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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19 시대 한국 교회를 향한 500년 전 루터의 외침
지난 3월 15일, 집단감염이 발생한 성남시 소재 은혜의강 교회 일대를 성남시와 보건당국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3월 15일, 집단감염이 발생한 성남시 소재 은혜의강 교회 일대를 성남시와 보건당국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성남시 제공

코로나 19 대유행과 관련해 정부가 다중이 모이는 집회와 종교행사 등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행정기관 등을 동원해 종교시설에 대한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조치는 대구 신천지 예배를 통해 대규모 집단 감염이 일어났고, 경기 성남 은혜의강교회, 경기 부천 생명수교회, 서울 동대문구 동안교회, 경기 수원 생명샘교회 등 종교행사를 통한 소규모 집단 감염과 이를 매개로 한 지역 내 감염 확산이 이뤄지는 등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방역 강화를 두고 개신교계에선 “종교탄압” 또는 “왜 교회만 문제삼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반발이 거세다.

종교탄압, 신성모독”
정부의 방역 강화에 반발하는 개신교 교단들

지난 주일예배(22일)을 전후해 정부의 방역 조치에 항의하는 개신교 교단과 연합단체의 성토가 이어졌다. 예수교장로회 통합 68개 노회장들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방역조치의 일환으로 예배를 강제로 금지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해 “교회의 예배와 집회는 어떤 이유로든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관련자들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예장 통합 노회장들은 “한국교회의 예배와 성경을 가르치는 일과 선교하는 일은 일제의 압제나 북한 공산주의, 군사독재정권하에서도 막을 수 없었다”면서 “한국교회의 예배나 각종 집회를 통제하고 막으려는 발상을 즉각 중단하고, 이를 제안하고 추진한 관련 당사자들은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예장합동 교단(총회장 김종준 목사)도 21일 정부 조치에 반발하는 내용을 담은 ‘전국교회 예배당 출입 확인서 시행의 건’ 공문을 소속 교회에 발송했다. 예장 합동은 공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긴급행정명령권을 발동하여 이번 주일예배에 대한 지도, 감독 차원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강제적으로 예배당을 진입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것은 종교탄압이요, 신성모독이다. 또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에 심각한 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장 합동 공문
예장 합동 공문ⓒ기타

예장 합동은 각 교회에 ‘예배당 출입 확인서’에 동의하고 서명한 후 예배당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심지어 “예배 공간은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신성하고 거룩한 곳으로서, 시작부터 끝까지 예배하고자 하는 성도만 출입할 수 있다. 그 외 범죄인 수색, 집회 감시, 종교 탄압 등을 목적으로 예배당을 출입하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지난 2,000년 동안 허용하지 않았다. 민주화운동 당시 수배령에 의해 도피하여 잠입한 현행범(당시의 보안법 등에 의거)이 명동성당에 수십 명이 칩거할 때조차도 검찰과 경찰 등 일체의 공무원이 체포·구금·감시·조사를 위해서 출입하고자 했을 때도 허용하지 않았다”고까지 주장했다.

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장 신수인 목사)도 24알 성명을 통해 “전국 6만여 교회 가운데 확진자가 나온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것마저도 예배 시간에 감염을 일으킨 경우는 이단 집단이나 불건전한 교회를 제외하면 전무하다”면서 “그럼에도 지금 정부나 언론은 감염병 확산의 책임과 위험이 마치 교회의 주일예배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면서 교회의 예배를 범죄시하고 한국교회 전체가 감염병 확산을 막는 일에 관심이 없고 교회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인 입국 금지에 대해 의사협회의 권고와 국민들의 청원을 대통령이 거부했기 때문에 생겼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정부는 교회를 향한 위협과 무례한 언동을 즉시 중단하고 사과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교회를 향한 발언을 할 때에는 최대한 존중과 예의를 잘 갖추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윤재철 목사)도 25일 “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총리와 일부 지자체 대표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교회 폐쇄, 예배금지, 구상권 청구 같은 강경한 발언을 통해 교회가 마치 정부의 시책을 역행하거나 지역을 위협하는 온상처럼 표현했다”면서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감염병 예방 차원이라는 발표에서, 교회의 종교적 행위와 근본까지 언급하여 지적하는 것은 환경적 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한 행정조치가 아닌 종교적 차원의 조치를 취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세균(왼쪽) 국무총리가 1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의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예방해 김태영 공동 대표회장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세균(왼쪽) 국무총리가 1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의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예방해 김태영 공동 대표회장 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개신교 연합기관도 나섰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25일 코로나 19 확산과 관련한 정부 조치에 항의하며 정세균 국무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교총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실제 감염위험이 있는 여타 시설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서 마치 정통 교회가 감염의 온상인 것처럼 지목해 선한 기독교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면서까지 정치 행위에 집착했다”고 주장했다.

군부독재 시절과 민주화운동 시절에도
예배 중단은 없었던 일이라고?

집단 감염을 우려해 상당수 교회가 온라인으로 예배를 전환하는 등 정부의 방역지침을 잘 따르는 교회가 많은 상황에서 교회가 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일부 교회의 문제가 전체교회의 문제처럼 확대 해석되는 것에 억울해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방역점검 공무원에게 출입확인서 날인을 강요하고, 방역점검을 종교탄압이라고까지 주장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반응이다. 여기에 더해 민주화운동 시기와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는 예장 합동 등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화운동이 한창 일어나던 시기 이들 교단 가운데 상당수는 정교분리를 앞세워 정부와 정권을 향해 침묵했기 때문이다.

육순종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은 민주화운동에 활발히 참여한 교단이었다) 총회장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정부의 예배의 행정지도에 대한 교단들의 불편한 심경을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공교회가 협조하고 있는데 자꾸 몰아붙이는 것 같은 느낌에 억한 심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마치 기독교 일반인 것처럼 비추이는 것은 나도 불편하다. 그러나 적어도 교단장 이름으로 나오는 서신들에서 내가 거슬리는 것은 ‘군부독재시절에도’ ‘민주화운동시절에도’ ‘공권력이 교회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표현”이라며 “그들이 그 당시의 일을 제대로 아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육 총회장은 “7-80년대 경찰이 수시로 교회를 드나들며 설교내용을 체크하고 설교 내용을 문제 삼던 일을 아는가. 그때 목회자와 교인들이 느꼈던 위협을 아는가. ‘송암교회 성소침탈 사건’을 아는가.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연합회 예배 이후 연행하러 온 경찰을 피해 다시 교회로 들어온 청년들을 체포하러 교회 유리창을 깨고 성전에 난입해서 기물을 파괴하고 목회자를 구타한 일을 아는가. 민주주의를 위해 단식농성하던 목회자와 사회인사들을 강제연행하기 위해 기독교회관 8, 9층에 수백 명의 사복경찰이 난입해서 이들을 연행한 사건을 아는가. 이런 일들이 성소침탈이고 신성모독”이라며 “그러니 제발 ‘군부독재시절에도’ ‘민주화운동시절에도’란 말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듣기에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14세기 페스트, 1918년 스페인 독감 등
종교 행사 통해 확산된 대규모 전염병

사실 전염병의 대유행과 종교행사의 연관성은 대단히 높았다. 유럽에선 14세기 흑사병이라 불리는 페스트가 대유행하면서 인구의 1/3이 죽음을 맞이했다. 당시 병의 원인을 알지 못했던 유럽 사람들은 인간의 죄 때문에 신이 형벌을 내린 것이라며 성당에 모여 함께 기도했다. 하지만, 성당에 모여 기도와 믿음으로 페스트를 이겨내려는 시도는 오히려 사망자만 더욱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유럽에선 14세기 흑사병이라 불리는 페스트가 대유행하면서 인구의 30% 이상이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유럽에선 14세기 흑사병이라 불리는 페스트가 대유행하면서 인구의 30% 이상이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기타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당시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스페인의 서부 지방 도시인 사모라(Zamora)에선 그 지역을 담당하던 가톨릭 주교가 시민들에게 전염병에 대항해 기도를 지시하면서 많은 기도 모임이 열렸다. 독감 대유행이 끝난 뒤 사모라는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기록한 도시가 됐다. 기도 모임을 통해 독감 감염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과거의 예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교회와 신천지 시설 등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대형 이슬람 종교집회에서 500명 이상 집단 감염이 일어났고, 이란에서도 이슬람 성지 순례 등 종교행사를 통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때문에,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에서 다중이 모이는 종교집회를 포함해 각종 행사를 금지하고 있으며 각국의 종교단체들도 이에 협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천주교와 불교에서 신자가 직접 모이는 미사와 법회를 상당기간 중단하고 있고, 개신교에서도 기장과 구세군 등은 교단차원으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고, 다른 교단에서도 상당수 교회가 이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회에선 여전히 신자들이 모이는 예배를 고집하고 있으며, 심지어 영화관, 나이트클럽, 식당 등은 영업하게 하면서 교회만 탄압하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정부에선 이들 상업 시설에 대해서도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교회 등 종교단체를 향해 특별히 호소하는 것은 이들 단체가 식당 등 영업을 위한 시설 또는 단체와 다르기 때문이다. 교회만을 탄압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여서 특별히 사회적 책임을 지고, 방역에 협조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교회라면 영화관, 식당, 나이트클럽 등 영업 시설과는 다른 책임감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1527년 페스트 유행 당시
집단예배를 가정예배로 전환한 마르틴 루터
“나의 무지와 태만으로 이웃이
죽음을 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과연 교회는 전염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개신교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마르틴 루터의 대응이 오늘 한국 개신교에겐 좋은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6세기 초 유럽엔 또다시 페스트가 대유행했다. 1527년엔 루터가 머물던 독일 비텐베르크에서도 페스트 환자가 쏟아져 나왔다.

마르틴 루터
마르틴 루터ⓒ기타

페스트가 유행하자 독일의 교회들은 고민에 빠졌다. 중세시대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당시 신자들은 페스트가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기도하는 것 이외엔 별다른 대응을 생각하지 못했다. 병을 피해 도망치는 것도, 심지어 약을 먹는 것조차 하나님을 거역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이런 생각 때문에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루터가 나섰다. 루터는 전염병을 피해 다중이 모이는 예배를 1527년 7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중단하고 가정예배로 전환했다. 또 루터는 그해 ‘치명적 흑사병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것인가?’라는 글을 발표해 적극적인 대응을 신자들에게 주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약을 먹으라. 집과 마당과 거리를 소독하라. 사람과 장소를 피하라. 나는 내가 꼭 가야할 장소나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아니라면 피하여 나와 이웃 간의 감염을 예방할 것이다. 혹시라도 나의 무지와 태만으로 이웃이 죽음을 당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만일 하나님이 나를 데려가기 원한다면, 나는 당연히 죽게 되겠지만 적어도 내가 내 자신의 죽음이나 이웃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웃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누구든 어떤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갈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종교가 중세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루터는 적극적인 거리두기를 통해 전염병에 맞서라고 신자들에게 호소했다. 루터가 강조했듯이 “나의 무지와 태만으로 이웃이 죽음을 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500년 전 루터의 호소는 오늘의 한국 개신교를 향한 호소이기도 하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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