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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연설에 ‘농업 비전’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농정틀 전환을 위한 농특위 순회 토론회 보고대회’에 참석해 농업 비전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농업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대통령의 농업홀대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내외의 관심을 끌 만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온 ‘농업 비전’은 매우 실망스런 내용이었다. 대통령은 쌀값을 19만원대로 안정시킨 것과 쌀 관세율 협상에서 513%을 확보해 쌀 산업발전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것, 그리고 농가소득을 4,000만 원 이상으로 올린 것을 현 정부의 농업성공 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을 크게 왜곡한 것이다.

지난해 쌀값이 19만원대로 오른 것은 유례 없는 흉년으로 쌀 생산량이 400만 톤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며, 올해는 연이은 태풍으로 수확량이 역대 최저치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쌀값이 조금 안정세가 되자 정부는 수확이 한창일 때 재고미를 방출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쌀 관세율 513%를 지켜 쌀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말은 진실을 왜곡한 말이다. 밥쌀용 쌀 수입의무 조항, 나라별 쿼터 규정, 수입쌀 의무 관리 규정 등 이미 사라진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고 말았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한 결과다. 513% 관세율 검증은 애초에 협상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WTO 개도국 지위도 포기했다. 농가소득이 지난해 쌀값 안정으로 약 200만원 올랐으나 그 구조를 보면 허약하기 짝이 없다.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28%에 불과하다. 농민 1인당 연평균 농업소득은 600만원이다. 노동자 최저임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농업소득은 최근 25년간 1,000만원 수준에서 변함이 없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000만원으로 크게 인상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공익형 직불제 도입, 농촌지역 SOC 확대, 농산물 수급관리 시스템 선진화, 스마트 팜 농업 확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공익형 직불제’는 변동직불제를 폐지해 쌀값의 마지막 안전핀을 제거하는 정책으로 현장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농촌에 SOC를 확대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것도 당장 내년 총선용 발언으로 결국 토건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농산물 수급관리 시스템 선진화의 핵심이 생산자 자율면적조절과 수급조절인데 가격안정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하나도 명시돼 있지 않다. 가격은 시장에 맡기고, 물량은 농민 스스로 조절하라는 식으로 매우 무책임한 발상이다. 스마트 팜 혁신밸리는 농민들에게 기업일감주기 토건사업이자 소수농민 육성사업이며 농산물 가격 포기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민수당, 농지개혁, 공공수급제, 농업예산 확대, 통일대비 농정 등 농민들의 요구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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