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투표용지에 ‘비례자유한국당’ 이름 못 올린다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3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비례○○당 명칭의 정당 명칭 사용 가능 여부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다.  2020.01.13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3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비례○○당 명칭의 정당 명칭 사용 가능 여부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다. 2020.01.13ⓒ김철수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비례자유한국당’을 포함, 정당 명칭에 ‘비례○○당’을 사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로써 4·15 총선에 대비해 ‘비례자유한국당’을 명칭으로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창당하려던 자유한국당의 꼼수에 제동이 걸렸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 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비례○○당’ 명칭은 기존에 등록된 정당명과 유사한 명칭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한 정당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정당법 제41조는 새로 창당하는 정당의 이름은 이미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선관위는 유권자들이 기성정당 이름에 ‘비례’를 추가한 ‘비례○○당’ 이름을 봤을 때 기성정당과 동일성을 오인하거나 혼동해 정치적 의사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비례○○당’ 명칭은 얼마 남지 않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비례자유한국당과 자유한국당은 다른 정당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선관위는 유권자의 오인·혼동 여부는 ‘비례’ 단어가 중요 부분에 해당하는지를 포함해 투표권 행사과정, 정당·후보자 등의 선거운동, 언론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선관위는 ‘비례’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만으로 정당의 정책과 정치적 신념 등 어떠한 가치를 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선관위는 ‘비례’ 단어에 대해 “그 자체가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비례’라는 단어와의 결합으로 이미 등록된 정당과 구별된 새로운 관념이 생겨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선관위는 “투표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배부받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투표’ 투표용지에 게재된 내용에 비춰 비례○○당의 ‘비례’의 의미를 지역구 후보를 추천한 정당과 동일한 정당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이른바 ‘후광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유권자들이 ‘비례자유한국당’ 당명을 보았을 때 곧바로 자유한국당을 떠올리기에 십상이라는 것이다.

선관위는 “‘비례○○당’ 사용을 허용하는 경우 무분별한 정당 명칭의 선점·오용으로 정당 활동의 자유 침해와 유사 명칭 사용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혼란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이 왜곡되는 선거 결과를 가져오는 등 선거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선관위는 아직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 자체를 완전히 제한하지는 못했다.

선관위는 이날 명칭 사용이 불허된 ‘비례자유한국당’을 포함해 ‘비례○○당’ 창당준비위원회에 “정당법 제41조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다른 명칭으로 정당 등록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가 잘못 결정했다”며 “‘비례자유한국당’을 불허한 것이 이해되지 않고 납득이 안 간다.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자유한국당은 이후 다른 명칭으로 위성정당을 등록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김성원 대변인은 “(비례대표) 30석에 연동형 캡(상한선)을 씌워서 이번 선거에 임하게 됐는데 우리가 1당이든 2당이든 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냐”며 “황 대표는 ‘편법과 꼼수를 막기 위해서는 묘수가 동원돼야 한다’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당장 선관위의 결정에 정면 대응하는 것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은 “비례자유한국당과 자유한국당은 별개의 정당이기 때문에 저희가 나서서 불복 소송을 하는 것은 좀 문제점이 있다”며 “조금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결론이 확실히 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최 의원은 “저는 자유한국당의 법률자문단장으로서 법률 자문을 하는 것이고 형식상 두 정당은 명백히 틀린 정당”이라며 “저나 저희 자문단이 (불복 소송을) 하는 것은 좀 안 맞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자유한국당은 법률지원단 검토 후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협의체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9.12.05
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협의체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9.12.05ⓒ정의철 기자

선관위 결정 일제히 환영한 여야 5당
‘위성정당’ 창당 제동 않은 선관위 결정에 우려 목소리도

지난 본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공조한 더불어민주당과 야 4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정의당·민주평화당)은 선관위의 결정에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당법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자유한국당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꼼수 위성정당 ‘비례자유한국당’ 설립 구상을 철회하고 정책과 인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정정당당한 정치로 돌아오라”고 요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자유한국당은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법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부끄러움을 알라”고 촌평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제1야당이 이런 식의 꼼수 정치 대열에 합류한다는 것 자체가 자유한국당이 개혁대상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며 사과를 촉구했고, 평화당 박주현 대변인도 “국민을 우롱하는 ‘비례자유한국당’ 시도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논평했다.

다만 정의당은 환영의 목소리를 함께 내면서도 ‘비례자유한국당’ 대신 다른 명칭으로 위성정당 등록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선관위의 결정에 대해선 “자유한국당이 또다시 헛된 희망을 품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명칭의 유사성 정도와 관계없이 자유한국당이 창당하려는 위성정당은 그 본질이 ‘위장정당’이자 ‘가짜정당’이므로 향후 선관위는 창당 등록 수리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비례자유한국당 창당 준비과정에서 정당법, 정치자금법,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다수 밝혀진 바 있다. 선관위는 책임 있게 진상을 조사해야 하고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의 엄정한 판단이 필수 불가결하다”며 “정의당은 자유한국당의 불법 위성정당 창당 시도를 예의주시하고 필요한 경우 고소·고발해 우리나라 정당 정치가 불법과 꼼수로 혼탁해지는 상황을 방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도희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