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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르무즈 파병 검토조차 하지 마라

문재인 정부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고 밝혔지만 이미 12일에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파병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 중 일부를 호르무즈 현지에 추가 파견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다 미국의 요구에 응하겠다는 것으로 읽혀 진다. 또한, 같은 자리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4차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파병을 연계시키고 있음도 시사했다.

북·미 협상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날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눈치 보며 미국 하자는 대로 줏대 없이 끌려다니기만 하니 큰일이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한미동맹이란 말인가. 호르무즈 해협이나 남중국해 등 미군 작전 영역에까지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은 기존 한미동맹의 틀을 뛰어넘는 결정이다. 호르무즈 파병이야말로 우리 국익에 일말의 도움이 되는 것도 없고, 아무런 명분도, 이해관계도 없는 일이다. 왜 굳이 우리가 미국과 이란의 분쟁에서 미국 편을 들며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란의 무장 세력들에게 적대국으로 규정되어 호르무즈 해협을 이동하는 우리 배들과 국민의 안전이 위험에 놓일 것이 뻔하다.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다.

애초 이란과 미국의 국제 분쟁을 유발한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이란이 반발하자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주변에 항공모함을 파견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한마디로 가해자가 미국이란 것이다. 가해자 미국 편에 서는 것은 미국과 함께 가해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중재해도 모자랄 판에 군사적 갈등을 조장하는 미국을 거들겠다는 것은 ‘조폭 부하’를 자처하는 짓이다.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 이슈와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시켜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우선 호르무즈 파병과 방위비 분담금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미국의 파병 요구를 들어주면 한미방위비 분담금 압박을 피해갈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정잡배 수준의 무원칙한 접근이다. 더욱이 우리 국민과 장병의 생명이 걸린 사안을 놓고 계산기를 두들기는 모습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압력을 계기로 미국은 국제사회의 평화 유지에도, 우리 국익에도 무엇하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시 한번 만천하에 드러났다. 미국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회의적인 것은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집권 세력의 한계 때문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집권여당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이라크 파병을 결정해서 한미동맹에 목맸다. 그래서 우리가 남은 것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같은 오류를 두 번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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