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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 노사 인력충원 요구가 근거 없다는 국토부 차관의 말은 사실일까?
철도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2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철도공사 노조파업 정부합동 비상수송대책본부에서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이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11.20.
철도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2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철도공사 노조파업 정부합동 비상수송대책본부에서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이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11.20.ⓒ뉴스1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가 ‘4조2교대 및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이유는 단순히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게 아니었다. 선로 위에서 설비를 점검할 때 열차가 들어오는지 감시할 인력조차 없어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현행 근무 형태상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없는 구조를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지난 20일 “노조 요구대로 단순계산하면 주31시간 노동이 된다. (중략) 국민이 동의하겠나?” 발언으로 마치 철도노조가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처럼 호도해 논란이 됐다. ‘주31시간’은 사실도 아니어서, 다음 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37시간으로 바로잡기도 했다.

김 차관은 철도공사가 제시한 ‘1865명 인력 충원안’에 대해서도 “산정 근거 등이 있어야 검토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분명히 존재하는 용역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한 인력 충원안이었음에도, 근거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런 김 차관의 행보에 일각에서는 철도공사 노·사의 안전인력 충원에 대한 요구를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열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파업 출정식'에서 에서 4조2교대 인력충원, 총인건비 정상화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20
조성수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열린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파업 출정식'에서 에서 4조2교대 인력충원, 총인건비 정상화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20ⓒ김철수 기자

열차에 치여 숨진 노동자
“감시인력 있었다면…”

앞서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이하, 철도공사) 노·사는 정부의 주52시간제 정책에 따라 일자리 창출과 일·가정 양립, 작업자 및 시민 안전 등을 위해 3조2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연속 야간 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합의였다.

3조2교대 ‘주간·주간·야간·야간·비번·휴일’ 주기로 일을 하게 되면, 근로기준법 제59조 2항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한다’를 준수할 수 없다.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일하는 야간노동을 이틀 연속으로 할 경우,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3조2교대제에서 4조2교대로제로 전환하는 일은 1개 조를 더 늘리는 일이기에 인원충원이 필요하다. 이에 철도노조는 “총 4600명의 신규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직원 3만 가량의 철도공사 규모에 4천명이 넘는 인력 충원 요구는 얼핏 많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철도노조가 이같이 주장하는 이유가 단순히 교대제 전환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니다. 현재 겪고 있는 심각한 인력공백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박기서 철도노조 전기국장에 따르면, 현재 철도 분야 중 ‘전기’만 따져도 전국에 500명가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선로 위 작업 시 열차가 오는지 감시할 인력이 없어 위태롭게 작업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박 국장은 전했다.

지난달 22일 밀양역에서 선로 작업 중인 노동자가 달려오는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열차가 매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감시 인력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박 국장은 인원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2인1조로 선로작업을 나가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2명씩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래는 2명이 선로 위에서 작업을 하고, 1명이 열차가 들어오는지 감시를 해야 한다. 열차 감시할 인원이 없으면, 1명이 왔다 갔다가 하면서 열차가 오는지 감시도 하고 작업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것도 위험한데, 누구 한 명이 휴가 또는 월차라도 쓰면, 인근 지역에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럼, 한쪽 구역이 완전히 비어버리는 것. 이런 일 비일비재하다. 그럼 정비도 제대로 안 되고, 장애복구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국철도공사 서울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2019.11.20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국철도공사 서울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2019.11.20ⓒ김철수 기자

철도공사, 인력운영 최적화 방안 연구

철도노조의 요구와는 좀 차이가 있었지만, 철도공사도 국토부에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철도공사는 지난달 국토부에 ‘한국철도 조직 및 인력운영 최적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다.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해당 연구 보고서 PPT 자료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4조2교대를 위해 1865명의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국토부에 보고했다. 이 자료는 삼일회계법인이 철도공사의 의뢰를 받아 올해 2월부터 8개월 동안 진행한 연구결과였다.

다만, 1865명은 ‘인력운영 최적화’를 위해 인력 구조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뜯어고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삼일회계법인도 현행 구조에서 4조2교대 전환할 시 필요한 인력은 4188명이라고 봤다. 노조와 크게 다르지 않게 산출한 셈이다.

관련해 철도노조도 지난 21일 브리핑 자료에서 “노조의 4600명 (인력충원) 요구는 삼일회계법인의 연구용역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노조는 그동안 4600명 전체를 신규채용하자고 철도공사에 요구해온 것이 아니라, 철도공사의 신규채용 규모가 적다는 것을 비판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해당 PPT 자료를 보면, 4조2교대로 전환하더라도 연간 표준 노동시간은 1945시간이 된다. 이는 현행 3조2교대(2046시간)보단 101시간 줄어든 수치지만, 2017년 국제철도연맹(UIC) 평균 노동시간(1701시간)보단 244시간 길다. “노조 요구를 바탕으로 단순계산하면 31시간이 된다. 노조는 4600명 충원 요구하고, 사측은 1865명 요구하는데 이는 근거조차 없다”는 김 차관의 주장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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