규율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사건 관계자들이 언론을 이용해 여러 가지 정보를 흘리고 그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경우가 있다. 또 언론도 가이드라인이 있을 텐데, 최근에 와서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면서 “국가기관에서 간접적으로 흘리는 것에 대해선 규율하기 쉽지만, 언론을 같은 카테고리에 넣어 논의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사실 공표죄에 대한 기준이 정해지면, 언론도 그 기준에 맞춰 어떤 관행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조응천 의원실 주최,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 참석자들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와 홍준식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한지혁 법무부 형사기획과 검사 등이 패널로 토론을 벌였으며,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참석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조응천 의원실 주최, 대한변호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 참석자들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와 홍준식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한지혁 법무부 형사기획과 검사 등이 패널로 토론을 벌였으며,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참석했다.ⓒ뉴시스

이날 토론을 주최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들이 의혹만을 토대로 과도하게 보도하는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했다.

조 의원은 “수사시관이 정보를 흘려도 언론에서 받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라며 “우리나라에서 흔히 생산되는 기사의 구조를 보면,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주어(정보 제공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알려졌다’, ‘전해졌다’, ‘라고 한다’ 등의 수동태를 쓴다. 그런 뒤 이런 내용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자신 있게 단정적으로 나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갖고 스트레이트 기사가 나오고,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등에서 패널들이 이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제하고 확대재생산한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다보면 피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고 말했다.

이어 “단독 추구, 낙종에 대한 공포, 속보 경쟁 등 이런 언론 환경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언론계에서 자정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토론자로 참여한 강한 법률신문 기자에게 질문했다.

강 기자는 “기자들이 ‘전해졌다’식의 표현을 쓸 때는 크게 3가지다. 사실 확인이 부족해서 자신감이 부족할 때, 취재원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기자 본인의 생각을 가미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등”이라며 “피동태 형태의 문장을 못 쓰도록 할 건 아니고, 그러한 현상이 나오게 된 여러 관행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조응천 의원실과 대한변호사협회 주최·주관으로 열렸다. 토론회에선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가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현행 형법 126조가 있음에도, 국민의 알권리 및 언론의 자유 등과 상충되는 문제로 기소 전 피의사실유포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해온 점을 어떻게 해결해 갈 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참석한 경찰, 법무부, 국가인권위원회, 변호사단체 소속 토론자들은 피의사실 공표를 실효성 있게 법무부 훈령이 아니라 법제화를 통해 규제하자는 의견, 각 사건마다 피의사실공표 수준을 조절하거나 피의사실 공표 죄 저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위원회를 두자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지혁 법무부 형사기획과 검사는 “법제화하자는 취지에 공감하고 (법무부는) 여러 의견들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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