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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정식재판 시작되자 검찰 ‘허위기소’ 문제 속속 드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 비리·사모펀드 사건 정식재판이 시작되자 검찰의 ‘백지 기소’, ‘공소권 남용’ 등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22일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업무상횡령 등 혐의 첫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9.10.23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9.10.23ⓒ김철수 기자

하나의 표창장 두고 재판은 두 개
‘이중기소’, ‘공소권남용’ 비판에 재판부 “적절한 지적”

앞선 공판준비기일과 마찬가지로 정식재판에서도 검찰이 주장하는 주요 입시비리 혐의인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 ‘이중기소’ 문제가 제기됐다. 하나의 표창장을 두고 두 개의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 교수 측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최초 공소장에 ‘정 교수가 성명불상자 등과 공모해 2012년 9월 동양대에서 총장 직인을 날인했다’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재판 시작 뒤 ‘정 교수가 딸 조 모 씨와 공모해 2013년 6월경 거주지에서 컴퓨터로 총장 직인을 합성했다’라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범행 일시·장소·방법 등이 중대하게 변경됐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이를 기각하자 검찰은 정 교수를 추가 기소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검찰이 기존 공소사실을 철회하고 새로운 공소사실을 추가했다”라며 사실상 검찰이 공소취소 의사를 표했으니 법원에서 공소기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검찰 신청대로) 공소장이 변경됐다면 이전 공소사실은 전혀 거론되지 않고 새 공소사실로 다퉜을 것”이라며 “(검찰 주장대로 공소장 변경 전후 공소사실에) 동일성이 있어도 기존 사실을 지우고 새 사실을 집어넣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공소장 변경 전후) 범행이 다르다고 인정하면서 (기존) 공소를 유지하는 건 공소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검찰은 “(변경된 공소사실이) 기본사실과 동일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변경 내용도 일시 등을 구체화한 것이지 기존 사실을 철회한 건 아니다”라며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입증하려고 했으나 재판부에서 불허해 불가피하게 추가 기소했다”라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 측이 제기한 검찰의 ‘이중기소’, ‘공소권남용’ 부분에 “적절한 지적이다”라며 공감했다.

재판부는 “그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 사건이 애초에 심리될 게 아닌데 공소를 유지해서 왜 재판을 하는지”라며 “검찰 스스로 위조한 표창장은 한 개라고 하는데, 두 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재판부 입장에서도 위조된 표창장이 하나면 하나의 재판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증인·증거조사 이후 이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장변경 신청 자체로 공소취소 의사를 도출하기 어렵다. 당장 공소기각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라며 “공소권을 남용해 위법한 공소인지 보기 위해 어떤 증거를 바탕으로 공소를 제기했고, 이후 어떤 증거를 수집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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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검찰 대대적 홍보한 공소사실 “범죄성립 어려워”

본 재판이 시작되기 전 검찰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입시비리, 사모펀드 관련 공소사실과 관련해 정 교수 측은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로 충분히 입증됐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입시 비리 사건에 대해 정 교수 측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변론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변호인은 “사모펀드 사건의 핵심 쟁점은 정 교수의 행위와 관련된 것이라 정 교수가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변론하면 된다. 하지만 입시비리 사건은 어머니가 자식의 일을 대신 변호하고 있다. (자식의 일이라) 정 교수가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 측은 표창장 위조 혐의의 핵심 증거인 총장 직인 파일이 정 교수 집무실 컴퓨터가 아니라 동양대 조교 휴게실 컴퓨터에서 나온 점을 지적하며 “(정 교수가 위조했는지) 의심을 품을 수 있는 사건인데, 과연 그렇게 수사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위조된 표창장을 제출해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정 교수 측은 “실제 업무방해가 있어야 하는데 서울대 의전원은 (딸 조 모 씨가) 불합격했다”라며 죄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서류에 허위가 있으면 다 위계공무집행방해인지, 그게 맞는 법 적용인지 의문”이라며 업무방해 혐의 과잉 적용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이 ‘출석은 했는데 며칠 밖에 안 갔다’, ‘어디 갔는데 열심히 안 했다’ 이런 내용이다”라며 “학생지도 선생님이 ‘너 왜 열심히 안 해’ 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의문이다. 그걸 부모에게 문제 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12.26
유재수 전 부산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문정동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12.26ⓒ김철수 기자

또 사모펀드 사건에 대해 정 교수 측은 “복잡하고 거대한 사건인 것 같지만, 범죄 행위가 아닌 정상 경제활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 교수가 당시 경제 책임자로 일정 수익을 올리기 위해 돈을 거래한 것이다. 배우자가 공직자가 되면서 주요 수입원인 주식을 매각하고 사모펀드를 하면서 선물을 배웠다는 게 과장돼 이 사태에 이르렀다”라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와 공모해 업무상 횡령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거래 상대방과 공범 책임을 인정하려면 (정 교수가) 교사하거나 전 과정에 관여했어야 한다. (조 씨의 채무 관계를) 안다는 것만으로 공범이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투자자인 정 교수에게 보고의무가 없는데 보고의무를 묻는 기이한 행태”라며 “문제가 된 미공개정보는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이미 공개된 내용이다. 공개시장 거래가 아닌 직접 협상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미공개정보 원칙이 적용 안 되는데 왜 공소사실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검찰, 압도적 수사력으로 조국 가족 이 잡듯 들여다봐”

마지막으로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압도적 수사력으로 조 전 장관 가족의 삶을 이 잡듯 들여다봤다”라며 수사 진행 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변호인은 “(입시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어떤 범죄 행위가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없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증명대상은 10년이 넘은 전 일이다. 압도적 수사력으로 과거 없던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녀 스펙과 관련해) 일부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법정에서 위법을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검찰은 완벽하게 입증됐을 때 기소해야 한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없던 일을 있던 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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