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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자 고소한 윤석열의 위험한 발상…“이성 잃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정의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 하어영 기자를 고소한 것은 과연 적절할까? 결과적으로 자신뿐 아니라 검찰과 관련한 의혹 보도를 위축시키고, 사실상 총장의 ‘지령’을 받은 수사 검사의 아주 적극적인 검찰권 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특정 사안과 관련해 직접 누군가를 고소한 것은 물론, 의혹 보도를 한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심지어 검찰 역시 윤 씨가 대검 진상조사단과의 면담에서 '윤석열'을 언급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로 인정했다. 진상조사단 활동 이후 사건을 맡은 검찰 수사단의 사후 조치와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보도 내용과 검찰 해명이 엇갈린다. 의혹 보도 이후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양상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하 기자를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직접 고소장을 냈다. 그러면서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없도록 향후 이 사건에 대해 일체 보고를 받지 않고,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문인 점은 과연 윤 총장이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고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해서 수사 검사가 이 사건을 중립적·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 조직의 수장의 위치에서 하급자에 특정인을 고소하는 일 자체가 사실상 ‘처벌’까지 이끌어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수직·폐쇄적인 검찰 조직의 특성상 수사 검사는 총장이 고소한 사건이라는 점만으로도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검찰이 하 기자를 무혐의 처분하거나, 기소하더라도 윤 총장이 만족할 만한 판결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검찰 내부에서도 윤 총장의 행태가 부적절하며, 이해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누군가가 고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기가 고소하는 건 매우 적극적인 행동”이라며 “자기가 지휘하는 직속 기관에 고소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굳이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면 경찰에 고소하거나, 자신이 총장을 그만두고 난 이후에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검찰 조직은 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조,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이 강조되는 곳”이라며 “총장이 분노한 사건이면 검찰이 분노한 사건이 된다. 총장이 이성을 잃은 상황에서 검찰이 과연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그간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 위치에서 자신과 관련한 의혹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사례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둘러싼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일방적인 정보 제공에 근거한 흠집내기식 언론 보도들을 두고 조 장관 측이 별다른 법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도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직접 고소하지는 않았다. 이 사건은 보수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이뤄졌으나, 재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기관인 ‘대통령’은 인격권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판례대로라면 윤 총장 역시 ‘사인’이 아닌 ‘국가기관’으로서 명예훼손 대상이 될 수 없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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