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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2인자’의 노동법 위반 법정구속의 의미

자회사의 노조 와해 공작에 가담한 혐의로 ‘삼성 2인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7일 이 의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으며,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에게도 실형을 선고한 후 법정 구속했다. 범행에 가담한 노무사와 전직 정보경찰 두 명에게도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에 넘겨진 32명 중 26명에게 유죄가 선고됐을 정도로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은 명백한 불법이었다. 이 의장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이른바 ‘그린화 작업’이라는 이름 하에 그룹 차원에서 노조 와해를 계획했고,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 자회사에는 상시 TF를 두고 이를 실행했다.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폐업시키고 노조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개인적 불이익을 가했다. 경찰까지 동원해 협상에 개입하고 사망한 조합원의 가족에 대한 매수 시도까지 이뤄졌다. 미래전략실에서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그룹 차원’의 불법행위를 꺼리지 않았던 셈이다.

재판부는 삼성이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 방법을 기재한 문건의 수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문건들을 굳이 해석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범행의 모의와 실행, 공모까지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삼성전자서비스가 노동조합법 상의 사용자이며, 노조 약화를 위해 불법적 지배개입을 한 점도 명백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혐의도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너무도 당연하며 삼성의 행위가 불법이었다는 건 논란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오히려 최초의 범행에서부터 이 당연한 판결이 나오기까지 6년이나 걸렸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정도다. 삼성의 집요한 반노동 행위는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왔고, 단지 남은 것은 그에 대한 사법적 단죄였다. 그런 의미에서 재판부의 판단은 의미가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사건의 피해자인 노동자들이다. 지난 10월 증인석에 선 윤종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누구나 죽음을 결심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으로 일자리를 잃을까봐 두려워했고, 관리자들이 집이나 헬스장까지 찾아와 폐업을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최종범·염호석 씨는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 삼성은 이들의 장례식까지 방해했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싸우는 것은 우리 헌법이 선언한 정당한 권리다. 이를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삼성의 집요한 와해 공작을 이겨냈고, 이번 재판은 이런 와해 공작이 불법임을 확인했다. 아무리 ‘삼성’이라고 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게 다시금 격려와 성원을 보낸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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