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아카데미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작품

세계 영화인들의 잔치 가운데 하나인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곧 열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 거장들이 내놓은 유수한 작품들과 경쟁하게 되면서 비영어권 최초의 작품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관심이 뜨겁다.

지난 8일 미국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제35회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어워즈에서 최우수 국제영화상을 받아 기대치가 한층 높아진 상황이기도 하다. 이미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 감독에게나 배우·스태프에겐 영광일 터다.

국내에서도 흥행몰이를 한 바 있는 ‘기생충’은 소득 격차가 극심해진 계급사회를 배경으로 빈부 간에 벌어지는 좁힐 수 없는 거리와 갈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가진 자’가 그어놓은 선의 건너편에서 기생해 살다, 급기야 선을 넘어버린 ‘없는 자’의 무모한 반란과 공허한 희망을 그렸다. 관객 가운데는 불편해 하는 이도 적지 않았는데 픽션이라 하기엔 우리 사회의 그늘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한국 영화는 ‘기생충’만 있는 게 아니다.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올라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카펫을 밟을 또 하나의 작품이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부재의 기억’이다.

아득한 바다가 보이더니 곧 이어 배의 침몰을 알리는 119 신고자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온다. 이 다큐멘터리의 도입부다. 첫 장면부터 눈물이 고인다. 아이들의 시신을 수습한 고 김관홍 민간잠수사의 회한에 이르러서는 그날의 고통이 살갗을 타고 다시 돋는 느낌이다.

그는 고발한다. 나는 숨져간 아이들을 하나도 잊을 수 없는데, 청문회 장에 나온 높은 나으리들은 왜 하나같이 기억에 나지 않는다고 말하냐고. 처음부터 끝까지 외면한 국가, 왜 구하지 않았는지, 도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지 아프게 되묻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도 없었던 부재의 기억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이 특별수사단을 꾸렸다고 요란을 떨었으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는 등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아카데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될 단원고 희생 학생의 어머니는 말한다.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 시상식을 보는 거라고. 그리고 이제 세계는 아이들이 남기고 간 진실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봄이면 벌써 세월호 참사 6주기다. 아직 풀지 못한 게 많지만 시간이 너무 없다. 그 악몽 같았던 ‘부재의 기억’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세월호는 잊히지 않아야 한다. 아카데미가 이 다큐멘터리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