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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FTA 정책 목표, ‘산업 보호’에서 ‘생산성 증대’로 재설정해야”
항구에서 수출 대기중인 컨테이너들(자료사진)
항구에서 수출 대기중인 컨테이너들(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자유무역협정(FTA) 정책 목표 설정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존에 FTA 정책 목표로 삼은 수출 확대와 국내 산업 보호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KDI는 생산성 증대 중심으로 정책 목표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산성 낮은 기업이 퇴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지원책을 기업이 아닌 노동자 중심으로 설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일 ‘1990년대 이후 무역자유화와 한국 제조업 생산성 변화’ 보고서에서 “FTA를 비롯한 무역자유화 정책의 중요한 목표는 교역산업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송 연구위원은 그간 한국이 추구한 FTA 정책 목표는 수출 확대와 국내 산업 보호인데, 이 두 가지 정책목표가 서로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FTA로 수출을 확대하려면 상대국 관세를 낮춰야 하지만, 국내 산업 보호 측면에서는 자국 관세를 낮추지 않아야 한다. 상대국에는 관세 인하를 요구하면서 자국 관세를 낮추지 않으면, 이익 불균형으로 협정이 체결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2000년 이전에는 일반 특혜관세 제도(GSP)를 통해 한국이 수출 확대와 국내 산업 보호를 병행할 수 있었다. GSP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개도국에 대한 적용을 허용하는 특혜관세를 이른다. 한국은 1970년대 초반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GSP를 적용받아 수혜를 누렸다. 그러나 1989년 미국, 1996년 EU, 2000년 일본 등이 차례로 한국에 대한 GSP를 거뒀다.

송 연구위원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한국은 발전한 이후에 여러 FTA를 추진했는데, 두 가지 정책목표를 같이 추진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는 관세 하락폭이 커 수출 확대는 충족하지만, 국내 산업 보호에서는 취약하다. 상대적으로 관세 하락폭이 낮은 한·중 FTA는 반대 효과가 나타난다.

송 연구위원은 FTA 주요 목표로 존속기업 생산성 증대와 생산성 낮은 기업 퇴출을 통한 산업 전반적 생산성 증대를 제시했다.

존속기업 생산성 증대 측면에서 평가한 FTA 성과는 2010년 이후 급격하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991~1997년을 제1기, 2002~2007년을 제2기, 2012~2017년을 제3기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제3기에는 FTA가 한국 제조업 생산성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다. 제3기에는 한·EU FTA(2011년), 한·미 FTA(2012년), 한·중 FTA(2015년)가 발효됐으나, 2017년을 제외하고는 비교역산업 대비 교역산업 존속사업체의 생산성 증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제3기 연평균 수출과 수입 증가율은 각각 0.9%, -1.6%에 그쳤다. 이 수치가 제1기는 11.2%, 10.0%이며, 제2기는 18.0%, 18.6%에 달한다. 송 연구위원은 “존속사업 생산성이 증대하려면 FTA가 수출과 수입을 증대시켜야 한다”며 “제3기는 그 효과가 작았기 때문에 결국 생산성 증대를 관찰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 퇴출을 통한 생산성 증대는 진척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퇴출사업체 평균 총요소생산성이 존속사업체에 비해 12~26.2%가량 낮게 나타난 점을 통해, 생산성이 낮은 사업체가 퇴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송 연구위원 설명이다. 그는 “생산성 낮은 기업이 퇴출돼야 자본 등이 생산성 높은 기업으로 갈 수 있고, 산업 전반에 걸친 생산성이 증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생산성이 낮은 기업 퇴출이 FTA 영향인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송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무역자유화는 수출 시장은 확대시키지만, 수입산업 쪽 경쟁을 활성화해 퇴출은 사실 수입 쪽에서 많이 일어난다”며 “한국은 수출주도산업과 수출입산업에서 퇴출이 활발했다”고 전했다.

송 연구원은 기업 퇴출에 따른 실업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노동자 중심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예로 무역조정지원제도 중심을 기업 지원에서 노동자 지원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무역조정지원제도는 FTA 체결로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것이 확실한 기업에 융자와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송 연구원은 “무역조정지원제도 지원 대상은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가 돼야 한다”며 “기업에 대한 지원은 퇴출을 막아 좀비기업 양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직 노동자를 대한 재교육을 통해 재취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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