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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한빛 PD가 구의역 김 군에게 남긴 글 “오.늘.도 수고했다”
23일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식 뒤 구의역 승강장에 붙은 포스트잇.
23일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식 뒤 구의역 승강장에 붙은 포스트잇.ⓒ민중의소리

“오.늘.도 수고했다”

지난 2016년 5월 故 이한빛 PD가 구의역 김군을 추모하며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붙인 포스트잇 내용이다.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위원회’는 23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대합실 2층에서 열린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식에서 故 이한빛 PD의 페이스북 글을 공유했다. 이 글에서, 이한빛 PD는 “얼굴조차 모르는 그이에게 ‘오늘도 수고했다’는 짧은 편지를 포스트잇에 남기고 왔다. ‘오늘’이라 쓰지 않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기에 오.늘.이라 힘주어 적었다”라고 전했다.

지난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살 하청노동자 김군은 역 내로 진입하는 전철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올해는 시민사회가 그의 죽음을 추모한지 4주년이 되는 해다.

故 이한빛 PD는 tvN 드라마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PD로, 해당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된 2016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 뒤 진행된 진상조사를 통해 그동안 방송계에서 쌓여온 병폐가 드러나면서, 방송계 제작환경의 큰 변화로 이어진 바 있다.

그의 페이스북 글로 미루어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그해 이 PD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가 역 내로 진입하는 전철을 피하지 못하고 숨진 김군을 추모하기 위해 구의역에 들렸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故 이한빛 PD가 2016년 5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 구의역 참사에 대하여

일찍 퇴근했기에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구의역에 갔다.
막차가 올 때까지 자릴 지키려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 머물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다. 슬픔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짜증인지 모를, 복잡한 감정이 솟구쳐 머리가 아팠기에. 역사를 빠져나왔다.
구조와 시스템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죽음이란 비참함. 생을 향한 노동이 오히려 생의 불씨를 일찍, 아니 찰나에 꺼뜨리는 허망함.
이윤이니 효율이니 헛된 수사들은 반복적으로 실제의 일상을 쉬이 짓밟는다. 끔찍한 비극의 행렬에 비록 희망을 노래하는 이가 없을지라도 염치와 반성은 존재할 것이란 기대도 같이 스러진다.
망하지 않아 망하지 못한 세상이다. 아니 망하지 못해 망하지 않는 세상이 맞을런가. 어느 게 정답인지 모르겠다. 둘 중 무엇이든, 답답한 동어반복으로 밖에 설명될 수 없는 현실이 다시금 한 삶을 부러뜨렸다.
얼굴조차 모르는 그이에게 “오늘도 수고했다”는 짧은 편지를 포스트잇에 남기고 왔다. ‘오늘’이라 쓰지 않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기에 오.늘.이라 힘주어 적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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