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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자’라며 선 긋는 ‘박사방’ 회원들 처벌할 방법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3.25.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3.25.ⓒ뉴시스

“관전자들이 있었기에 조주빈이 나왔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진뿐 아니라 회원들까지 강력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운 이유다.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30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보기만 했다”라는, 이른바 ‘관전자’들은 선 긋기 바쁘다. 조 씨 일당이 단체방에서 온갖 성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죄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을 위해 법무부가 꺼내든 카드는 ‘범죄단체 조직죄’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죄(법정최고형 징역 1년)가 적용돼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던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운영 가담자들에게 ‘범죄단체’를 만들었다는 혐의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범죄단체 조직죄가 주목받는 이유는, 해당 조항이 적용될 경우 박사방 가입자 전원이 조주빈 씨와 같은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씨 12개 혐의 중 가장 형량이 높은 것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 혐의다. 가담 정도에 따라 형량은 다르지만, 박사방 가입 사실만으로 최소 징역 5년 최대 무기징역인 제작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

“조주빈 일당 범행 범죄단체 같아”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되면…
비밀방 가입만으로 조주빈과 같은 혐의

조항부터 살펴보자. 형법 제114조(범죄단체 등의 조직)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즉 중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범죄단체 등을 조직·가입·활동했다면, 중범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아도 사실상 가담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조직범죄를 엄벌한다는 취지다. 범죄단체 조직 등을 했다면 범죄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조항이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민중의소리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에서 처음 이 조항이 언급됐을 때 이례적이라는 반응들이었다. 법률상 ‘범죄단체’는 주로 조직폭력배에 적용돼왔기 때문이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제4조(단체 등의 구성·활동)는 집단적·상습적 폭행 등을 위해 단체 등을 구성·가입·활동하는 사람을 수괴·간부·그 외의 자로 구분해 처벌하도록 한다. 판례에 따르면 상하관계, 지휘·명령과 복종체계, 내부의 위계질서 등을 요구했다.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을 형법상 범죄단체로 인정한 판례가 참고 사례였다. 검찰은 2016년 처음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사기죄와 함께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했고, 대법원은 이듬해 이를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했다. 총책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핵심 간부들에겐 조직죄가, 일반 조직원들에겐 가입죄가 적용됐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해당 혐의가 적용된 전례는 없지만, 법조계에선 조 씨 일당이 범죄단체를 조직했다고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우선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한다’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조 씨는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제작한 성 착취물을 유포하는 비밀단체방을 만들어 입장료 명목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긴 혐의 등을 받는다. 이는 최소 징역 5년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에 해당한다.

문제는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범죄단체’로 볼 수 있는지다. 단순히 여러 사람이 모여 범죄를 저지른다고 범죄단체가 되는 건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특정 다수인 ▲공동 목적 ▲시간적 계속성 ▲최소한의 통솔체제가 필요하다.

범죄단체와 합동범죄 구별의 핵심은 ‘최소한의 통솔체제’다. 추 장관도 “운영 가담자들의 범행이 지휘·통솔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 범죄단체 조직죄 등 의율도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조 씨와 더불어 그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직원’들이 붙잡힌 만큼 지휘·통솔체제가 곧 드러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이들은 아동 성 착취물 제작·유포, 미성년자 성폭행, 박사방 관리, 개인정보 조회, 유인책, 인출책, 전달책, 수거책 등 혐의를 받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03.0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03.04ⓒ정의철 기자

‘아무것도 안 했다’는 회원들
“성 착취방 우연히 들어갈 수 없어”
“회원이라면 범죄단체 가입죄 가능”

그렇다면 관전자들에게 범죄단체 가입·활동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박사방의 성 착취 성격을 알고 입장료를 내거나 성 착취물을 공유한 뒤 비밀단체방에 들어갔다면 ‘가입’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사는 평소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부르며 “회원님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대로 장난감처럼 갖고 놀면 된다”라는 등 홍보를 해왔다. 박사방 회원인 이상 성 착취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모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재련 변호사는 “(박사방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들른 방이 아니다. 돈까지 내면서 회원으로 가입했다. 비밀방 회원이 되기 위해 동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비밀방이 무엇을 하는 방인지 알고 가입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유료회원의 경우 단순 관전을 넘어서 적극 가담자였다. 조 씨 등의 가학적 행위를 부추기거나, 성 착취물에 대한 피드백을 하며 추가 제작을 요구하거나, 별도의 비용을 내고 조 씨의 권한을 위임받아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착취하는 등 행위를 일삼았다.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단체 등에 활동한 사람’에 해당할 수 있다.

범죄단체 가입만으로 범죄단체 조직죄가 성립하는 판례에 비춰보면, 실제 이들의 요구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범죄단체에 가입·활동한 사실 자체로 해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3.25.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3.25.ⓒ뉴시스

범죄단체 아닌 ‘범죄집단’으로 본다면
회원 처벌 가능성 더 높아져

범죄단체가 아닌 ‘범죄집단’으로 볼 경우 회원 모두를 처벌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범죄단체 조직죄는 2013년 개정 당시 ‘집단’이란 단어를 추가했다. 법무부는 개정안을 제안하며 “범죄단체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그 위험성이 큰 범죄집단을 조직한 경우에 관한 처벌이 미비돼 있어 이를 처벌하도록 한다”라고 설명했다. 범죄집단을 도입한 취지는 범죄단체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서 범죄집단을 조직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범죄집단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김민석 검사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 「‘범죄단체’의 규범적 개념 및 ‘범죄집단’의 해석론」에서 지휘·통솔체제가 없는 점을 범죄단체와 구별되는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폭처법상 범죄집단에 대해 대법원이 최소한의 지휘통솔체계를 갖춰야 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한 만큼 형법상 범죄집단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개정된 조항이 범죄단체 조직죄로 의율하기에는 수월하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범죄집단 개념을 규정해 기소한 사례는 없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적극적으로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연 한국여성변회 공보이사는 “보이스피싱도 처음부터 해당 조항이 적용된 건 아니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처벌에 어려움이 있어서 적용하게 됐다”라며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에 적용된다면 추후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중당이 27일 국회 앞에서 정당 연설을 하며 n번방 참여자 전원 처벌을 위한 국회 입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03.27
민중당이 27일 국회 앞에서 정당 연설을 하며 n번방 참여자 전원 처벌을 위한 국회 입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0.03.27ⓒ정의철 기자

“유료회원은 조주빈 자금줄”
“공범 처벌해야 마땅”

설사 범죄단체 조직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회원들을 처벌할 방법은 있다. 유료회원의 경우 조 씨 일당의 ‘자금 제공자’로 본다면 운영진과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단순히 돈을 내고 음란물을 소비한 것이 아니라 성착취 범죄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담했다는 것이다.

조은호 변호사는 “(박사방에 입장하기 위해) 조 씨에게 후원금을 지급한 사람도 있고, 지급 의사를 밝힌 사람도 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고 해도 돈을 어디에 쓸건 지 알았다고 판단한다. 이미 조 씨가 ‘내게 돈을 주면 뭘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만 했다고 볼 수 없다. 이들은 결국 조 씨 일당의 성 착취 행위를 도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후원자’로 불리는 유료회원들은 대다수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조 씨 등 운영진 행위의 공범에 해당해, 최소 징역 5년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 혐의를 받는다.

한편 경찰은 박사방 가담자 닉네임 1만 5천여 개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 중으로 일부에 대한 범죄사실을 특정해 강제수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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