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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그룹 ‘오너가 세대교체’, 자랑 아니다

연말을 맞아 이뤄지는 주요 대기업의 인사에서 ‘오너가 세대교체’가 화제로 떠올랐다. 재계 8위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이 물러나고 그의 막냇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이뤄진 그룹 인사에서는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40세의 나이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GS그룹의 또 다른 주요계열사인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대표는 작년 말에 이미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른바 ‘4세 경영’이다.

한화그룹도 비슷하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부사장이 됐다. 전무로 승진한 지 불과 4년 만이다. 내년 초에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이 합병하면 김 부사장은 그룹의 소재, 석유화학, 태양광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경영 전면에 나선 건 LS그룹이나 한진그룹, LG그룹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웅열 회장이 2선으로 물러난 코오롱 그룹이나 이미 3세 경영이 본격화한 삼성과 현대차그룹까지 합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재벌 그룹들이 세대교체를 했거나 진행 중인 셈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자식에게 회사를 승계하는 모습은 참으로 이채롭다. 3~40대 나이에 그 무슨 ‘경영능력을 검증’했다면서 소속 회사의 성과를 내세워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소속 회사에서 실제 어떤 능력을 발휘했는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오너’의 자녀라는 이유로 그가 속한 회사에 그룹의 역량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승계의 근거를 쌓고 있다는 게 더 솔직한 평가일 것이다.

‘오너’가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는 ‘소유경영’이 더 나은지, 전문경영자를 내세우는 전문경영이 더 나은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때 그때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같이 ‘오너 일가’의 핏줄을 따라 기업 경영권을 승계하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나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녀들에게까지 단지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커다란 회사를 넘겨주는 건 국민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넘기는 결과를 빚기 쉽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과 맞물려 여전히 사법적 심판대에 올라있는 삼성그룹의 승계만 보아도 그렇다.

우리 사회의 대기업들은 스스로 한국경제의 주요 행위자임을 자처한다. 이런 명분으로 정부의 지원을 얻고 사회적 역량을 끌어모은다. 그렇다면 이른바 ‘세대교체’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기껏 그룹 총수의 자녀들을 다음 경영자로 내세우면서 ‘세대교체를 통한 혁신’이라고 포장하는 건 남 보기 부끄럽지 않나.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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