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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톨게이트 수납 없어질 직업”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무책임과 무능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00일 넘게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수납원은 없어질 직업”이란 발언을 했다. 해당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돌아보고 이를 해소하려 노력하기는커녕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번 발언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탄력근로제 입법 등 노동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이 고위 관계자는 “개별 회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큰 도전이 오고 있다”며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기술과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 이 같은 말이 나왔다.

기술 진보가 전통적 고용관계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노동정책도 여기에 대응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 든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문제는 기술 발달과 일자리와의 관계 문제가 아니다. 수납 노동자들의 직무 성격과 내용을 고려하면 애초부터 이들을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고, 공기업인 도로공사가 사법부의 확정 판결을 이행하느냐의 여부다. 기술 진보와 일자리의 관계를 꺼낼 계제가 전혀 아니다.

설사 직무 변경과 관련된 사안을 다뤄야 하는 상황이 있더라도 법원 판결대로 직접 고용한 뒤 논의해야 할 문제다. 그의 말처럼 없어질 직업이라면 자회사에 고용해도 일자리를 보장해줄 수 있다는 정부의 약속도 거짓말이란 얘기가 된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 텐가.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문제는 기술 진보에 따른 일자리 변화가 논점이 아니다. 그런데도 느닷없이 이 문제를 꺼낸 것은 청와대가 해당 사안에 대한 의도적인 무지이거나 무책임이란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게다가 기술 진보에 대한 노동정책의 대응에서 탄력근로제는 지엽적 사안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더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한데도 생각하는 수준이 이 정도라면, 다른 한 편으로 정책적 무능이란 비판마저 피할 수 없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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