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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유엔사 해체, 일본과 조율해야” 발언 논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 (자료 사진)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 (자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해체 문제에 관해 일본 정부와의 조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엔사를 통한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 우려는 일축하면서도 해체는 일본과 상의해야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브룩스 전 사령관은 23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종전선언이 현실화 한다면 유엔사 존립 근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해 “유엔사 해체 여부는 미국을 포함해 창설에 관여한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각 유엔군사령부와 7개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유치하고 있는 한국 및 일본 정부와 조율(conjunc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엔사가 일본의 한반도 진출 빌미(mechanism)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한반도 유사시 일본 내 7개 유엔군 후방기지는 전력 제공국의 병력 증원 조율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면서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이 관리하고 있지만, 권한은 유엔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이어 “이 때문에 유엔군 후방기지 유치국으로서 일본과의 논의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권 문제로서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고 VOA는 부연했다.

그는 특히, “일본 유엔사 후방기지 7곳의 지원 없이 한국을 방어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무모한(foolhardy) 일이 될 것”이라며 한국에 있는 유엔사와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강조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또 “최근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작권 관련 유엔군 지위 논란은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shallow understanding)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그는 “전투사령부로서의 한미연합사령부와 정전협정을 유지하기 위한 유엔사의 역할은 명백히 다르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과는 무관하다”면서 “유엔사는 정전협정 유지를 위한 집행자이자 국제사회 노력의 본거지이며, 한국군에 전작권이 이양되더라도 이 같은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유엔사의 법적인 논란에 관해서도 “미국이 현재 유엔군사령부의 지휘권을 대행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전 당시 유엔 결의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법적 근거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엔사는 2018년 이후 평화를 도출하기 위한 대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남북한의 판문점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 이행 등은 모두 전쟁 수행과는 무관한 영역이라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유엔사, ‘사사건건 남북 교류 문제에 간섭’ 비판 면하기 어려워

그러나 브룩스 전 사령관의 이 같은 언급은 일방적인 미국의 입장만 대변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은 이미 지난 1975년 11월에 열린 제30차 유엔총회에서 미국 중심의 서방권과 비서방권이 모두 각각 주한 유엔군사령부 해체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또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도 1994년 6월, “주한 유엔사는 유엔안보리의 산하기관이 아니며, 어떠한 유엔기구도 해체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03년에는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도 유엔사가 미국의 통제 아래 예산 지출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같은 내용을 재차 확인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을 비롯한 미국 측 인사들이 유엔사 해체 문제를 다시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보리 회의에서 거부권을 가진 미국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유엔사 해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엔사는 1950년 당시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구소련도 참석하지 않은 안보리 결의에서 미군 주도의 ‘통합군사령부’로 창설됐다. 이후 ‘유엔’의 이름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미국의 군사기구 역할을 해왔다. 그러면서 해체는 다시 미국의 권한 하에 두겠다는 발상이다.

유엔사가 2018년 이후 남북한 화해 모드에서 대화 조정자 역할을 했다는 언급도 미국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유엔사는 23일,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 권한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최근 언론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8년 이후 2천220여 건의 비무장지대 출입 신청을 받아 93% 이상을 승인했다”면서 “유엔사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전적으로 존중하면서 정전협정 준수와 집행에 관한 책임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주권 국가가 특히, 남북 교류 문제 등에 있어 일일이 유엔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느냐는 점이다. 또 남북철도 공동조사는 물론 유엔사는 남북 교류 문제에 관해 제때 이를 허가하지 않아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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