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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파는 알뜰폰의 ‘신박한’ 아이폰 도전기
리브엠은 LTE 11GB+ 요금제를 2만2천원에 사용할 수 있는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리브엠은 LTE 11GB+ 요금제를 2만2천원에 사용할 수 있는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쿠팡 홈페이지 캡처

알뜰폰(MVNO) 업계에 눈에 띄는 ‘고가 신형’ 마케팅이 등장했다. 이커머스와 제휴해 아이폰 11 시리즈를 10% 할인한다.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공시지원금보다 할인금액이 높다. 요금제는 이통3사 대비 반값도 안 된다. LTE 무제한 요금제가 한 달 2만2천원이다. 조건에 따라 0원까지도 내려간다. 단말기와 요금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1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리브엠(Liiv M)은 쿠팡을 통해 아이폰11을 구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요금할인과 캐시백 등 행사를 진행 중이다.

리브엠은 국민은행이 지난해 12월 정식 출시한 알뜰폰 서비스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재판매를 이른다.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3사 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 소비자에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통3사와 동일한 품질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요금제는 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리브엠은 쿠팡과 제휴를 통해 단말기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에서 로켓배송을 제공하는 아이폰 11·11프로·11프로 맥스 단말기를 국민카드로 결제하면 11% 안팎의 할인과 최대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쿠팡이 제시한 아이폰 11 프로 정가는 64GB 기준 139만원이다. 11%는 약 15만원에 해당한다. 이 할인금액은 이통3사 공시지원금보다 최대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SK텔레콤은 같은 기종에 대해 공시지원금을 6만9천원 제공한다. KT는 7만원, LG유플러스는 10만4천원이다. 쿠팡의 단말기 할인은 국민카드 외에도 신한·삼성·현대·농협 등 일부 카드로 결제해도 제공된다.

리브엠의 진정한 경쟁력은 저렴한 요금제다. 리브엠은 ‘LTE 11GB+’ 요금제를 2만2천원에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LTE 11GB+ 요금제 월 기본료는 4만4천원이다. 요금제 반값 할인은 이번 달 말까지 가입한 경우에 한한다. 할인 적용 기간은 가입 후 1년이다.

요금제 내용을 보자. 한 달 LTE 데이터 제공량 11GB를 소진하면 하루 2GB를 추가 제공하고, 하루 제공량 소진 시 3Mbps 속도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음성통화와 문자 메시지는 무료다. 요금제 할인은 리브엠이 알뜰폰 사업자로서 요금제 가격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진행하는 행사라고 볼 수 있다. 리브엠 요금제 할인은 쿠팡 아이폰 11 구매자뿐 아니라 모든 LTE 11GB+ 요금제 가입자에 적용된다.

리브엠 요금제를 이용하면, 이통3사 요금제에 가입할 때보다 한 달에 약 3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통3사에서 데이터를 넉넉하게 쓰려면 6만9천원짜리 요금제를 들어야 한다. 선택약정 25%(1만7250원) 할인을 적용하면 5만1750원으로 리브엠 요금제보다 2만9750원 비싸다. 선택약정은 공시지원금과 중복되지 않는다. SK텔레콤과 KT는 한 달 100GB 제공에 소진 시 5Mbps로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하루 5GB씩 제공하고 이후에는 속도를 5Mbps로 제한한다.

리브엠의 ‘한 달 11GB 제공-하루 2GB 제공-속도 3Mbps 무제한’ 요금제보다 이통3사 데이터 제공량이 훨씬 많다는 지적이 제기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통3사가 제공하는 데이터 상당 부분이 무용지물이 될 심산이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1인당 한 달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8.34GB다. 100GB를 준 들 90%는 쓰지도 못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통3사는 소비자 사용량에 맞는 요금제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 6만 9천원 바로 아래 요금제가 4만9천원~5만9천원인데, 데이터 제공량이 평균 사용량에 못 미친다. 기본 제공량이 3GB~6.6GB에 그친다. 소진 시 제한속도도 최대 1Mbps로 리브엠보다 낮다. 1Mbps는 유튜브에서 SD급(480P) 영상을 겨우 볼 수 있는 속도다. 충분한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선 결국 6만 9천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통3사는 요금제에 따른 데이터 제공량을 극단적으로 설계한 탓에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맞출 수 없다. 리브엠은 합리적인 요금제로 이 틈을 파고든 것이다. 요금제 할인은 리브엠이 알뜰폰 사업자로서 요금제 가격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진행하는 행사라고 볼 수 있다.

KB국민은행 리브엠 로고.
KB국민은행 리브엠 로고.ⓒ리브엠

통신·금융 결합…쿠팡으로 들어가서 KB로 나오네

금융과 통신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띈다. 리브엠을 신규 개통하고 국민카드로 6개월 연속 자동납부하면, 추가로 매월 5천원씩 최대 3만원까지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리브엠 홈페이지에서 쿠팡 주문번호를 입력하면, 리브 메이트(Liiv Mate) 포인트리를 매월 2100포인트씩 1년간 제공한다. 리브 메이트 KB금융그룹 통합 포인트앱으로 포인트리는 이 앱을 통해 계좌이체와 결제 등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포인트다. 포인트리 행사는 선착순 2만명에 한한다.

캐시백과 포인트리 혜택을 더하면, 가입 후 6개월은 한 달 통신 요금이 1만4900원, 이후 6개월은 1만9900원으로 떨어진다.

더불어 리브엠 카드를 발급받고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추가 할인이 적용된다. KB국민 리브엠 카드 전월 거래 금액이 50만원 이상이면 1만원, 100만원 이상이면 1만5천원 청구할인이 추가된다. 리브엠 카드를 신규 발급받아 3만원 이상 사용하면 7만원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리브엠 카드 청구할인, 캐시백과 중복 적용하지 않는 리브엠 체크카드 할인도 있다. 리브엠 체크카드 전월 거래 금액이 30만원 이상이면 3천원, 60만원 이상이면 6천원이 환급된다.

국민카드와 리브 메이트를 연결고리로 제공하는 혜택은 금융사 알뜰폰 서비스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알뜰폰 사업 영역을 넘어 계열사 내 카드사와 그룹 통합 서비스를 활용해 단말기와 요금제 할인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국민카드가 쿠팡에서 구매하는 단말기에 적용하는 할인으로 시작해 각종 금융 서비스와 연계해 이어지는 혜택은 아이폰 11 리브엠 가입자를 KB금융그룹 서비스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 건 통신에서 이윤을 남기는 게 아니라 통신과 금융을 융합해 소비자 혜택을 넓히겠다는 취지”라며 “금융거래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리브엠 출시를 예고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과 연계해 차별화된 요금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쿠팡·리브엠 제휴 이벤트 정리.
쿠팡·리브엠 제휴 이벤트 정리.ⓒ제공 : KB국민은행

자금력 부족·재고 부담에 고가 기종 손 못 대는 알뜰폰 “자급제폰 활성화 기대”

일각에서는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자급제폰 보급이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3사보다 자금력이 약해 단말기 할인 여력이 없다. 이통 3사가 출혈적인 보조금 경쟁을 계속하는 한 알뜰폰의 요금제 가격 경쟁력이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리브엠 행사에서 눈에 띄는 건 고가 기종으로 꼽히는 아이폰 11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기존 알뜰폰 사업자는 고가 기종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통3사는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기기 할인을 적용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는 공시지원금 제공에 한계가 있다. 고가 기종은 대규모 공시지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소비자 접근성이 낮아 알뜰폰 사업자는 중저가 기종에 집중하게 된다.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J·A 시리즈, LG전자의 X·G·Q 시리즈 등 중저가 라인의 구형 기종만 다루고 있다. 간혹 신형 기종인 갤럭시 S10 시리즈를 취급 경우도 있지만, 110만원 안팎의 가격에서 5만원 정도를 할인하는 수준이다. 이통3사의 갤럭시 S10+ 공시지원금은 50만원이다.

알뜰폰 사업자와 이통3사의 단말기 가격경쟁력은 제조사로부터 구매하는 물량에도 영향을 받는다. 구매 수량에 따라 제조사와의 협상에서 단말기 단가가 달라진다. 물량이 많으면 단가가 낮아지기 마련이다. 이통3사는 대량 구매가 가능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는 단말기 구매에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된다. 알뜰폰 사업자는 제조사로부터 구매하는 단말기 수량이 적어 이통3사보다 비싼 가격으로 조달한다. 또한, 대량 구매는 재고 위험을 수반한다. 미리 사들인 단말기를 다 팔지 못하면, 재고를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중소 규모 사업자에게 자금 경색은 심각한 경영난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리브엠이 요금제 할인을 적용하는 아이폰 11 단말기의 매입 주체도 리브엠 측이 아닌, 쿠팡이다. 단말기에 들어가는 10% 할인은 쿠팡과 카드사가 협의를 통해 정한다.

고가 기종을 취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알뜰폰 가입자 대부분은 자급제폰을 구입자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뜰폰에 가입하고 유심을 배송받는 방식이다. 단말기 구매와 연계해 알뜰폰에 가입하는 비중은 10~20% 수준에 그친다.

결국 알뜰폰 활성화 방안은 자급제폰 보급으로 귀결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월 5G 상용화 당시 이통3사가 불법 리베이트까지 동원한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대규모 단말기 할인을 진행하면서 알뜰폰 성장세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며 “단말기 가격에서 이통3사와 알뜰폰 간 격차가 사라지면, 요금제에서는 알뜰폰 확실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9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광화문우체국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우체국 알뜰폰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광화문우체국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우체국 알뜰폰을 설명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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