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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로 검찰 수사 불공정 드러나…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12일 저녁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12
12일 저녁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12ⓒ김철수 기자

서초역 사거리에 다시 한번 검찰개혁 구호가 울려 퍼졌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은 이번 ‘조국 사태’에서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 행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보수 기득권과 그렇지 않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 강도가 다르다는 얘기다. 나아가 집회 참석자들은 검찰개혁이 미래 세대에게 정의로운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12일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가 주최한 ‘제9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는 ‘최후통첩’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됐다. 시민연대는 이날 집회를 마지막으로 촛불문화제를 잠정 중단한다면서도 “향후 검찰개혁이 이뤄지지 않거나 검찰이 저항하면 언제든 다시 수백만 명이 촛불을 들고 항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공식적인 참여 인원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누에다리에서 예술의 전당까지 1.7㎞, 서리풀터널에서 교대역 사거리까지 1.6㎞ 구간 도로가 꽉 찼고 지난 8차 집회 대비 5% 더 많은 인원이 왔다”고 했다.

본집회는 오후 6시 시작이었지만, 집회가 열리는 서초역 사거리는 낮 시간대부터 분주했다. 오후 2시 사거리 교차지점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피켓을 나눠주고 있었다. 피켓에는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조국 법무부 장관 초상화와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30대 후반의 한 봉사자는 “사법농단과 국정농단 등 많은 사건 있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검찰개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2시 30분쯤 되자 광주, 부산, 울산 등 멀리 영호남 지역에서 상경한 참석자들이 속속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서리풀 공원 방면 인도를 따라 이동하자, 본무대 앞에 늘어진 왕복 8차선 도로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시민이 “광주 광주”, “부산 부산”, “울산 울산” 환호하며 박수 맞았다.

그즈음 서초역 7번 출구 앞에서는 검찰개혁 일당을 나눠주는 재치 있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보수는 3만원 주지만, 진보는 10만원 줍니다!’라고 적인 푯말 앞에서 일명 ‘둥글이’ 박성수 씨가 ‘개혁은행’에서 발행한 십만원권 가짜 지폐를 나눠주고 있었다. 박 씨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뿌렸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군산에서 온 그는 “7차 집회부터 나왔다. 검찰개혁 투쟁을 재미있게 하고 국민 관심을 끌어보자는 취지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수사를 많이 받아 봤는데, 공소장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검찰은 사실을 왜곡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세월호, BBK, 4대강 사업 등을 언급하면서, “비리를 다 덮고 모른 채 넘어간다”며 “검찰은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 목소리를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오후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2019.10.12
12일 오후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2019.10.12ⓒ김철수 기자

‘불공정 수사’ 지적 목소리 높아져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문제의식은 ‘불공정 수사’로 집중됐다. 조 장관에 대한 과도한 수사를 보면서 부실 수사로 묻힌 사건을 떠올린 시민들의 입에서는 나경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보수 기득권 세력과 변화를 도모하는 진보 세력에 대한 검찰 태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얘기다.

광주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30대 후반 채 씨는 “조 장관 자녀 표창장을 가지고 7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사촌, 팔촌, 친구들까지 다 털었다고 한다”며 “장제원, 나경원 의원의 자녀 관련 비리는 왜 그렇게 수사를 하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법부를 규탄하겠다며 지난 11일 대법원으로 몰려간 행태를 두고 “화가 난다. 자기들이 말하는 수사 개입을 스스로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조 장관 일이 있기 전부터 노무현 대통령 사건, 세월호 사건 등 의아한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에 분노가 폭발했다”며 “검찰개혁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상경했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에서 올라온 대학생 서 씨도 “검찰이 조 장관을 털어내고 있는데, 이제까지 모든 사건을 그렇게 수사했다면 미제사건이 없을 것”이라며 “양승태, 김학의 사건은 왜 달리 처리했느냐”고 했다. 이어 “기울어진 운동장이 명확하게 보이니까 화가 나서 왔다”며 “진보와 보수 간, 검찰 언론 카르텔과 나머지 국민 간 격차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딸, 배우자와 함께 창원에서 올라온 최 씨는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서 왔다”며 “정치적인 성향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불공평한 검찰개혁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슬하에 5남매를 둔 최 씨는 그러면서 “아이들이 불공평한 사회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며 “나와 배우자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검찰 수사의 불공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본집회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대구에서 올라와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현미 씨는 “사기 피해로 검찰에 고소한지 일년째인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 수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귀찮음, 안일함, 선택적 부실수사다”라며 “반면, 조 장관 관련 사건은 증거 하나라도 더 찾으려고 온 가족을 후벼 파고 열정적이다 못해 과하다 우려까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는 국민 재산권과도 직결되는 일”이라며 “억울한 일반 국민들 사건은 내팽개쳐두고 특수부에만 많은 인력 배치한 탓에 손해 보는 국민들의 시간과 돈은 도대체 누가 책임질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개혁을 통해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검찰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본집회 말미에는 세월호 유족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검찰개혁 적폐청산’ 피켓을 들고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하라’ 구호를 외쳤다. 한 유족은 “왜 아이들이 희생됐는지, 왜 구조조차 하지 않았는지, 왜 구조를 방해했는지, 왜 그렇게 진상규명을 방해했는지 아직도 듣지 못했다”며 “세월호 참사를 전면 재수사하도록 힘을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12일 오후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12
12일 오후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12ⓒ김철수 기자

“미래 세대에 정의로운 나라 물려주기 위해 정의로운 검찰 만들어야”

자녀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바람은 비단 최 씨만 가진 생각이 아니었다. 시민들의 ‘검찰개혁’ 구호 속에는 미래 세대에 대 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광주에 거주하는 50대 중반의 건축설계사 박 씨는 “지금까지 검찰은 국민이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과 재벌을 위해 일한 것 같다”며 “권력과 유착된 검찰을 개혁해 아이들에게 좋은 국가 물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수사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 조 장관에게 그렇게 철저하게 할 것 같으면 다른 사건도 똑같이 처리해야 한다”며 “검찰이 장관에게도 그렇게 하는데 힘없는 국민에게는 오죽했겠나”라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조카와 함께 울산에서 올라온 박 씨는 “법치국가에서 검찰이 수구당과 유착되면 국민 권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며 “미래 세대가 노력을 하면 인정받고 잘 사는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자신을 평택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40대 후반 한 씨는 “우리 아이들도 공부하고 취직해서 사회생활도 할 텐데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에 대접받으며 살았으면 해서 왔다”며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내려놓고 정의로운 집단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 씨 곁에는 배우자와 초등학생 두 남매가 함께했다. 그의 눈은 인터뷰 내내 옆에 앉은 딸을 향했다.

12일 저녁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부녀가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12
12일 저녁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부녀가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12ⓒ김철수 기자

여상규 ‘검찰 외압’ 논란, “여론전에서 우위라고 생각해 나온 몰상식한 발언”

자유한국당의 ‘검찰 외압’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7일 국감에서 자신이 피고발인에 포함된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과 관련해 “정치의 문제다. 검찰이 손댈 일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대구에서 올라와 배우자, 대학생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여 의원이 그런 말을 입 밖에 못 내는 게 정상인데 여론을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나온 발언이다. 여론 유불리에 따라 발언을 조심하는 수준이 달라진다”며 “정권을 잡은 진보세력이 기득권과의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도록 화력을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해에 거주하는 50대 안 씨는 “법관 출신인 여 의원이 검찰 수사에 외압을 준 건 몰상식한 행동”이라며 “온 국민이 다 보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대놓고 말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친일·독재 DNA 끊어야”

본집회가 시작되자 연사들이 마이크를 잡고 검찰개혁을 촉구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전 국회의원)은 검찰 적폐가 지난 40년간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0~1980년대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등 위반 혐의, 5.3민주항쟁 배후조종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경험을 언급하며 검찰의 강압 수사를 비판했다. 또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조작을 지시했다고 지적하며 김 전 실장이 국회의원 등 요직을 거친 사실을 꼬집었다.

이 이사장은 “검찰은 멀리는 일제 시대 친일 검찰로부터, 가깝게는 박정희·전두환 독재 체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체제를 갖고 있다”며 “이 친일과 독재 DNA, 그 유전자 사슬을 끊지 않으면 대한민국 검찰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에 대한 ‘윤중천 유착’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최민희 전 의원은 “조 장관 가족을 두 달간 털었던 검찰이, 언론이 윤 총장 단 하나의 의혹 보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라”며 “언론사를 고소하면 검사가 수사를 하는데, 담당 검사가 검찰총장 관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검찰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는 가운데서도 상식적인 검사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희삼 목사는 내부 비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검찰 안에도 임은정 검사를 비롯한 유능하고 때 묻지 않은 젊은 검사들이 있다”며 “우리가 그분들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인근에서는 보수단체 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충돌에 대비해 서초역 인근에 경력 94개 부대를 배치했다.

12일 저녁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12
12일 저녁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12ⓒ김철수 기자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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