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일본 추가 규제 주시하는 ‘반·디’…일부 품목 의존도 높지만, 국산화도 진척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제공 : 뉴시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추가 보복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지난해 1차 보복에서 핵심 품목이 규제 대상에 오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 1년간 다각도로 국산화를 추진해 일정 수준 성과를 달성했다. 기술력과 생산량에서 일본에 비해 다소 뒤처지지만,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타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한국 법원이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기일이 다음달 4일로 다가오면서다.

일본 현지 언론은 한국이 일본제철 자산 현금화를 실행하면 일본 정부가 추가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일본 기업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추가 보복 방식으로 수출 규제 확대가 언급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법원이 강제징용 배상금 관련 전범기업에 대해 자산 현금화 조치에 착수하자 일본의 추가적인 수출규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해 1차 보복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주요 소재 부품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개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꿔, 한국으로 수출할 때 건별로 허가를 받도록 했다. 허가 절차를 강화해 수출을 까다롭게 만든 것이다.

반도체 자료사진
반도체 자료사진ⓒ뉴시스

반·디 일부 핵심 품목 일본 의존도 높지만, 국산화도 진척…“큰 타격 없을 것”

일본 의존도가 높아 추가 규제 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 품목으로는 실리콘 웨이퍼가 꼽힌다. 실리콘 웨이퍼는 전자회로를 새겨 넣는 얇은 판으로, 반도체 핵심 원재료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올해 1~6월 수입 통계를 보면, 실리콘 웨이퍼 전체 수입에서 일본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3%였다. 2위 중국(23%)과 3위 싱가포르(16%)를 합한 수치보다 높다.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일본 신에츠화학공업과 섬코가 주도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두 회사의 실리콘 웨이퍼 세계 시장 점유율이 각각 27%, 26%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어 실트로닉스(독일) 13%, 선에디슨(미국) 10%, SK실트론 9% 등이다.

일본이 실리콘 웨이퍼 수출을 규제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원활한 물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SK실트론과 독일, 미국 업체에서 받는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겠지만, 일본 업체 비중이 워낙 높아 수급이 불안정해질 우려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국산 제품 활용을 늘리고 조달망을 다변화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며 “일부 물량 부족이 있을 수는 있지만, 큰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랭크마스크도 일본 의존도가 77%에 달해, 일본 수입 상위 20대 핵심 소재·부품 품목에 해당한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웨이퍼에 전자회로 패턴을 새길 때 회로도 역할을 하는 포토마스크의 원재료다. 반응하는 빛의 파장에 따라 불화크립톤(KrF·248nm), 불화아르곤(ArF·193nm), 극자외선(EUV·13.5nm)용으로 구분한다. 광원이 얇을수록 동일 면적 웨이퍼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다. ArF·EUV용 블랭크 마스크는 호야(HOYA)를 위시한 일본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도 이들로부터 주로 공급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에스앤에스텍이 블랭크 마스크를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납품하고 있지만, EUV용은 개발 단계다. 에스앤에스텍은 지난달 EUV용 블랭크마스크 등의 기술개발과 양산에 1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SKC도 지난 4월 ArF·EUV용 블랭크 마스크 시제품을 국내 수요 기업과 테스트하고, 올해 하반기 본격 양산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파인메탈마스크(FMM)라는 품목을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양산에 성공하지 못해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섀도마스크로도 불리는 FMM은 주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된다. 종이보다 얇은 철판에 약 2만개의 작은 구멍이 난 형태의 FMM을 디스플레이 기판에 올려놓으면 구멍 사이로 빨강·초록·파랑(RGB) 유기물이 기판에 부착된다.

FMM 품질은 OLED 패널 해상도에 영향을 미친다. 유기물을 증발시켜서 부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FMM은 고온에서도 변형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구멍 크기와 간격도 일정해야 한다. 또한, FMM이 얇을 수록 구멍을 통과하지 못하는 유기물이 줄어 효율성이 높아진다.

한국에서는 웨이브일렉트로닉스와 APS홀딩스 등 일부 업체가 FMM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 FMM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OLED 패널 기업의 품질 평가를 통과하면 대량 양산에 들어가게 된다.

주병권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개발이 마무리되고 품질 평가에 들어갔다는 건, 평가 단계에서 큰 결함이 발견되지 않는 한 양산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양산 초기에서는 기술력 측면에서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겠으나 점차 개선될 것이기에 일본이 FMM 수출을 막는다 해도 심각한 상황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인메탈마스크(FMM)를 이용한 OLED 소자 증착.
파인메탈마스크(FMM)를 이용한 OLED 소자 증착.ⓒ삼성디스플레이

”소·부·장 독립 아직…규제 품목 예상 어려워”
“품목 확대해도 수출 안 막으면 의미 없어…일본, 명분 없어 쉽지 않을 것”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할지, 어떤 품목을 추가할지는 미지수다. 한국무역협회는 일본이 한국에 추가 수출 규제를 단행할 경우, 비민감 전략물자 품목을 대상으로 할 우려가 높다고 내다봤다. 비민감 전략물자 가운데 일본 의존도 70% 이상, 일본 수입 규모 1백만 달러 이상 품목 100개를 선별한 결과, 주로 반도체·평판디스플레이 제조장비나 정밀화학원료 같은 기초소재에 집중돼 있었다. 여전히 상당수 품목이 높은 일본 의존도를 보이고, 이들 품목 모두 규제 대상 선택지에 올라 있다는 얘기다.

한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은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여럿 있는 만큼, 일본 쪽에서 구체적인 규제 내용을 발표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 어떤 품목이 규제 대상이 될지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하더라고 실제 수출 물량이 줄지 않으면 한국이 입을 타격은 거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기현 상무는 “일본은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했지만 지금도 한국에 물량이 들어오고 있다”며 “규제 품목을 확대해도, 현장에서 수출을 막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 수입 비중은 큰 변동 없이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도 규제 이후 한때 70%로 저점을 찍었으나 올해 들어 다시 90% 안팎을 보이고 있다. 규제 이전에 40~50%던 불화수소만 현재 10%대로 하락했다.

안 상무는 “일본 수입 비중이 줄어든 건 그만큼 한국이 국산화를 통해 생산을 늘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애초 수출 규제가 정치적 목적에서 비화했다는 점마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명분이 빈약해 추가로 규제 품목을 지정해 수출을 막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수출 규제 이후 특별규제 3개 품목 수입선 변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특별규제 3개 품목 수입선 변화ⓒ한국무역협회

조한무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