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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은 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들 셈인가

커다란 갈등을 겪으며 패스트트랙에 올려 이제 상정과 표결을 앞둔 선거법 개혁이 막판 민주당의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로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정당 지지율을 국회 의석수로 연결하자’는 선거법 개혁의 기본 틀을 비례대표 의석 축소와 연동률 하향 조정, 심지어 ‘연동률 캡’이라는 희한한 아이디어로 훼손하고 있다. 이는 개혁입법을 위한 연대의 기본 틀을 흔드는 태도다.

선거법 개혁의 핵심은 정당 지지율을 국회 의석수와 일치시킬 수 있는 연동형 제도다. 국민의 정당 지지율이란 정당의 노선과 정책에 대한 지지이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입법부의 인적 구성에 반영되는 것이 가장 정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자 1인만이 의석을 얻게 되어있는 현행의 소선거구제는 해당 선거구에서 과반에 이르지 못한 정당 및 후보자에 대한 지지의사를 사표로 만들고, 지역주의적 정치 행태를 유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 점에서 중앙선관위가 애초에 내놓은 안처럼 100% 연동을 전제로 비례대표 의석을 충분히 할당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지역 대표성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근간을 흔드는 것은 개혁의 취지를 훼손한다. 더구나 지금 ‘4+1’ 협상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연동률 하향이나 ‘캡’ 같은 제한은 사실상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주장대로 해도 현재 협상에 참여하는 각 당의 의석수가 대동소이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과거의 제도로 형성된 지형을 그대로 유지할 작정이면 굳이 선거법을 바꿀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을 중시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게임’의 룰인 선거법이 ‘플레이어’인 여야 주요 정당의 합의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선거의 주인은 국민이지 현재 거대 의석수를 가진 정당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들끼리의 합의를 절대시하는 건 스스로 국민을 섬길 생각이 없다는 걸 드러내는 행태일 뿐이다.

선거법 개혁을 마무리 지을 주객관적 조건은 충분히 성숙한 상태다. 예산안 처리에서 보여준 것처럼 선거법 개혁 역시 개혁에 동의하는 국회의원들이 단합한다면 처리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의 결단이다. 민주당은 그 동안 연동형 선거법 개혁을 지지해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이를 공약으로 했다. 그래놓고 지금 와서 말도 되지 않는 주장으로 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스스로 ‘거짓말 정당’, ‘기득권 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이를 말릴 방법은 없다. 다만 겉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뒤로는 기득권 보호에 열을 올리는 건 볼썽사납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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