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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민영화 가속화 할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정부는 지난 5일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민간보험회사가 ‘헬스케어 회사’를 자회사로 만들어 건강관리 상품을 판매하게 하고, 개인 의료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환자 질병정보 수집 기한도 15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 개정안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두 차례 ‘건강관리서비스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했던 정책이다. 그러나 2010년, 2011년 당시에도 의료민영화를 가속화 할 가능성이 있어 비판을 받고 중단되었던 정책들이다. 현재 정부는 1년간 가이드라인을 운영해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으면 법규에 반영하겠다고 한 상태다.

민간보험회사가 자회사를 두어 가입자들의 건강관리를 하게 하는 방안은 미국식 의료 모델과 매우 비슷하다. 미국은 민간 보험회사가 건강관리는 물론 병원과 계약을 맺어 의료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정부의 보도자료에 나온 ‘마이헬스노트’는 삼성화재가 강북삼성병원 당뇨 전문의 자문상담을 받게 해주는 서비스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롯데손해보험이 ‘주요 전문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민간보험회사가 개인의 질병상담은 물론 병원과의 연계에까지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은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되어있고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한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모순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건강관리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민간보험사를 위한 시장을 만들어,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고, 건강에 대한 개인적 책임만을 강조할 것이다. 또한 민간보험회사는 개인의 질병정보를 안정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보들은 다시 보험회사의 이윤을 높일 수 있는 보험상품을 만드는 데 활용될 것이고, 건강과 질병에 취약한 사람들은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거나 가입을 거부당하는 악순환이 생길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식 의료제도처럼 공보험을 무너뜨리는 정책이 될 것이다.

건강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며, 사회 경제적 요인과 관련이 깊으므로, 시장에 맡기는 정책들만 강화해서는 안 된다. 건강권을 어떻게 보장할지, 건강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서 정부와 공적보험 등 공공의 영역에서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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