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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던진 고민정 “심장이 가리키는 곳, 피하지 않겠다”
21대 총선에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단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1.15.
21대 총선에 출마를 위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단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1.15.ⓒ뉴시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심장이 가리키는 곳. 그곳이 내가 서야 할 곳이라면 당당히 맞서겠다"며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셈이다.

고 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21대 총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느 일요일 출근길, 복잡한 마음을 다스려보려 72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밀려들 때였다"며 "지난 3년 동안 늘 스스로 정치에 몸담기를 거부해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런데 일요일 그날, 달려가던 버스가 정류장에 잠시 정차하는 듯 하더니 기사님이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와 내게 캔커피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몰라 쳐다보는 내게 기사님은 '힘드시죠? 기운내세요!' 웃으며 한마디를 던지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고 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 생활은 개인적 시간을 돌아볼 여유를 주지 않았다. 하루를 세 번 사는 것처럼, 아니 네 번을 사는 것처럼 매일이 굴러갔다"며 "그렇게 일에 치이다 보면 시간이 흐르겠지 싶었는데 조금만 틈이 보이면 출마 얘기가 흘러나왔고, 나는 화제를 돌리기 바빴다"고 돌아봤다.

그는 "정치의 한복판인 청와대를 벗어나 있으면 좀 나으려나. 12월 말, 생각을 정리할 겸, 어쩌면 불출마 논리 완성을 위해, 주말을 이용해 온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공항에서 만난 할아버지, 렌트카 업체에서 일하던 직원, 길을 걷다 마주친 내 또래의 부부는 721번 버스기사님처럼 '힘내세요!' 하며 간절함과 응원의 눈빛으로 내 최종 결심을 흔들어댔다"며 "불출마 결심을 위해 온 여행에서 사람들은 나를 마구 흔들어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전 대변인은 "나는 내 안의 내게 무엇이 되고 싶은지가 아니라 왜 사는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다시 물어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완벽한 세상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완벽해지기 위해 정권교체에 뛰어들었고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참모들에게는 호랑이 같지만 국민들 앞에선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분이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어느날 난 그의 입이 되어 있었다"며 "그러나 세상은 생각만큼 쉽게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좀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려 몸부림쳐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다"며 "내 손으로 정치를 바꿔보겠다던 국민들이 촛불로 대통령은 바꿨지만, 국회까지는 아직 아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전 대변인은 "전세계가 주목했던 촛불혁명이 정쟁으로 그 의미가 희석되고 있었다. 완성된 줄로만 알았던 내 꿈은 아직 미완성이었던 것"이라며 "이제 그 그림을 내 손으로 완성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부 기자생활도, 정당생활도 해보지 않은 이방인이었던 내가 성실함과 진심, 이 두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2년 8개월을 그려왔듯 내 아이들을 위해, 내 뒤를 따라올 그 누군가를 위해, 대한민국의 일보 전진을 위해 홀로서기를 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 앞에 우뚝 서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산을 과연 내가 넘을 수 있을까, 상상할 수 없는 험난한 여정이 펼쳐지진 않을까, 얼마나 많은 상처를 견뎌야 할까"라며 "하지만 그동안 단련된 내 안의 근육들은 또 다시 산을 넘으라 재촉한다. 그래서 더 단단해지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민정 전 대변인 페이스북 전문

‘덜커덩’
어느 일요일 출근길, 복잡한 마음을 다스려보려 72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밀려들 때였다.

나는 마음이 복잡할 때면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고는 한다. 각자의 이유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 옷매무새, 걷는 모습들을 보면 생각이 정리되곤 했기 때문이다.

‘나한테 선거는, 정치는 어울리지 않아.’

지난 3년 동안 늘 스스로 정치에 몸담기를 거부해왔다. 그런데 일요일 그날, 달려가던 버스가 정류장에 잠시 정차하는 듯 하더니 기사님이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와 내게 캔커피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몰라 쳐다보는 내게 기사님은

“힘드시죠? 기운내세요!”

웃으며 한마디를 던지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뭐라 감사의 말도 하지도 못한 채 나는 창밖 하늘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고개를 숙이면 왠지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변인 생활은 개인적 시간을 돌아볼 여유를 주지 않았다. 하루를 세 번 사는 것처럼, 아니 네 번을 사는 것처럼 매일이 굴러갔다. 새벽, 오전, 오후, 저녁. 아침에 있었던 일은 꼭 어제 일 같고, 일주일 전 일이 한달 전 일 같았다.

외교. 안보. 정책 할 것 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이슈들, 300여명의 기자들과 겨뤄야했던 팽팽한 신경전, 정확한 언론 대응을 위해선 그 열 배의 자료를 보고 분석해야 했다. 그렇게 일에 치이다 보면 시간이 흐르겠지 싶었는데 조금만 틈이 보이면 출마 얘기가 흘러나왔고, 나는 화제를 돌리기 바빴다.

정치의 한복판인 청와대를 벗어나 있으면 좀 나으려나. 12월 말, 생각을 정리할 겸, 어쩌면 불출마 논리 완성을 위해, 주말을 이용해 온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공항에서 만난 할아버지, 렌트카 업체에서 일하던 직원, 길을 걷다 마주친 내 또래의 부부는 721번 버스기사님처럼 “힘내세요!”하며 간절함과 응원의 눈빛으로 내 최종 결심을 흔들어댔다. 불출마 결심을 위해 온 여행에서 사람들은 나를 마구 흔들어댔다.

나는 내 안의 내게 무엇이 되고 싶은지가 아니라 왜 사는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다시 물어야 했다…

완벽한 세상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완벽해지기 위해 정권교체에 뛰어들었고 그 바람은 현실이 되었다.

참모들에게는 호랑이 같지만 국민들 앞에선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분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난 그의 입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만큼 쉽게 바뀌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좀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려 몸부림쳐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다. 내 손으로 정치를 바꿔보겠다던 국민들이 촛불로 대통령은 바꿨지만, 국회까지는 아직 아니었던 것이다. 전세계가 주목했던 촛불혁명이 정쟁으로 그 의미가 희석되고 있었다. 완성된 줄로만 알았던 내 꿈은 아직 미완성이었던 것이다.

이제 그 그림을 내 손으로 완성해 보려 한다.
정치부 기자생활도, 정당생활도 해보지 않은 이방인이었던 내가 성실함과 진심, 이 두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2년 8개월을 그려왔듯 내 아이들을 위해, 내 뒤를 따라올 그 누군가를 위해, 대한민국의 일보 전진을 위해 홀로서기를 해보려 한다.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 앞에 우뚝 서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산을 과연 내가 넘을 수 있을까, 상상할 수 없는 험난한 여정이 펼쳐지진 않을까, 얼마나 많은 상처를 견뎌야 할까…

하지만 그동안 단련된 내 안의 근육들은 또 다시 산을 넘으라 재촉한다. 그래서 더 단단해지라 한다. 지금까지 키워온 근육들이 너의 두 다리를 받칠 것이고, 가보지 않은 그 세상은 너에게 또다른 세상을 선사할 것이라고, 무엇보다 너로 인해 생긴 그 길이 누군가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더 나은 세상은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의지로, 나의 선택으로 그 길을 걸어갈 때에만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심장이 가리키는 곳.
그곳이 내가 서야 할 곳이라면 당당히 맞서겠다.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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