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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호 교육칼럼] 조국 사태 이후, 입시 및 교육개혁의 방향은?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우리사회에 던져진 개혁의 화두는 단연 검찰개혁과 교육개혁이라 할 수 있다. 검찰개혁이 법 앞에 만인의 불평등했던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라면, 교육개혁은 적어도 한국의 경우에 성취기회의 불평등을 청산하는 작업이 된다는 점에서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개혁을 용이하게 하면서도 중요성에서 뒤질 수 없는 것이 언론개혁과 복지개혁이다. 언론개혁은 촛불민심에서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서 권력과의 권언유착을 끊어냄으로써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포괄적인 복지와 재분배 정책은 학생들로 하여금 차별을 염려하지 않고 어느 직종이든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힘으로써 교육개혁을 더 쉽게 할 것이다.

한국은 고교, 대학 그리고 사회가 공히 과도한 불평등 구조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해법도 알고보면 간명하다. 즉 자사고-특목고-영재고 등을 대거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 대학의 서열구조를 깨기 위한 대학입학 추첨제 및 학점 공유제 그리고 공영형 사립대학의 확대, 서열화된 직업 및 학벌의 위계구조를 타파함으로써 고르게 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입시정책만 쥐락펴락 하다가 장관임기가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교수 자녀가 용접공이 될 수 있고, 부모가 자녀의 직업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 한국에서도 가능할까?(자료사진)
교수 자녀가 용접공이 될 수 있고, 부모가 자녀의 직업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 한국에서도 가능할까?(자료사진)ⓒ양지웅 기자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계층이동의 유연성

교수 자녀가 용접공, 배관공, 청소부도 될 수 있고 또 이들 부모가 자녀의 직업을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사회! 역으로 용접공 부모를 둔 자녀가 교수도 될 수 있는 사회! 이것이 한국에서는 꿈 속에서만 가능한 것인가? 15년전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가 언급한 내용을 보면 한국의 직업 및 노동차별이 극복의 대상임이 분명해진다.

"최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오슬로대 일본학과 여교수의 아들이 마약 중독자로 추정되는 사람에 의해 사살된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필자가 놀란 것은 박사 부모를 둔 그 아들이 고교 때 공업 교육을 받아 졸업 뒤 계속 배관공으로 일해왔다는 것이다. 배관공으로 일하는 것이 교수보다 벌이가 더 좋고 고교생에게 "대학가라!"는 압력도 없는 노르웨이에서 이색적인 일도 아니지만, 노동자 차별이 심했던 '간판뿐인 사회주의'(옛 소련) 사회에서 자랐다가 '공돌이'와 '먹물'이 반상 차별(양반과 상인의 차별)과 같은 차별을 받는 한국에서 살았던 필자로서는 사실 충격적이었다."(관련 기사:2005.9.12일자 한겨레).

교육의 출발점부터 발견되는 불평등

2018.10월 발표한 유엔아동기금(UNICEF)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교육불평등 지수가 38개 OECD 및 EU 국가들 중에서 취학전 35위, 초등학교는 자료가 없으며 중등이 17위다. (자료제목:An Unfair Start Inequality in Children’s Education in Rich Countries. 한글 번역기사:2018.10.30일자 연합뉴스).

지표상 중등이 17위이지만 실제 체감하는 불평등 상황은 더 심할 것이다. 하지만 주목을 요하는 것은 취학전 불평등지수로서 이 지수가 35위라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학교생활 이전에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유치원 단계의 공적 교육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근래에 우리가 겪었던 사립유치원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시급히 유아교육이 보편적 복지의 흐름을 타면서 정상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재확인 된다.

입시제도만 바꿔서는 안되는 이유가 최상위 0.1% 계층은 수능, 학종, 학생부 교과전형 무엇이든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데 있다. 유은혜 장관이 대학교육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입시의 공정성 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결과서로 이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좀더 나가야 할 것 같다. 바로 사회불평등 문제를 건드리기 위해서다.

학교유형별 학비. 남기곤(한밭대), '교육불평등의 현실과 정책대안', 2017, 345쪽.
학교유형별 학비. 남기곤(한밭대), '교육불평등의 현실과 정책대안', 2017, 345쪽.ⓒ원출처: 권영길 의원실, 2009년. 김철수(2012), 57쪽)

유리천정과 유리바닥

2019년 3월 26일자 영국 '화이낸셜 타임지'가 진단하고 있듯이 엘리트층은 자녀들에 대해 부와 인적 커넥션을 통해 더 이상 중하위층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이른바 ‘유리바닥’을 만들어 주고 있으며, 중하위층 젊은이들은 ‘유리천정’에 막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라고 한다. 이 신문의 보도 내용을 좀더 본다.

"미국의 부유층 부모들이 뇌물과 같은 불법 혹은 기부금과 같은 합법적 방식을 통해 자녀들을 아이비 리그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은 (적어도 불평등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에) 사회적 분노를 야기시킨다. 문제는 입시에서 제한된 기회(사회적 지위와 재화)를 놓고 벌이는 '경쟁의 공정성' 너머에 있다. 즉 교육을 통해 획득할 적은 기회를 놓고 경쟁하지 말아야 한다. 쟁점은 좀더 많은 기회가 왜 없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영향력있는 인물인 MS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도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그 루트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유일한 해법은 없지만 일련의 개선책들이 있을 수 있으니 예컨대 더 나은 국공립 학교 확대 및 질적으로 고른 고등교육 기관의 증설이 필요하다. 아울러 단 하나의 요트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배를 띄울 수 있는 경제분야의 광범위한 회생이 있어야 한다." (기사제목:Stop fighting over scarce educational opportunities).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방안

한편 2014년 1월 28일자 타임지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상위 1%가 부의 95%를 독점하고 있다고 한다. 그 주된 이유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정책적 오류를 든다. 즉 의회의 승인을 거쳐 증권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경제부흥을 꾀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고 시민들의 봉급에 의존하여 낮은 이자율과 부동산 구매에서 그 대책을 찾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주요내용을 좀더 살펴 본다.

"대학교육의 개혁이 중등보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대학개혁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산업혁명 또는 2차 세계대전과 같이 역사적으로 기술관련 직업파괴가 일어날 때면 새로운 산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교육개혁의 주요 변혁을 꾀하곤 했다.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앞으로의 일자리는 적어도 준학사 이상의 학위를 필요로 한다. 고교의 경우 4년제 고교라면 6년제로 바꾸고, 과학기술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교육은 성격상 장기간의 시간을 요하는 것으로서 심지어 수십년 후를 내다보고 설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단기 방안이 없지 않으니 그것은 세법을 개혁하여 저축과 투자를 증진하고 채무를 줄여나가는 것, 자본이득세를 강화하고 탈루세금을 차단하는 것이 그 예다."

"동시에 법인세율을 낮추고 기간산업 채권에 투자하는 기업체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이 좋을 것이다. 아울러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직업창출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이 가능하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 특히 불평등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사회이동'을 감소시킨다. 갤럽조사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2/3가 국내의 부의 분배가 왜곡되어 있다고 느끼는 실정이다." (기사제목:What President Obama Should Really Do About Inequality

일전에 미국의 경제학자 M. 더프케(노스웨스턴대)와 F. 질리보티(예일대)의 견해를 살폈는데,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하면서 이들 견해의 번역기사를 조금만 다시 살핀다.

'학교 성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라고 내모는 양육 방식이 대세인 나라들의 공통점은 빈부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반면, 빈부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고 사회 안전망이 잘 구비된 나라들에서 부모들의 양육 방식은 훨씬 느긋하고 아이들의 상상력 키우기 등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비슷한 생활 수준을 누릴 것이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의 적성과 관심에 따른 직업을 갖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해 아이들이 그것을 찾도록 창의적인 탐구 활동을 권장하게 된다.'(관련기사:2019.2.25일자 연합뉴스)

사회안전망 즉 일자리 창출, 기본소득, 최저임금제 보장, 비정규직 축소 등의 사회적 장치들은 그대로 학생들의 교육과정에 영향을 주어 훗날의 생계걱정 없이 소설과 시의 습작을 발표하고,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며, 분해가능한 플라스틱 발명 등에 시간을 내면서 우리교육의 소원이라 할 수 있는 '창의성'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퇴조하는 인문학 즉 문학과, 철학과, 역사과 등으로의 진학도 활기를 띠게 할 것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교육 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교육부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교육 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교육부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입시의 공정성 문제' 와 그 너머

우선, 입시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현행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상위계층의 돈과 인맥이 끼어들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윤만식(징검다리교육공동체 운영위원) 전직교사가 강조하듯이 학생들의 활동기록이 입시에 목표가 맞춰지는 순간부터 교육다운 교육을 할 수 없고 왜곡의 가능성이 개입한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의 소논문과 탐구보고서(스펙)를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논술 및 논문, 보고서 작성, 토론 등은 그 자체로 학생들의 논리 및 종합적 사고력을 배양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철학과목을 필수로 지정하고 이 과목을 인문계 고교 3학년 문과반에서 주당 7~8시간, 경제사회계열에서 4시간, 이과계열에서 3시간씩 배당하는 것, 그리고 모든 시험이 장문의 논술형태라는 것이 현재 세계적인 철학자들을 대거 배출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프랑스와 함께 철학의 나라로 손꼽히는 독일 역시 고교에서 종교와 철학 중 많은 학생들이 학업의 기초로서 철학을 교양필수로 택하고 있다.

수시입학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입학사정관의 인적구성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방안, 교수들의 재량을 줄이지 않는 범위 안에서 평가 방법을 공개하는 방법, 불공정한 논문과 스펙을 생산하는 경우의 강력한 제재 등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입시의 요체는 입학을 쉽게 하고 졸업을 어렵게 하는 이른바 '교육선진국의 상식'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수능시험을 존치시킬 경우에는 절대평가로 하면서 문제를 쉽게 출제하고, 5등급제 정도로 한 후 지망순위별로 추첨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유럽과 같이 대학정원에 준하는 수능 합격정원을 정함으로써 수능합격이 곧 대학합격을 거의 보장해줄 수 있게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집 가까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면서 전공을 찾아 타 대학들과 학점을 공유할 수 있게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단 대학의 시설과 교수진에 대해 차별없는 투자가 있어야 함과 동시에 사립대학의 공영화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의 사립대 비중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을 정도로 기형적이다. 이후 수능을 논술고사로 대치하는 방법도 바람직하다. 단 논술고사는 위의 프랑스나 독일과 같이 대학진학을 그리 희망하지 않을 만큼의 여건이 성숙한 때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한편 대학교육의 서열구조가 시정된다고 해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특정대학 졸업생들을 배타적으로 선발하면 이 또한 무위로 끝날 것이다. 따라서 차별금지법 등과 같은 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강력한 법 시행의지가 수반되지 않으면 안된다. 마땅히 임금차별도 줄이는 노력이 정부차원에서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교육외부를 과도하게 외면해 왔다.

지혜와 인재를 모으고 조직하는 정치의 기술이 필요한 때

입시 및 교육문제의 근본해결을 위한 직·간접적이면서도 간과할 수 없는 과제들.
입시 및 교육문제의 근본해결을 위한 직·간접적이면서도 간과할 수 없는 과제들.ⓒ필자 제공

도표는 입시와 교육현상과 그 해결에 영향을 주는 직, 간접적인 요인을 가능한 총망라해 본 것이다. 이어서 이 사안들을 입시자체의 문제, 입시에 영향을 주는 교육문제, 교육문제에 영향을 주는 사회문제별로, 또 장단기 시기별로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분류,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과연 이번 이른바 '조국 사태'를 겪은 충격을 기억한 채 교육개혁의 근본에 접근할 것인가? 해가 떴을 때 건초를 말려야 하지 않는가? 때를 놓치면 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며, 그러면 학생들의 학습부담 그리고 학부모의 경제력 부담으로 허리가 휘는 일도 연장될 것이다.

실제 영국의 정치 및 문화저널 '더 뉴 스테이츠맨'에서, 능력주의의 신화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경우의 사례로 "서울(한국)의 고교생들이 척추가 휘는 비율이 높고 이는 경쟁교육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할 정도다(2019.9.4일자 The New Statesman).

중요한 것은 교육부장관의 임기가 정권과 함께 할 정도로 보장됨과 동시에 정권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여야를 떠나 국방과 마찬가지로 교육에 있어서도 정치적 지형에 구애받지 않고 그 정책기조를 유지하도록 공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정치논리가 교육을 지배했다.

끝으로 현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정치인 출신이다. 널리 인재를 모아 논의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탁월한 견해와 정책을 이끌어낸 다음, 권력의 힘으로 추진하는 정치의 속성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다. 길이 없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길을 찾지 않는 것이 문제다.

신남호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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