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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법 바꿔 패스트트랙 처벌 피하겠다는 자유한국당

안하무인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자유한국당 새 원내지도부가 국회법을 개정해 소속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로 처벌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고 한다. 법에 따라 자신들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지니 아예 그 법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으로, 평범한 국민의 상식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황당한 발상이다.

지난 9일 한국당 새 원내 지도부로 선출된 심재철 원내대표는 투표에 앞선 정견 발표에서 “국회법 위반 문제와 관련해 의원들이 어떤 경우에도 단 한 사람도 사법처리되지 않도록 제가 총알받이가 되겠다”고 했다. 특히 정책위의장 김재원 의원은 “여러분들이 저와 심재철 의원을 신뢰하면 (국회법 형사처벌 조항 삭제를) 곧바로 협상에 투입해서 해결하겠다. 국회법을 개정하면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 수사를 중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내 충돌 사태로 국회의원 110명이 고소ㆍ고발당했다. 이 중 한국당 의원이 60명이다. 특히 이들이 연루된 회의 방해 등 국회선진화법 위반의 경우 5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국회 공간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사진을 비롯한 증거는 수없이 많고, 당시 그런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다른 형사사건과 마찬가지 절차를 거쳐 기소가 돼 재판을 받으면 자유한국당 의원들 상당수가 처벌을 받아 피선거권을 잃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원내대표 선출 투표장에서 한 김재원 의원의 주장이 실제 투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에 대한 기소와 처벌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작지 않은 호소력을 가졌을 것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심 원내대표와 김 의장이 당선됐기 때문에 무리한 추측은 아니다.

문제는 국회법 때문에 처벌받게 생겼으니 그 법을 바꾸면 된다는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의 논리다. 아무리 소속 의원들이 국회법에 따른 처벌 때문에 곤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이런 사람들을 원내 지도부로 뽑은 국회의원들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오만한 특권의식’이란 말로도 부족하다.

자신들 형사처벌 조항 삭제하라고 국회의원에게 입법권을 준 게 아니다. 국민 대다수는 가급적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불가피하게 위법을 해도 재판부에게 반성하고 있으니 선처해 달라고 하는 게 전부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을 이런 데 쓸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는 것 아닌가.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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