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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경마기수노조 설립 신고필증 즉각 교부하라”
부산고용노동청의 모습.
부산고용노동청의 모습.ⓒ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난 20일, 7명이 죽어나간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경마기수들이 처음으로 노동조합 설립을 신고했다. 그러나 고용노동청이 서류 보완, 추가 자료 등을 요구하면서 검토와 결정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는 “제8의 문중원을 막으려면 즉각 설립신고필증을 교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중원 경마기수가 경마장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지 53일째인 20일, 경마기수들이 노조설립 신고서를 부산고용노동청에 제출했다. 오경환 경마기수노조 위원장은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뭉쳐 싸울 수밖에 없다”고 절박한 심경을 전했다.

경마기수들의 노조 참여는 압도적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경마기수 30여 명 가운데 28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이달 8일 노조 창립총회를 통해 노조위원장을 선출했다. 그동안 경마기수 지부가 있었지만, 단체교섭권 등 법적 효력이 없었다. 이들의 사용자는 부산경마공원의 조교사들로, 이번에 필증을 받으면 열악한 처우개선 등을 위해 본격적인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조 설립 신고서를 내면 통상 3일 이내에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경마기수가 특수고용노동직인 만큼 검토할 사항이 많다며 추가 자료를 노조에 요청했다.

부산고용노동청 노사상생과 관계자는 “두 개의 시도에 조합원이 있어야 신고가 가능하다. (노동자들의) 실제 근무장소와 계약이 이루어진 마방 위치 등에 대해 보완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법상 다툼의 여지가 없다면 3일 내로 교부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인 만큼 검토에 시일이 필요하다. 여러 대법원 판례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마사회는 숨진 문중원 경마기수 등이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한다. 경마기수들은 마사회가 아닌 조교사와 기승계약을 맺고 있다. 그렇지만 말을 타고 모는 모든 통제권한은 마사회가 가진다. 마사회는 기수면허를 발부하고, 갱신, 상금분배를 결정한다. 다만 고용책임은 지지 않는다. 전근대적 다단계 하청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마사회→개인마주→조교사→경마기수, 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제도적 문제는 지난 2017년 박경근 마필관리사 등이 숨졌을 때도 사회적 논란이 됐다.

노동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발점이 노동조합 설립이라고 본다. 단체교섭권 등 노동3권을 가진 노조가 있어야 경마기수 등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문제를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지난 15년간 7명의 경마기수, 말관리사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업장”이라며 고용노동부가 ‘시간끌기’가 아닌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15년간 경마기수들은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일하면서 부당한 지시와 갑질에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죽음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노조법 상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노동조합을 통해 다단계 갑질 구조에 대항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는 즉각적 필증 발부로 경마기수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고 문중원 기수의 유족들은 50여 일이 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싸우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자, 빈소를 서울로 옮긴 유족들은 “정부가 개입해 공기업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매일 추모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유족과 시민대책위는지난 17일부터 4박 5일간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마사회 갑질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가는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고 문중원 기수가 숨진 지 52일째인 20일, 부산경남경마장 경마기수들이 노조설립 신고를 위해 부산시청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 문중원 기수가 숨진 지 52일째인 20일, 부산경남경마장 경마기수들이 노조설립 신고를 위해 부산시청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유서를 남긴 채 숨진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과 관련한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유가족 장인어른이 마사회 측에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4박5일 마지막 날인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2020.01.21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유서를 남긴 채 숨진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과 관련한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유가족 장인어른이 마사회 측에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4박5일 마지막 날인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2020.01.21ⓒ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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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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