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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도로공사

지난 9일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이루어진 이번 합의가 톨게이트 갈등의 종착점이 됐으면 좋겠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단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동참하지 않은 반쪽짜리 합의다. 그리고 그 책임은 중재안에 동의하지 않은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 중재안은 수납업무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만 허용하겠다는 도로공사 측의 강경한 입장을 그대로 용인했다. 그 결과 대법원 판결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판결 취지대로 즉각 이행’하지 않겠다는 합의가 도출되기에 이르렀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자회사 전환을 거부해 해고된 요금수납원 가운데 법원 판결을 받은 사람은 직접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을 받은 해고 수납원 378명과 1심에서 승소한 해고 수납원 116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제는 1심 소송을 진행 중인 931명은 판결이 날 때까지 기간제로 고용한다는 점이다.

지난 8월29일 대법원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초에 도로공사가 대법원 최종 판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회사를 출범시키면서 시작된 문제다. 도로공사는 지난 7월1일 통행료 수납을 전담하는 (주)한국도로공사서비스를 출범시켰고, 자회사 전환에 반발한 노동자들을 해고시켰다. 그리고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서 대법원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똑같은 내용의 소송이 시점만 달리해서 진행 중인데 재판이 진행 중인 노동자에 대해서 법적 절차에 맡겨버리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법을 어긴 쪽은 도로공사다. 대법원이 확정 판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합의는 그 피해자들인 해고 노동자들에게 각각 법의 판결을 받고 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각각 판결 시점이 다르고 언제일지 알 수도 없는 1심 재판 진행 중인 노동자들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간제 노동자다. 만약 2년 안에 판결이 끝나지 않으면 다시 해고될 수도 있다.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일은 보통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일이다.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판결이 날 때까지 긴 시간의 기다림 자체만으로도 고통이다. 그나마 노사 간의 재판에서 법원이 공정함과 정의로움의 가치를 꼭 지켜온 것도 아니다. 대통령 공약이 노동존중 사회였다는 점은 지금까지 우리 법률과 법원의 판결이 그렇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수납업무를 하려면 자회사로 가야한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 도로공사가 지난 20년 간 벌여온 불법파견 행위를 어떻게 책임질지 말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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