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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위기 : 중국에겐 경제문제, 북한에겐 정치적 기회

편집자주/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향후 몇 년간의 세계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중동의 역내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과의 갈등을 이어온 중국과 북한의 입장에서 이 사건은 어떤 영향을 끼칠까?

알자지라는 이란과 국경을 맞댄 중국에겐 새로운 문제이지만, 핵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북한에겐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원문은 What do tense US-Iranian relations mean for China, North Korea?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하이오에서 열릴 예정인 선거운동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2020.1.9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하이오에서 열릴 예정인 선거운동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2020.1.9ⓒ신화/뉴시스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중국에게는 골칫거리이지만 북한에게는 전략적 기회를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주일간의 위기가 가져온 많은 결과 중 일부로 말이다.

이라크내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유발한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로 중동지역이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제1의 걸프만 원유 수입국인 중국에게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주요 석유 공급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이다. 양국은 지난 10월부터 인프라 계약의 일부로 중국에게 하루에 100,000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베이징은 이란 원유의 제1 수입국이기도 하다. 미국의 제재 예외조치가 작년에 만료된 이후에 수입량이 줄기는 했지만 말이다. 중국의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1월에도 54만 톤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지난 해 4월의 304만 톤보다 훨씬 적은 양이다.

그런데 평양에게 이 문제는 더 정치적인 면이 있다. 북한은 미국의 솔레이마니 암살을 미국이 이란의 체제 전복을 꾀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프로그램을 재개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중국의 국영 타블로이드인 글로벌타임스는 영문판 수요일 사설을 통해 미국이 이란 위기를 이용해 중국의 경제에 타격을 주려 한다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사설은 “미국의 목표는 중국을 지목하거나 심지어 중국을 군사적 충돌에 끌어들임으로써 중국의 경제발전을 저지하는 것”이라며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에게 대한 중국의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그런 전술에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란, 중국, 러시아 해군의 연합훈련. 이란은 중국,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2019.12.28
이란, 중국, 러시아 해군의 연합훈련. 이란은 중국,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2019.12.28ⓒAP/뉴시스

옵션이 별로 없는 중국

지난달에 오만 만에서 이란, 러시아와 합동해상군사훈련을 시행한 시진핑 정권은 솔레이마니의 죽음에 대해 미국을 엄중히 비난했지만 중국이 취할 수 있는 그 외의 조치는 별로 없다.

싱가폴에 있는 컨설팅 회사인 베리스크메이플크로프트의 수석 아시아 분석가인 카호 유는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 중국의 외교정책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과 제2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2018년부터 중국의 산업을 옥죄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수출과 제조가 둔화되면서 중국은 2019년 4/4분기에 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1992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인공지능회사인 컴플리트인텔리젠스의 설립자로 오랫동안 중국을 지켜본 토니 내쉬는 중국이 무역전쟁을 지속할 힘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게다가 이란 문제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협상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카호 유는 “트럼프가 중국 기업들의 이란과의 거래를 협상 카드로 이용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에 관한 미국의 경제제재를 준수하지 않았고 군사적으로도 이란의 핵심 공급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월, 미국은 “알면서도” 이란산 원유를 수송해 미국의 이란 관련 제재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러 중국 인사와 기업에게 제재를 가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미국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화웨이 또한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공격받고 있다. 화웨이의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사기와 이란과의 ‘불법’ 거래를 위해 HSBC홀딩스를 이용했다는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다.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중국 기업들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그가 성공할 가능성이 큰 것 같지는 않다.

이코노미스트 정보부에서 세계 무역을 책임지고 있는 닉 매로는 국제사회가 솔레이마니의 암살을 미국의 무모함의 일례라 간주해 트럼프 정권의 신뢰도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매로는 이어 “이는 미국이 목소리를 높이려고 하는 다른 국가안보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며 “불안정을 초래하는 외교정책으로는 미국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담해진 북한

예전에도 트럼프가 이란을 상대로 어떤 행동을 취하면 북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곤 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트럼프가 이란과의 핵협정에서 탈퇴했을 때,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김정은은 지난 2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일련의 미사일 실험을 감행했고, 지난 해 말에는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에 대해 경고했다. 솔레이마니의 암살이 김정은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는 여러 군데서 나온다.

레이프 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학 교수는 호주의 영향력있는 싱크탱크 로우위인스티튜트에서 발행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이란의 최고위급 지도자를 죽였기 때문에 북한은 다음 도발의 수위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북한은 이제 이란의 사례를 가리키며 비핵화 거부와 체제 유지를 위한 전략적 억제력의 강화가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2.30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2.30ⓒ뉴시스/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2019년의 마지막 날, 김정은은 미국이 경제제재와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유지하는 등 적대정책을 펼치면서도 “강도적인 요구”를 한다며 북한이 선제적으로 선언했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유지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을 철회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기자들에게 말하며 “그가 나와의 약속을 깰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시노-엔케이(북한과 중국, 한국 및 북중 국경 지역 문제 관련 연구기관)의 앤서니 리나 한반도 담당 분석관은 솔레이마니 암살이 트럼프의 북한전략을 와해로 이끌 수 있다고 했다.

리나 분석관은 미국 외교정책의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계속 협력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국과 이란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국가들이 미국의 선의를 덜 신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캠페인과는 다른 방향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려는 시점에서 특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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