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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체제 강화하는 황교안, 마지못해 떠나는 나경원
전날 최고위원회의로부터 임기 연장을 부결 받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해 인사하고 있다. 2019.12.04
전날 최고위원회의로부터 임기 연장을 부결 받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해 인사하고 있다. 2019.12.04ⓒ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자신의 임기 연장을 불허한 황교안 대표의 결정을 수용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결정에 대한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황 대표가 당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나 원내대표 임기를 끝내버림으로써 ‘친황(황교안)’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고별 의원총회를 열고 “감사했다”며 의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서 보낸 지난 1년은 뜨거운 열정과 끈끈한 동지애로 가득했다”고 평가하며 “오늘 의원총회에서는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해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본래 이날 의원총회는 ‘원내대표 임기 연장의 건’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국회의원 잔여임기가 6개월 이하로 남았을 시 의원총회 결정에 따라 원내대표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는 당규가 있는 만큼 나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총의를 모을 목적으로 소집했다.

하지만 황 대표가 전날 오후 돌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나 원내대표 임기를 ‘1년’으로 정리해 나 원내대표의 계획은 무산됐다.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의 결정에 대해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오직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발전 그리고 당의 승리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애써 평가하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고 말했다.

이후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시작 30분 만에 장내를 나왔다. ‘새 원내대표 경선’, ‘최고위 결정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나 원내대표는 “답변할 사항이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황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따로 원내대표실을 찾아가 8분가량 나 원내대표와 면담했다. 그는 “(나 원내대표에게) ‘고생 많았다. 당을 살리는 일에 힘을 합하자’ 그런 얘기를 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또한 “(나 원내대표는) ‘나머지 마무리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이번 주 내에 새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한 일정을 공지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당규는 원내대표 선거일의 경우 당 대표가 ‘선거 3일 전’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 임기가 오는 10일 끝나는 만큼 이때까지 새 원내대표 선출이 완료돼야 한다.

박완수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규정에 의해 새 원내대표 선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12월 10일이 나 원내대표 임기 종료 시점인 만큼 그 전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황 대표가) 이번 주 중으로 (공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 임기가 공식적으로 정리됨에 따라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중이다. 전날 강석호(3선) 의원이 출마 회견을 한 데 이어 유기준(4선) 의원도 이날 출마를 선언했다. 심재철(5선) 의원 또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내민다.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모두발언 후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김 의원은 발언에서 당 지도부의 나경원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허 결정을 규탄했다. 2019.12.04.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모두발언 후 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김 의원은 발언에서 당 지도부의 나경원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허 결정을 규탄했다. 2019.12.04.ⓒ뉴시스

‘당규 자의적 해석’ 논란 남긴 황교안, 원내 불만 속출
김태흠 “밤잠 못 자며 당규 수십번 봤다”
장제원 “누가 봐도 나경원 해임하는 모습”

하지만 당에서는 내홍 조짐이 일고 있다. 이번 황 대표의 결정에 대해 사실상 총선을 앞두고 ‘친황’ 체제가 본격 구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내대표 임기 연장 여부를 의원총회에서 따져야 한다는 당규가 버젓이 있음에도 최고위원들끼리 나 원내대표 임기에 마침표를 찍어버린 부분 또한 사실상 ‘월권’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공개 발언을 자처해 “전날 최고위에서 의결한 내용이 참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며 “원내대표 연임이 됐든, 다음 경선이 됐든 권한은 의원총회에 있다. 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제가 어제 밤새 잠을 못 자며 당헌·당규를 수십 번 봤다”며 “‘화합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면 당 대표가 현명한 선택을 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도 나 원내대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다. 제가 여기 백몇 명 중 원내대표 국회 전략에 대해 문제 제기를 제일 많이 했을 것”이라며 “호불호를 갖고 선택한다고 해도 먼저 나 원내대표를 불러 연임 문제를 말했어야 한다.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도 황 대표가 당규를 잘못 해석해 원내대표 선출에 대한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이를 해석할 때 정당민주주의를 역행해선 안 된다.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았어야 했다”며 “전날 모습은 누가 봐도 (나 원내대표를) 해임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황 대표 및 최고위원들이 전날 ‘원내대표의 임기연장을 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공표한 부분에 대해 “의결이라는 것은 최고위가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이건 잘못된 결정”이라며 “차기 원내대표에게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명확한 당헌·당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2.04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 천막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2.04ⓒ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따르면 상당수 의원들이 황 대표의 결정을 두고 비판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나 원내대표가 더 이상 연임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표면적인 갈등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내 ‘친황 체제’ 구축에 대한 우려는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일 당직자 35명이 황 대표의 혁신에 동참하겠다며 일괄 사표를 냈지만 대부분이 유임된 것도 한몫했다. 그나마 바뀐 사무총장이나 전략기획부총장직 또한 다시 ‘친황’ 성향 인사들로 채워진 상태다.

이 와중에 당내 혁신파이자 지도부에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던 김세연 의원은 ‘일괄 사퇴’에 동참했다가 곧바로 사표 수리를 당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결국 35명의 당직자가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이 김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찍어내기 위한 ‘쇼’가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모든 임명직 당직자가 다 사퇴하는 결정이 이뤄지는데 그런 진정성까지 의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동참했던 것”이라며 “뭐 세상 살면서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다”고 씁쓸함을 표출했다.

김 의원은 당을 둘러싼 친황 체제 구축 비판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할만한 상황”이라며 “이런 식으로 당 운영이 돼선 전 정말 곤란하다. 이건 당이 정말 ‘말기증세’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를 겨냥 “당력을 총 결집해서 총선 준비를 해야 할 때인데 친위세력을 구축해 당 장악할 생각만 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다”며 “총선 지면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로 갈 수도 있는 위기가 오는데 지금 당내 세력 구축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꾸짖었다.

한편,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 임기 연장 불허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에 대해 당의 조직국에서 법률적 판단을 했다. 그것에 따라 저도 판단해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다른 의견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건 법 규정에 관한 얘기”라며 말을 아꼈다.

친황 체제 구축 비판에 대해서는 “나는 ‘친황’ 하려고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제 인사를 면밀히 들여다보라. 그게 친황 인사인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네이밍해놓고 틀에 맞추지 말고 사실관계를 보면 친황이라는 말이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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