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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제 강제동원 문제 ‘문희상안’ 폐기돼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준비하고 있는 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일명 문희상안은 가해자들에게 강제동원의 법적, 역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전제를 피해가려는 시도로 피해자들을 위한 방안도,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는 방안도 아니다.

문 의장이 연내 발의를 추진 중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의 골자는 한·일 양국 기업의 기부금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 화해·치유재단 잔액으로 강제징용과 일본군 성노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피해자들이 이 돈을 받게 되면 법원 판결에 대한 배상책임 변제나 화해로 간주해 청구권을 소멸시키게 된다.

이 방안은 근본적 모순을 안고 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일제 강제동원이 불법적이었으며 이에 대한 피해자들의 개인 손해배상청구권이 유효하다는 내용이었다. 일본기업에 손해배상을 명령한 법원의 판결취지가 적용되려면 일본기업들은 ‘배상금’을 내야 한다. 문희상안에는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 가해자인 기업들은 ‘기부금’을 내게 돼 있다. 일본 기업에 가해의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방안인 것이다.

화해치유재단의 잔액을 재원으로 쓰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강행된 ‘한일 위안부 합의’의 결과로 만들어진 재단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이 합의는 사실상 무효화가 선언됐고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도 다시 가져가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자금을 다시 활용하게되면 ‘한일 위안부 합의’의 효력을 논의하는 근거가 될 공산이 크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반응을 유보하고 있지만 문희상안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하다. 가해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도 않은데다 2015년 ‘위안부 합의’마저 되살릴 방안이니 일본 정부가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 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 ‘중재’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칙을 버린 중재’는 중재가 아니다.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원칙은 가해자의 가해사실 인정과 사죄 배상, 책임자 처벌이다. 이 원칙을 훼손한다면 그 중재안은 일제의 불법적 행위를 청산하는 방안이 아니라 피해자를 청산하는 방안이 되는 것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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