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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정당공천제’ 추진하는 자유한국당, 전교조 잡겠다며 황당 정책 남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자유한국당 교육정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2019.11.12.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자유한국당 교육정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2019.11.12.ⓒ뉴시스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 공약으로 ‘교육감 정당공천제’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각 시·도 교육감 선거는 교육자치와 국민참여라는 취지에서 정당의 공천과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꺼내 든 ‘교육감 정당공천제’는 이런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진보 교육감의 정치 편향성을 문제 삼다가 나온 대안인데,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성찰이 결여된 황당한 교육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교육정책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배재학당 출신인 이승만 전 대통령 흉상을 살펴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교육정책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배재학당 출신인 이승만 전 대통령 흉상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새누리당 때 도입 못한 러닝메이트 제도
“전교조 교육 횡포” 주장하며 직선제 없애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은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의 교육 농단을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다”며 당 차원의 교육 정책 비전, 일명 ‘민교론’을 발표했다. 서울 중구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내 강의실에서 열린 발표회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는 “우리 교육의 기본 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일괄 폐지할 수 없도록 법 개정 ▲정시 비중 50% 이상 확대 ▲교육감 직선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교육 정책들을 제안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지금 교육 행정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감 직선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감 직선제는) 과도한 선거비용, 교육 현장의 정치화 등 부작용이 많은 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교육 장악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황 대표는 “전교조의 횡포에 교육 현장이 이념과 정치로 물들었다”며 “전교조의 제물이 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교원이 이념·정치편향 교육 등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자유한국당이 교육감 직선제 대안으로 꺼내든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는 시·도지사에 공천을 주고, 교육감에게도 공천을 주어 둘을 한 팀으로 짝지은 뒤 선거를 치르게 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3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지방선거를 1년 앞둔 시점부터 공론화했으나 반발에 부딪혀 도입되지 않은 제도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은 아직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의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다만, 종전의 방향과 같다면 두 후보가 이름을 올린 하나의 팀으로 지역에 출마해 유권자가 한 개의 표를 행사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러닝메이트 제도에 대해 “지금처럼 이념에 치우친 교육감들이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좀 더 책임 있는 공당에서 (교육감 후보에) 공천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그렇다고 우리가 정치인을 공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 전문가를 공천하는 것”이라며 “법안은 더 다듬어져야 하겠지만 큰 방향은 그렇게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직선제는) 깜깜이 교육감 선거라서 우리 국민들이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고,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조차도 모른 채 투표를 하고 있다”며 “어느 당이 공천했다고 하면 교육 전문가라 하더라도 어떤 정책 방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교육감 후보가 한 정당의 이름을 달고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교육 현장의 정치화를 막아야 한다던 황 대표의 말과도 정면 배치된다. 이러한 지적에 정 정책위의장은 “교육감에 당선되면 바로 당적을 버리도록 하는 여러 가지 보완책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선이 되자마자 당적을 버린다는 것도 교육감 선거에 굳이 정당 공천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당 이름을 달고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교육감이 당선과 동시에 무소속으로 돌아간다면 특정 정당의 책임 아래 교육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자유한국당조차도 자신들이 제안한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에 자신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아울러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동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 형태로 간다면 교육감 선거는 광역 단체장 선출에 뒤따라가게 되는 격이 된다. 때문에 유권자의 ‘투표 왜곡’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유권자가 원하는 교육감 후보가 있지만, (해당 교육감 후보와 러닝메이트가 아닌) 시·도지사를 지지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교육감을 뽑게 될 수 있다. 유권자의 의사가 교육감 당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특정 정당 선호’에 따라 교육감을 뽑아야 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도지사 선택에 따라 부수적으로 교육감이 따라오는 셈이 돼 버리니 이는 직선제가 아니라 일종의 지명제 내지는 임명제라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폐지 등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유 부총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2019.11.07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 폐지 등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유 부총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2019.11.07ⓒ김철수 기자

전교조와 진보 교육감 잡으려다 자기 논리에도 모순되는 정책 꺼내든 자유한국당

결국 자유한국당이 스스로의 논리에도 모순되는 해묵은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를 꺼내든 것은 전교조와 진보 성향 교육감을 공격하기 위함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14명이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된다. 이 중 10명이 전교조 활동가 출신이다. 그에 앞서 지난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는 13명의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선거 결과에서 ‘교육 변화’, ‘교육 정책 개혁’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열망은 읽지 못한 채 오로지 “전교조 출신의 교육 장악”에만 집착해 왔다. 자유한국당은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진보 교육감’ 시대가 도래한 데 대해 자신들이 내놓는 교육 정책에 대한 자성이나 진지한 고민보다는 줄곧 ‘직선제의 폐해’ 지적과 정략적 계산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이 다음 시·도지사 선거에서 긍정적인 당선 결과를 전망하고 해당 지역구의 교육감 선거마저도 정치공학적 유불리만 따져 계산한 거 아니냐는 비판이 불가피한 이유다.

하지만 지난 교육감 선거나 현재 정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자유한국당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경향이 진보는 단일화되고 보수는 분열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보수 쪽 교육감은 당선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이 걱정하는 바는 어떻게 보면 정치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 선거제도를 바꿔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들이 노력해 보수진영에서 단일후보를 내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지 그런 노력을 할 수 없는 무능력함을 직선제 폐지라는 방법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교조 정현진 대변인은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은 교육부가 전교조에 장악돼 교육감 직선제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어떤 특정 집단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선택에 의해서 된 부분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는 행위’이자 ‘국민을 모욕하는 행위’이다”라며 “자유한국당은 국민들이 왜 진보 교육감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성찰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진보교육계가 한 교육 정책이 옳다고 생각해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선택”이라며 “이것을 마치 특정 집단의 횡포로 보고, 교육이 그 집단에 휘둘린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의사 표현을 굉장히 무시하는 행위이다. 그런 근거로 러닝메이트 제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가 정치적 편향성을 더 강화할 수 있다. 교육감이 정당 각자의 정치적 색깔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교육이 하나의 정당에 소속되면 과연 정치 편향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며 “오히려 더 강화되는 길일 것이다. 결국 자신들 입맛에 맞는 교육감을 세우기 위한 하나의 궁색한 방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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