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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교안 대표의 ‘5.18’ 인식, 국민은 정말 궁금하다

"그 때 2000...1820...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 1980년에? 그래서 학교가 휴교되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출마 지역인 서올 종로구 현장 방문 당시 한 말이다. 자유한국당은 황 대표의 이 말에 대해 여당이 비판하자 “5.18과 관계없는 발언을 역사 인식 문제로 왜곡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네거티브 공세”라고 반박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정당 대표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인식을 검증하는 계기로 봐야 한다.

황 대표의 이번 발언이 문제가 된 이유는 바로 자기 자신과 자유한국당 때문이다. 과거에도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5.18 항쟁과 관련해 여러 차례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5.18 항쟁을 폄훼하는 발언을 해 ‘망언’이라고 지탄받았다. 정치인이 해선 안 될 혐오표현의 대표적 사례였다. 이 일로 해당 의원들이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지만 그들에게 내려진 징계는 고작 3개월 당원권 정지와 경고였다. 이 의원은 제명 조치를 받았지만, 의원총회 표결을 거치지 않아 아직도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있자 황 대표가 이들을 감싸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 뒤 황 대표는 아무런 사과 없이 광주를 방문했고,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곧이어 황 대표는 5.18 기념식 참석을 공개적으로 예고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광주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념식 참석을 강행했다. 나중에 출간된 황 대표의 책에서 그는 자신을 시민들의 항의를 뚫고 나간 ‘투사’ 같은 비장한 모습으로 자신을 묘사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항의한 이유는 담지 않았다.

황 대표 발언을 보면 5.18 항쟁은 그에게 기억조차 희미한 과거의 여러 사건 중 하나였을 뿐이다. 심지어 그는 전두환 신군부가 5.18 항쟁을 평가절하하기 위해 사용한 ‘광주 소요 사태’와 비슷한 ‘사태’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5.18 기념식을 앞두고 ‘광주의 상처’가 치유돼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한 모습과 딴판이다.

이런 사정이 있으니 황 대표가 5.18 항쟁에 대해 도대체 어떤 생각인지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제1야당의 대표이자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한 사람인 황교안 대표가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기초가 된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중요한 검증 대상이다.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네거티브 공세라는 상투적 대응 대신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문제에 답해야 한다. ‘항쟁’ 또는 ‘민주화운동’인지, 아니면 ‘사태’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황 대표는 당내의 ‘5.18 망언’을 한 의원들에 대한 태도도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정치인으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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