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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 어기며 재판 개입했는데, 무죄라니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등에 개입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그런 사실이 ‘범죄’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임 전 수석부장의 행위가 위헌적이지만, 현행법으론 그를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임 전 수석부장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고 이른바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한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또 2015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체포치상 사건 재판 당시에는 선고 이후 등록된 판결문에서 양형이유를 수정하고 이미 선고한 판결 이유 일부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그는 2016년 임창용·오승환 씨가 연루된 프로야구선수 도박사건에도 개입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이런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자가 개별 법관의 재판업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구체적 지시를 하거나, 특정한 방향이나 방법으로 직무를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면서, 이를 "위헌적 행위”로도 규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판 관여 행위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면서 임 전 수석부장이 ‘지위’ 혹은 ‘친분’을 이용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봤다. 요컨대 재판 관여는 애초 ‘직무’나 ‘권한’이 아니었으므로 이를 실행했다고 해서 직권남용의 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나 친분을 이용해 동료나 부하 직원들의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할 경우 이를 처벌할 방법은 없어진다. 애초에 불법적 행위를 ‘직무’나 ‘권한’으로 지정했을 리 없으니 무슨 짓을 해도 관계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임 전 수석부장에 앞서 1심이 마무리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 벌어진 사법농단은 사법행정권자와 정치권력이 유착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었다. 구체적 혐의가 다르고, 무겁고 가벼운 차이는 있겠지만 하나같이 무죄를 받은 것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법원이 소속 판사들의 범죄혐의에 대해 이런 식의 판단으로 일관한다면 누가 사법부를 믿고 법의 잣대를 신뢰하겠는가.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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