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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칼럼] 20년 전 고발인의 자격으로 삼성 이재용 기소를 요구한다(하)

20년 전 고발인의 자격으로 삼성 이재용 기소를 요구한다(상)

그래도 전문가들인데 틀린 말 하겠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눈감아준 탓에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가 여기까지 흘러왔다. 법학, 경영학 등 학계에서 더 나서고, 언론인이 더 나섰더라면 이처럼 명백한 경제불의 사안이 4반세기를 질질 끌지 않고 벌써 단죄됐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지금처럼 삼성이 막강한 자금으로 전문가와 법률가, 언론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방어전을 펼치는 데서 오는 지난 25년간 누적된 피로감을 호소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의 ‘이재용 구하기’는 재벌체제에 길들여진 수혜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성격과 속셈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검찰수사심의위원으로 200명 내외의 전문가 풀을 만들어 놨다. 그 중 무작위로 추출된 14명이 그날 시간을 내기로 했다. 삼성 측은 심의위원 풀의 명단을 일찌감치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는 손닿는 데까지 개별적으로 로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무작위 추출된 삼성현안 수사심의위원 13명 중 무려 10명이 이재용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에 의견을 모았다는 데 있다. 도대체 이분들이 본 건 무엇이었을까.

삼성측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13인 중 무려 8인이 법학교수, 변호사로서 형사법과 상법, 자본시장법에 대해 나름의 식견이 있어 보인다. 만약 이들의 판단이 옳다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불공정 합병추진, 국민연금의 합병찬성 유도, 삼바의 분식회계(에피스 콜 옵션의 부채 미반영)가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기획, 집행되었음을 입증하려는 검찰수사가 애당초 무리였다는 것 아닌가. 삼성이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한 것은 전문가들이 이렇게 판단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세기적 사안에서 심의위원의 입장에서 어떻게 결정할지를 생각해보자. 어떤 결정이 이재용과 삼성에 유리한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여기서 반(反) 삼성 편에 서면 이재용과 삼성에 원수가 된다는 것도 안다. 실은 삼성과 원수가 되는 걸 넘어 모든 재벌과 원수가 되고 전경련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반면 친(親) 삼성 편에 서면 십중팔구 삼성의 보은은 물론 다른 재벌의 러브콜도 예상할 수 있다.

어차피 누가 심의했는지는 조만간 다 알려진다. 그렇다면 사외이사 자리도 많은데 눈치 볼 것 없다. 전문가의 대부분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문성인지를 묻지 않는다. 결국은 기득권을 위한,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의 세상을 현상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는 기능적 전문가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분들한테 삼성은 젖과 꿀이 넘치는 가나안 땅이다. 개별위원의 입장에선 이번 권고결정을 내릴 이유가 넘친다는 뜻이다.

오직 삼성이라서, 이건희 부자라서 가능했던 마법들

같은 이유로 지난25년 간 오직 삼성이라서 가능했던 마법이 줄을 이었다. 필자를 위시한 법학교수 43인이 2000년 6월 29일 고발장을 접수했던 에버랜드 헐값발행 사안을 검찰이 공소시효를 단 하루 남기고 몸통 이건희 회장을 빼고 에버랜드 허태학 사장만 기소한 것도 오직 삼성이라서, 이건희 회장이라서 가능했다. 1심과 2심 법원에서 허사장이 각각 배임유죄를 선고받아도 검찰이 이건희 회장을 끝까지 기소하지 않고 버틴 것도 오직 삼성이라서, 오직 이건희 회장이라서 가능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0.06.08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0.06.08ⓒ김철수 기자

그러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로 삼성특검이 도입되었으나 조준웅 특별검사가 실질수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이건희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차명보유재산을 실명화하며 끝낸 것도 오직 삼성이라서, 이건희 회장이라서 가능했다. 2006년과 2007년 허태학 사장에 대해 각각 배임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2008년과 2009년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100% 동일한 사안(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배임무죄를 선고한 것도 오직 삼성이라서, 이건희 회장이라서 가능했다.

2009년 대법원이 경영권승계에 영향이 없는 SDS 헐값발행 사안에서는 9대2로 이건희 회장의 배임유죄를 선고하면서도 경영권 승계에 핵심적인 에버래드 헐값발행 사안에서는 6대5 단 한 표 차이로 이건희 회장의 배임무죄를 확정지은 것도 오직 삼성이라서, 이건희 회장이라서 가능했다. 2019년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심을 맡아 이재용의 형 집행유예를 떼어내게 생긴 서울고법 정준영 재판장이 고심을 거듭한 끝에 피고인(이재용)에게 준법경영감시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라고 권유하는 아주 특별난 사법서비스도 삼성이라서, 이재용이라서 가능했다.

끝으로 검찰통제기구의 외부전문가들이 산더미 같은 수사서류를 확보해서 기소만 남겨놓은 검찰에 느닷없이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하는 아주 특별난 전문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오직 삼성이라서, 이재용이라서 가능했다. 그밖에도 너무나 많은 사법적, 입법적, 정책적 예외와 특권이 오직 삼성이라서, 오직 이건희라서, 오직 이재용이라서 주어져왔으나 여기서는 그 내용을 생략한다.

이재용 남매의 재산은 부당이득이자 약탈재산!

이재용 남매의 자산은 현재가치로 합계 18조원을 넘는다. 이재용이 9조원, 이부진과 이서현은 각 3조원을 갖고 있다. 오래 전에 사망한 또 한 딸의 재산은 삼성문화재단으로 편입됐다. 그 값도 3조다. 이재용과 세 자매의 재산은 에버랜드(삼성물산) 지분과 SDS 지분으로 구성된다. 둘 다 이재용 남매에게 지배지분 분량이 헐값에 신규 발행됐다.

1996년과 99년에 일어난 사건이고 2000년에 형사고발을 했지만 대법원은 2009년에 와서야 판결을 내렸다. 에버랜드는 6대5 한 표 차이로 초라한 배임 무죄, SDS는 9대2로 압도적 배임 유죄였다. 그럼에도 이재용 남매는 둘 다 그대로 보유해서 지금까지 부친으로부터 단 1원, 1평, 1주, 1골동품도 상속받지 않았음에도 각각 9조, 3조, 3조의 초대형자본가로 변신한 상태다.

이건희-재용 부자가 지난 25년간 세계역사에서 최고의 연금술을 부린 것이 아니라면 이재용과 그의 세 자매의 18조 재산은 도대체 어디서 생겼을까?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땅에서 솟은 것도 아니고 부친이 준 것도 아니라면 딱 하나의 가능성이 남는다. 총수의 힘으로 관련계열사들의 재산과 가치, 기회를 야금야금 빼앗아서 몰아준 약탈재산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뉴시스

이재용 남매의 재산은 부당이득이라 전액을 사회에 환원해야!

중요한 점은 2009년 대법원이 이재용 남매가 헐값에 인수한 에버랜드 지분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이 아니라고 선언했으나 SDS 지분에 대해서는 배임범죄행위로 취득한 부당이득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이재용 남매는 취득당시만 부당이득을 올린 게 아니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비서실(미래전략실)의 계획에 따라 SDS의 기업 가치를 올릴만한 그룹내부조치가 행해질 때마다 부당이득이 늘어났다. 비서실(미전실)이 의도적, 고의적으로 이재용 남매가 보유한 SDS지분가치를 늘리기 위해서 그룹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SDS는 어느덧 IT관련 업종에서 어엿한 지주회사가 됐다. 당연하다. 총수일가가 직접 소유지배권을 갖는 핵심회사인지라 이렇게 만들어내야 한다.

시민사회의 질책과 환수 운동에 못 이겨 이재용 남매는 SDS 지분의 취득당시 부당이득(법원이 최소화시켜준 가액)을 국세청에 증여로 의제 받아 세금을 내고 공정거래위에 과징금을 냈다. 그렇다고 부당이득이 정당한 재산으로 둔갑하진 않는다. 지금은 각각 주식시장에서 시가만 적용해도 각각 1조 원 대가 넘지만 이재용과 자매들이 본인보유의 SDS 지분가치를 높이기 위해 한 일이라곤 전혀 없다.

총수가족의 보유지분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서실(미전실)이 계열사들의 기업가치와 사업기회를 슬그머니 SDS로 집중해줬고 그 과정에서 이재용 남매의 보유지분가치가 덩달아 높아졌을 뿐이다. 요컨대, 이재용 남매가 보유한 SDS 지분은 2009년 사법적으로 부당이득으로 판정이 난 순간에 100% 사회 환원됐어야 마땅하다.

따지고 보면 이재용 남매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도 다르지 않다. 이재용과 자매들의 에버랜드 보유지분이 경영권 승계의 토대이자 관건이기 때문에 1997년이래로 삼성그룹의 모든 지배구조변화는 이재용 제일주의, 에버랜드 제일주의가 관철될 수밖에 없었다. 에버랜드의 사업구조 변화는 물론 에버랜드의 계열사주식 취득과 이전,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합병에 이은 삼성물산 합병 등은 모두 이재용과 자매들의 그룹지배권을 강화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치밀하게 기획, 집행된 것이었다. 엄밀히 따지고 들면 이런 과정에 ‘사업판단’이라고 부를만한 게 조금이라도 있었을지 의문이다.

요컨대, 이재용 남매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에버랜드) 지분과 SDS지분 위에는 취득에서 가치증식의 전 과정과 세월을 통해 총수일가를 위해 그룹차원에서 기획, 집행된 배임행위가 켜켜이 쌓여있다. 이 점은 2009년 대법원이 이들의 SDS 지분 취득은 배임범죄의 산물이지만 에버랜드 지분 취득은 그렇지 않다고 판결했어도 실질이 달라지진 않는다. 당시 대법원은 헐값발행 행위의 배임 해당 여부만 따져봤을 뿐이고 에버랜드에 6대5 한 표 차이로 가까스로 배임무죄를 선고한 바 있으나, 그 이전, 그 이후의 모든 배임 행위까지 면죄부를 준 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선순환은 검찰의 이재용 남매 기소로 시작한다

이재용은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4%나 보유하고 있는 사실에 착안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패션, 제약, 건설, 상사의 기묘한 조합이어서 시너지가 발휘될 여지가 없었지만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강화를 위해 합병을 결정한 것이었다. 제약업종이 들어간 이유는 삼성이 이재용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제일모직 아래 차세대 황금거위업종, 제약업을 영위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미 설립해서 운영 중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당시 이재용은 에버랜드가 흡수 합병된 제일모직의 대주주였으나 삼성물산 지분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당연히 이재용 입장에서는 제일모직 지분가치를 높이 쳐주고 삼성물산 지분가치를 낮게 잡아주는 방식으로 불공정 합병을 추진할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합병비율 산정당시 삼바의 부채요인(바이오젠의 에피스 콜 옵션)을 반영하지 않아서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리고 아파트 건설을 중지해서 삼성물산 가치를 깎아내린 사실이 검찰수사로 밝혀졌다.

2015년 6월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축하 만찬에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과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2015년 6월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축하 만찬에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과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삼성그룹은 보험, 증권에서 반도체, 가전을 거쳐 항공, 조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의 국내대표기업 50여개로 구성돼있다. 이재용은 에버랜드 지배지분 헐값인수 및 그에 맞춘 그룹지배구조 변경작업으로 국내최고 대기업군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세습 받았으나 두 가지 점에서 아직까지 그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첫째, 300조가 넘는 자산과 10만 명을 지휘, 통제할 경제권력을 가지려면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 바 아직까지도 최고경영인의 능력을 보여준 게 없다. 창업자라면 모르겠으나 경제효율을 위해서도 당연세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듯이 재벌총수의 씨도 따로 없는 게 틀림없다. 창조와 혁신의 경영역량은 유전되지 않는다.

둘째, 초거대기업의 경영권세습과정에서 국가에 낸 세금이 고작 16억 밖에 안 된다는 게 문제다. 누가 봐도 탈세를 한 것이라 그렇다. 아직 상속이 개시되지도 않았는데 이재용과 자매들의 개인재산만 합해도 이미 18조가 넘는다. 이들의 재산형성과정은 모두 실질적인 배임행위와 탈세행위로 점철돼 있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재용 남매들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빠 찬스’로 거저먹은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정도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혁신과 창조로 번 돈도 전액 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했다. 이재용 남매가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특히 대법원도 배임행위의 열매로 판단한 SDS 보유지분은 100% 조건 없이 사회 환원해야 마땅하다.

이때 이재용 몫만이 아니라 그의 자매들 몫까지 사회 환원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이재용만 거론돼왔으나 에버랜드와 SDS의 지배지분 헐값인수로 독자적 자본가반열에 오른 사람은 이재용뿐 아니라 이부진, 이서현이 포함된다. 이재용과 두 자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공정 합병과 이를 위한 삼바분식회계 등에도 똑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것으로 봐야한다.

나는 검찰이 앞으로는 경영권승계의 수혜자인 이재용과 두 자매를 동일하게 다뤄야만 사실과 정의에 모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두 자매의 보고라인도 철저하게 수사해서 이들도 이재용과 동시에 보고를 받고 어떤 방식으로 결정권을 행사했는지 사실관계를 밝혀주기 바란다. 그에 따라 공범으로 기소하기 바란다. 그것이 검찰의 역할이다. 대한민국 검찰에 주어진 거악척결 사명은 역사상 최대의 경제불의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뒷짐 지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나는 검찰의 두 자매 수사 확대 및 동시 기소로 삼성은 물론이고 재벌가의 경영권 무세 세습 문제가 국회와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경제정의와 경제효율, 사법정의와 법치주의가 가일층 발전할 계기가 될 것이다. 검찰을 향해 외친다. “레디 액션!”

곽노현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전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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