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평양공동선언 정신대로 금강산 관광 되살려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 내의 남측 시설들을 철거” 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남측 시설들의 노후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불만을 표현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해 평양공동선언 이후 북한은 줄곧 금강산 관광 사업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해 왔다. 미국이 틀을 짜놓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우리 정부다.

평양공동선언에는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합의가 담겨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 후 대국민 보고에서 ‘금강산 자산 몰수조치 해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합의서에 담지는 못했지만 몰수조치 해제도 구두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이 이행되기를 바랐고 그를 위해 북측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이제 남북 사이에 무슨 합의를 하고 어떤 약속을 하던 미국과 대북제재 해제를 합의하지 않고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언급한 조치는 진척 없는 남북경협에 대한 단순한 불만 표시가 아니라 금강산에서 남북경협의 흔적을 이제는 지우고 독자적인 관광개발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봐야 한다.

만약 대북제재가 관광과 같은 민간 왕래를 포함하여 경제적 교류가 수반되는 일체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이라면 남북관계는 언제까지고 북미관계의 종속변수에 머물 수밖에 없다. 만약 한미공조가 남북관계에서조차 그 특수성이 용납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라면, 북한이 이번에 내린 판단은 그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한 것에 불과하다. 지금까지처럼 대북제재와 한미공조를 우선시한다면 우리 정부의 역할은 당사자는커녕 조정자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판단에 대해서 우리가 특별히 서운하거나 실망할 일도 아니다.

금강산에는 정부가 투자한 자산과 관광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투자한 자산, 민간기업에서 투자한 자산들이 있다.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2008년 중단될 때까지 196만 명이 금강산을 찾았고, 그 기간 동안 금강산에 있는 이 시설들은 남북경협의 상징물이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고 이 시설들도 기능을 잃었다. 2010년 4월에는 북한에 의해서 금강산에 있는 남측 자산에 대한 몰수 및 동결 조치가 이뤄졌다. 이듬해 4월 북한은 아태평화위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현대 측과 맺은 금강산 관광에 관한 합의서에서 현대 측에 준 독점권에 관한 조항의 효력을 취소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독점권 때문에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지고 아무런 활용도 못 하는 상태를 언제까지 인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그렇게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우리는 그 시설들이 얼마나 노후했는지, 어떤 상태인지조차 모른다.

이제 북한이 극단의 조치를 언급했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어디까지나 북한은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라는 단서를 달았다. 남북교류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을 이대로 역사 속으로 떠나보낼지 판단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북제재에 언제까지 남북관계가 발목 잡혀 있어야 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