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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임지겠다”더니 ‘패스트트랙 충돌’ 혐의 부인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14.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14.ⓒ뉴시스

국회에서 발생한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4일 여전히 자당의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기에 급급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대표해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불법 사·보임’, ‘빠루 폭력’ 등이 동원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날치기 상정의 불법성, 원천무효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검찰에 다녀오면서 왜 우리가 그 당시 필사적으로 패스트트랙 상정을 막아야 했는지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 설치법과 선거제도 개혁안을 거듭 “독재 악법”이라고 규정한 뒤 “그런 독재 악법을 힘의 논리로 밀어붙여 통과시키겠다는 여권 세력의 무도함에 자유한국당은 결코 두고만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필사적으로, 평화적으로 저항했던 것”이라고 변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의) 불법을 끊어내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시대적 책무, 역사적 책무”라며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격이다. 첫 단추부터 불법으로 시작된 이 독재 악법, 여당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검찰 소환에 불응했던 나 원내대표는 고발된 지 201일 만인 13일 오후 2시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해 8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고 밤 10시 30분경 귀가했다. 나 원내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의 감금을 직접 지시하고, 패스트트랙 충돌에 직접 개입한 혐의 등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조사를 마치고 청사를 나서며 “현재 자행되고 있는 여권의 총체적 불법, 위협적인 상황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며 “저희 자유한국당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나 원내대표는 조사를 받으러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준비된 발언만 한 채 ‘다른 의원들과 보좌진을 대신해서 책임지겠다는 말을 검찰 조사에서 그대로 했느냐’, ‘채 의원 감금과 회의 방해를 직접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황교안 대표는 검찰 조사를 받고 온 나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황 대표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고생 많으셨다”고 말한 뒤, 나 원내대표를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황 대표는 “이 정권에 참으로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조국 같은 불의한 자들에는 정의를 참칭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앞장선 정의로운 사람들은 검찰의 소환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정의가 넘치는 세상”이냐며 “저는 무거운 시대적 사명감을 갖고 이 정권의 야당 탄압에 당당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6일 국회에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이상민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회의장 입장을 저지하기 위해서 바닥에 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4.26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26일 국회에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이상민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회의장 입장을 저지하기 위해서 바닥에 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4.26ⓒ정의철 기자

의원들 ‘불안’에도...‘불출석 방침’ 유지하는 지도부
민주당 “자유한국당, 보통 시민과 똑같이 신속히 검찰 조사 응해야”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소·고발당한 자유한국당 현직 의원 60명 중 처음으로 나 원내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뒤 당의 긴장 상태는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고발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5년간은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연신 자신들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의원들의 불안감을 달래기에 나섰다.

황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출두하면서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당 대표인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질 테니까 다른 분들은 나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당부한 바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의원들이 지혜로운 판단을 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돌연 검찰에 자진 출두한 황 대표는 의원들에게 “수사기관에 출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뒤, 정작 조사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도 회의 뒤 “저희의 그동안 입장과 달라진 부분은 없다”며 “(패스트트랙 사태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불법 사·보임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의장도 (검찰이) 직접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향후 검찰 조사에 대한 당의 방침이 정해졌냐’는 물음에 “특별한 거 없다. 기존 방침 그대로”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 대해 불안해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지적에는 “그렇게 자꾸 (언론이) 불 지피는 것 아니냐”며 불편해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평범한 국민 가운데 200일 넘게 검찰 수사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60명 의원을 대리해서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대리 조사 주장이나, 스스로 만든 국회선진화법 적용을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초법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발상은 민주주의와 아무 인연이 없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은 유권자인 국민보다 법을 지키는 데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은 보통 시민들과 똑같이 신속히 검찰 조사에 응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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