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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당정의 이행방안으로는 제2의 김용균 막을 수 없다

어제 정부와 여당은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일명 김용균특조위 권고안에 대한 이행방안을 발표했다. 청년노동자 김용균 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무참하게 죽은 지 1년만이고, 특조위가 권고안을 채택한 지 4개월 만이다.

김용균 씨는 1년 전 태안석탄화력발전소 9호, 10호기에 연료를 공급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당시 처참했던 김용균 씨의 죽음은 노동계와 시민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사고가 있기 며칠 전 김용균 씨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문재인 대통령에 면담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찍은 인증샷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용균 씨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혹한 결과였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민낯을 드러낸 사고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며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났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외쳤다. 그러나 여전히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현장의 위험에 안정장치 하나 없이 노출돼 있었다.

문제는 사고 이후 현재까지도 현장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국무총리 훈령으로 구성된 김용균특조위는 김용균 씨 사망 사고의 원인이 위험의 외주화와 원하청간 책임회피에 있다는 조사결과와 함께 22개 권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행을 강제하지 못하며 결국 휴지조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마스크가 방진마스크에서 특수마스크로 바뀐 것밖에 없다, 그나마 방진마스크를 다 써야 바꿔준다’는 자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번 발표를 통해 당정이 특조위 권고안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특조위 권고의 가장 중요한 내용에 대한 이행 의지가 없다면, 이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다. 특조위의 22개 권고안의 가장 첫번째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화다. 비용절감을 위한 효율화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당정의 발표는 사실상 ‘위험의 외주화’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당정의 이행방안은 또한, 2인 1조 근무를 위해 시급한 인력충원도 용역결과와 노사협의 등을 이유로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재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당정의 이행방안은 특조위의 권고안 취지에 맞게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그것이 제2의 김용균을 막는 길이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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