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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문중원 기수 노사교섭·경찰수사 둘 다 “쉽지 않아”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가 22일 청와대 앞에서 설 전에 책임자 처벌 등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1.22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가 22일 청와대 앞에서 설 전에 책임자 처벌 등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1.22ⓒ김철수 기자

故 문중원 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50여 일이 지나고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족이 거리에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한 지 27일째다. 곧 온 가족이 함께하는 설날이지만, 문제가 풀릴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故 문중원 기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마사대부 심사 비리 의혹 등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노조와 유족 측의 요구는 경찰수사 등을 이유로 한국마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좀처럼 진전이 없는 상황이고, 관련 경찰수사 또한 수사결과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전 없는 노·사 교섭

22일 오후 기준 유족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한국마사회 측과 교섭을 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노사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마사회와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3일부터 경마가 열리는 금·토·일을 제외하고 월·화·수·목 주 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사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7일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교섭의 세세한 내용은 알려주기 어렵다”면서도, 진행되는 교섭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서로 민감하긴 하지만, 나름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부분은 있다”며 “우리 요구는 분명히 있고, 마사회 측은 이 요구를 수용하거나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부분 등이 있어, 이에 대해서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유족과 노조의 요구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故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마사회의 공식적인 사과와 반복된 죽음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이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개장 이래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반복된 죽음이 있었고, 2017년 이후에도 기수와 마필관리사 4명이 죽었다. 누가 봐도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라며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서서 제대로 문제해결을 하겠다고 해도 부족할 판인데, 노조가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조차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마사회가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화 통화를 한 지 5일이 지난, 이날도 이 관계자는 “별로 진전된 점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수사...“시간 걸릴 것으로 보여”

수사결과가 나온다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에 관한 교섭이 좀 더 수월하겠지만, 이 또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故 문중원 기수가 죽기 전 유서에 남긴 내용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0일 “유서의 내용과 관련 진술, 통신 기록 등 증거를 확보하고 맞춰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12월 1일 고인이 유서에 언급된 부정경마 및 조교사 개입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부산 강서경찰서에 의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를 의뢰받은 부산 강서경찰서는 이 사건을 수사해 오다가 같은 달 31일경 선거 시기 등을 이유로 부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이하, 부산청 지수대)로 넘겼다. 이후 부산청 지수대가 이 사건을 담당해서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경찰은 유서의 내용처럼 정말로 마방대부 심사 과정에서 밀어주기 등 비리가 있었는지, 그리고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이를 밝히기 위해,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마방대부 심사 과정에서 누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소문대로 결과가 나왔다’는 진술 등을 관련 증거자료와 대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방대부 심사 비리의혹’은 故 문중원 기수 죽음의 원인 중 하 나로 지목되는 사건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두 차례의 마방대부 심사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누가 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정말 소문대로 결과 발표가 났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의혹을 뒷받침하는 마방대부 심사 점수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마사회 마방대부 심사 면접관 중 외부인사 2명은 문 기수에게 20점 만점에 18점·15점인 합격점수를 준 반면, 마사회 내부인사들은 매우 낮은 불합격점수(12점 2명, 13점 2명, 14점 1명)를 줬다. 이런 이유로 문 기수는 2등 안에 들지 못하고 3등을 하면서 마방대부 심사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경찰은 면접 점수가 마사회 관계자들이 점수를 조작했다고 볼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면접 점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은 “심사를 공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파악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상청 지수대 관계자는 “7명이 죽었지만, 아직까지 한국마사회의 비리 등이 제대로 드러난 적이 없다”며 “그래서 이번에 제로베이스에서 다각도로 검토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가 22일 청와대 앞에서 설 전에 책임자 처벌 등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1.22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씨가 22일 청와대 앞에서 설 전에 책임자 처벌 등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1.22ⓒ김철수 기자

한편, 이날 유족과 시민사회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전 없는 교섭을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고인이 마사회의 구조적 비리를 고발하며 목숨을 끊은 지 두 달이 다 되어가고, 가족들이 차디찬 서울 길바닥에 나앉은 지도 한 달이 되어가는데, 설 전까지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는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다”며 “설 전 해결을 위해, 제8의 문중원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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