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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중 칼럼] 기생충과 위성정당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과 인권이사 등을 역임한 오영중 변호사의 칼럼을 새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봉준호의 ‘기생충’이 세상을 휩쓸었다. ‘반지하방’은 세계적인 아이템이 되었다. 봉 감독은 넘을 수 없는 계단과 사다리를 보여주었다. 정치권은 이런 국제적 축제 분위기에 재빨리 올라탔다. 블랙리스트로 예술가를 관리했던 정치세력마저도 봉 감독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정치인 수준이 국민 수준을 넘지 못한다. 총선을 앞두고 정당과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촌극을 일일이 언급하기에 힘들다. 극단적 행태가 바로 ‘위성정당’ 창당이다. 드디어 중앙선관위는 미래한국당의 정당등록을 승인했다. 위성정당이 공식적으로 합법정당이 되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기존 선거제도가 오랫동안 다수 기득권에만 봉사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국민적 결단에서 탄생했다. 애 키우는 엄마당(아빠당)도 국회의원을 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데,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숙주 삼는 기생정치세력이라는 변종이 나타났다. 이들은 ‘미래한국당’ 간판 아래 모였다. 불출마 지역구 의원을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세우고, 법적 제명사유도 없는 비례의원을 수혈받았다.


위성정당은 항생제에 재빨리 변형하는 병균과 유사
비례대표제 정착시킨 서구인에게 기생정당은 반지하방만큼 낯설 것


다수당이 소수당의 원내 진출을 가로막는 일이 합법화 되었다. 헌법이 천명한 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이라는 ‘기생충’을 만날 줄이야. 법률전문가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진화다. 이쯤 되면 세계 정치사에 가장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위성정당은 항생제에 재빨리 변형하는 병균과 유사하다. 잘라내도 곧 재생되는 환형동물이나 파충류처럼 정치인들이 복원력과 변종능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위성정당으로 비례의원을 옮기고, 국고보조금을 타내 연명하려 한다. 투표용지에는 숙주당과 동일성을 보이려고 ‘미래’를 선택했다. 논 한복판에 있는 창고를 지구당 사무실로 신고했다. 숙주정당의 지역 사무실과 겹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비례’라는 당명이 금지되자, 2개의 점을 빼고 ‘미래’로 바꾸었다. 천재적 작명능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울린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위성정당의 출범을 지지한다. ‘그게 어때서’라고 동료변호사의 목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침묵하던 사람들이 이제 고개를 들었다. 위성정당이라도 만들어 정치권력 교체를 꿈꾼다. 적지 않은 지지자들이 역탄핵을 꿈꾼다. 지하철 경로석에 앉아 정치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30% 사실과 70%의 허구가 버무려진 동영상을 보면서 무아지경에 빠진 사람. 탄성과 욕설까지 내뱉는다. 감성은 이성을 마비시켰고, 마비의 속도는 빛과 같이 빠르다. 통신의 발달은 정치적 감성을 극대화했다. 많은 헌법학자와 법률가들은 위성정당 출현에 동조하거나 침묵한다. ‘진보는 종북이고, 무능하다’는 정언명제 앞에 이성적 판단력, 학자적 양심은 마비된 것일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0.02.05.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0.02.05.ⓒ뉴시스

정치인에게 민주주의 근본원리는 이상일 뿐이다. 권력획득이 유일한 목표다. 그 수단과 방법은 중요치 않다. 본당을 ‘숙주’로, 위성정당을 ‘기생충’으로. 그렇게 해서라도 국가권력을 잡고 싶은 욕망의 결집. 그들의 광화문 결집은 신종코로나도 막지 못했다. 봉 감독의 능력이라면 이런 극단적 ‘한류정치’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킬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생정당의 실체를 보여줄 때가 되었다. 비례대표제를 오래전부터 정착시킨 서구 정치인들에게 한국의 기생정당은 ‘반지하방’만큼이나 낯설 것이다.


보수정치세력의 극단적 변종화 막지 못한 반대쪽도 아쉬워
국민에게 기생하는 정치인에 어떤 항생제 투여해야 할까


하지만 이러한 보수정치세력의 극단적 변종화를 막지 못한 반대쪽 정치세력의 면역력, 정치적 능력이 아쉽다. 하위 20% 의원 누구도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30대 나이에 정치에 픽업되어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여의도에 머물고 있는 정치인도 수두룩하다. 다시 한번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그 마음은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후속세대를 키우지 못하는 정치세력에게 미래가 있을까. 개인적 야망이 국가적 의제를 앞설 수는 없다. 어쩌면 후속세대를 키우지 못하는 이들 역시 ‘기생정치인’일지 모른다. 선배세대를 제치고 영입되었으나, 정작 본인은 후속세대를 키우고 떠날 준비를 하지 않았다. 다만, 인재영입이라는 쇼만 할 뿐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꽃놀음이 펼쳐지는 동안 정작 거리와 공장에는 사람이 죽어갔다. 김용균법이 통과되었지만, 같은 희생자가 매일 생기고 있다. 올해 들어 58명이다. 정치인이 만든 법과 제도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했다.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굴뚝에 올라서고, 컵라면을 먹고 쪽잠을 잔다. 하지만, 도로공사 사장은 사표를 내고 다시 호남출마를 선언했다. 그분의 정치이력과 역할을 고려하면, 한숨이 나온다. 정치인이 국민에 기생하는 극단적 상황의 종합판을 보고 있다.

삶과 정치의 간극은 영원히 멀어지는 것일까. 봉 감독이 ‘기생충’에서 보여준 예술적 본능을 간파할 능력은 필자에게 없다. 하지만, 기생정당이라도 만들어서라고 정권을 잡겠다는 정치인들. 후속세대를 키우지 않고 백년권력을 누리겠다는 나머지 정치인들. 켜켜이 만들어진 담벼락과 오르지 못할 사다리로 만들어진 반지하방에 갇힌 국민들. 국민에 기생하는 정치인들에게 어떤 ‘항생제’를 투여해야 할까. 그 대답은 국민 스스로의 선택에 달렸다. 봉 감독에게 ‘기생정당’이라는 시나리오를 추천하고 싶다.

오영중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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