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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③] 삼성은 도대체 누구에게 시민단체 불법 사찰을 사과했나?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19.12.17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1심 판결 선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19.12.17ⓒ사진 = 뉴시스

작년 12월 말 노조 와해 활동 혐의로 구속된 삼성그룹 임원들에 대한 선고 공판이 있었다. 판결문 부속 서류에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실행한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사찰과 기부금 내역 수집 활동 내용 일부가 담겨 있었다. 삼성 측은 임직원들이 기부한 시민·종교단체 중 향린교회를 포함한 십여 개를 ‘불온단체’로 명명하였다.

이를 보면 삼성은 두 가지 점에서 명백한 잘못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건강한 시민단체와 진보적 종교기관을 불온단체로 지목했으니 명예훼손이요. 둘째는 기부금과 헌금을 했던 계열사 임직원을 불법 사찰했으니 헌법적 가치 위반이다. 이 단편적 증거만으로도 삼성의 구태의연한 시대인식은 물론이요, 범법 행위의 실질적 흔적이 드러난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책회의를 꾸려 활동을 시작하던 올해 2월 초, 삼성전자 김 모 전무(상생협력센터 대외협력실 소속)로부터 연락이 왔다. 향린교회에 사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향린교회는 당회를 소집하여 이 문제를 논의했다. 그 결과, 삼성 측에 서면 사과를 요청하기로 하고, 사과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첫째, 사건의 진상과 책임 소재 규명. 둘째, 사찰당한 임직원과 교회에 대한 공식 사과. 셋째, 해당 임직원의 인사상 불이익 방지 및 유사 사건 재발 방지 약속.

교회의 결정 사항을 통보받은 김 전무는 사장과 함께 교회를 방문하여 상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개별 단위에서의 구두 사과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대책모임’과 협의하여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대책모임’과 삼성 측이 서로 협의중이라는 사실을 교회의 사회부장을 통해서 전달받곤 했다.

없음
ⓒ삼성 홈페이지

그러던 도중, 지난달 말 삼성에서 일방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 시기는 신천지 교단으로 인해 대구에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돼, 국민들의 이목이 그쪽에 쏠려있는 상황이었다. 삼성 측의 난데없는 행위를 이해할 수는 없으나, 그같은 부적절한 행동이 주는 느낌은 분명했다. 애초부터 삼성 측은 진심어린 사과엔 그닥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겉모양만 꾸며 사과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묻고 싶다. 삼성은 도대체 누구에게 사과했는가? 향린교회는 아직 삼성으로부터 사과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삼성 측에서 사과문을 언론에 내면, 우리가 알아서 찾아 읽고 사과를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삼성의 상식을 의심하고, 그 무책임함에 분노한다. 이 사태의 처리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 다운 공적 의식과 책임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소위 ‘일류기업’ 삼성의 퇴행적 사고에 놀랄 뿐이다. 어떻게 종교기관을 ‘불온단체’로 여기는 사고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민주화 과정을 거쳐온 우리 사회에서 ‘불온단체’라는 용어가 함의하는 바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것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진실을 조작하고 국민을 억압하기 위해 사용된 말이었다. 더 나아가 시민들에게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심고, 정당한 활동을 하는 단체를 매도하는 용어였다. 아직도 수십년 전 옛 시대를 그대로 살아가는 기업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만일 이 모든 활동과 태도가 부자 기업의 만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적자생존의 야만시대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삼성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인해 사과 과정은 막을 내렸다. 앞으로는 고발을 통한 법적 처리 과정을 지나야 한다. 삼성이 이제라도 책임 있는 태도로 임하기를 요청한다.

편집자 주) 최근 '삼성 노조 탄압 사건' 수사 및 판결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2013년 특정 시민단체를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기부금 공제 내역을 바탕으로 해당 시민단체에 후원해 온 임직원들을 파악해 별도로 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운동연합, 향린교회 등 피해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지난달 28일 삼성 측은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후원내역 열람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제목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삼성 측의 사과에 대해 피해 시민단체들은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꼼수 사과"라 비판하고,"삼성 노조파괴 사건 판결에서 법원도 인정했듯이 삼성의 불법 사찰은 분명 수년 간 지속적이었다. 범죄의 내용도 단순히 시민단체 후원 내역을 열람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황입니다.

<민중의소리>에서는 삼성의 불법 사찰 행태를 비판하는 시민사회 인사들의 목소리를 연속 4회 기고를 통해 독자들께 소개합니다.

[기고①] 민간인 불법 사찰하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초일류’ 삼성

[기고②] 삼성의 불법 사찰 사과는 무노조 경영 철회에서 시작해야

김희헌 향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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