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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수개신교가 반동성애를 외치는 까닭은?
동성애기독시민연대, 한국교회수호결사대 등 단체 회원들이 6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평등기본법)은 동성애 독재법"이라 주장하고 있다.
동성애기독시민연대, 한국교회수호결사대 등 단체 회원들이 6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평등기본법)은 동성애 독재법"이라 주장하고 있다.ⓒ뉴시스

“기독자유당의 창당의 사명은, 대한민국 교회를 위협하는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 네오막시즘과 주체사상에 대항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제 우리 기독자유당은 대한민국과 교회가 혼돈과 위기에 빠진 이때에 분연히 일어나 조국과 거룩한 성전을 바로 세우고자 합니다.”

기독자유통일당의 전신인 기독자유당은 자신들의 창당 사명을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기독자유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와 전광훈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소속의 고영일 변호사(기독자유당 대표), 지덕, 이용규, 엄신형 목사 등 전직 한기총 회장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극우성향의 개신교 정당이다. 기독자유당은 창당 이유에서 밝히고 있듯이 동성애와 이슬람을 막는 것을 최고의 사명으로 꼽고 있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기독자유당의 선거 슬로건도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꼭 막아내겠습니다”였다. 2020년 총선에서도 기독자유통일당은 ‘동성애·차별금지법·이슬람법 저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산주의와 북한 이후
보수개신교의 새로운 적 ‘동성애’와 ‘이슬람’

지난 2017년엔 CBS TV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방송의 성소수자 강연 동영상이 일부 보수성향의 개신교 교회와 교인들의 항의로 비공개 처리돼 논란을 빚었다. 세바시 강연에 참여했던 송아람 작가 등 다른 출연자들이 자신의 동영상도 내리라며 항의하는 등 논란이 커졌다.

세바시는 CBS TV 채널이 아닌 유튜브,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 활동가인 강동희 씨의 ‘성소수자도 우리 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라는 강연을 2017년 11월 23일 공개했다. 세바시는 해당 동영상을 CBS가 기독교 방송임을 고려해 CBS 채널을 통해 방송하지 않았다. 하지만 보수 개신교회 등의 항의를 받고 이틀 만에 인터넷 등에 공개했던 동영상을 내렸다. 세바시 측은 자체 논의를 거쳐 비공개 처리했던 동영상을 얼마 뒤 다시 공개했다.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거부하는 보수개신교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4월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동성결혼 합법화 소송을 진행 중인 김조광수 감독을 불러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대담회를 열었지만, 보수개신교 단체 등에서 교회협 해체를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충돌을 피해 장소를 바꿔 조촐하게 대담회를 진행했지만, 대담회를 마치기도 전에 대담장으로 몰려온 보수개신교 교인들이 통성기도를 하는 등 행사를 방해하는 바람에 대담이 중단됐다.

배우 서정희(가운데)가 지난 2016년 4월 11일 20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기독교 비방·동성애 지지·서울시 동성애 퀴어축제'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배우 서정희(가운데)가 지난 2016년 4월 11일 20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독자유당 '기독교 비방·동성애 지지·서울시 동성애 퀴어축제'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이러한 보수개신교의 배제와 차별과 혐오의 논리에 보수 정치권이 힘을 보태면서 성소수자를 향한 배제와 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배제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은 이슬람교, 조선족, 외국인 노동자 등 ‘우리와 다르다’는 낙인을 곳곳에 찍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보수개신교의 항의를 받은 세바시 강연 동영상에서 강동희 씨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때론 쉽게 잊고, 있지만 없는 것처럼 지우기도 한다”면서 “인권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것은 존재하는 것을 부정할 때 그것은 폭력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개신교인들의 항의로 대담장에서 쫓겨나야 했던 김조광수 감독은 “교회는 내게 너무 중요한 공간인데 여기서 까지 내가 배척당해야 하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면서 “모든 동성애자들은 스스로 정체성을 모른 채 태어나 한 번쯤은 분위기에 휩쓸려 스스로도 동성애자를 혐오했던 경험들이 있는데 이런 상처를 여러분만큼은 돌아봤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보수개신교가 동성애와 이슬람을 최고의 위협으로 꼽으며 이렇게 배타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성애와 이슬람이 개신교와 대한민국에 실제적 위협이어서가 아니라 ‘위협’으로 느껴지게 적으로 대상화하기 편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냉전 시대가 끝나면서 반공과 반북만으론 보수개신교의 세력 확장이 어려워진 조건에서 새로운 외부의 적으로 설정한 대상이 바로 동성애와 이슬람이다.

동성애와 이슬람에 대해
부정적인 개신교인들

동성애와 이슬람을 새로운 적으로 설정한 이유는 이와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김영주 목사)이 2019년 10월에 발표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통계조사 자료집’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58.4%는 ‘동성애는 죄’라는 주장에 동의했지만, 비개신교인은 25%에 그쳤다. ‘난민은 이슬람 등 불온 문화를 전파하므로 임시 보호도 안 된다’는 의견은 개신교인이 23.0%로 비개신교인 18.1% 보다 3.9%p 높게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2018년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구별하지 않고 일반적인 ‘난민’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땐 우호적 태도(50.7%)가 적대적(44.7%) 태도보다 많았다. 하지만 질문 대상을 ‘이슬람 난민’으로 좁혀 물었을 땐 우호적 답변은 28.7%(매우 우호 2.8%, 약간 우호 25.9%)에 그쳤고 적대적 답변은 66.6%(약간 적대 36.2%, 매우 적대 30.3%)나 됐다.

동성애와 이슬람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부정적이지만, 특히 개신교 신자들이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이런 현실은 동성애와 이슬람을 적으로, 위협적인 존재로 상정하기 좋은 조건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이용해 보수개신교가 양적인 성장 또는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구형찬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018년 발표한 논문 ‘혐오와 종교문화:한국 개신교에 관한 소고’라는 소논문을 통해 “보수개신교나 복음주의 우파가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이유는 주로 교회의 양적 성장 정체나 감소, 공신력의 추락, 사회적 위상 및 특권 감소라는 위기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으로 설명된다. 즉 교세 감소를 만회하고 사회적 위상의 복원과 더 나아가 확대를 추구하기 위한 생존 동기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혐오정치는 교회(그리고 사회)의 내부적 위기요인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일종의 ‘희생양 만들기’이면서 또 종교적 세계관이나 가치의 위기와 정체성 위협에 대한 ‘수세적 반격’ 또는 ‘문화적 방어’이기도 하다. 이 기제들은 종교 행위자로 하여금 단순한 이익추구와 권력지향뿐만 아니라 강력한 인정투쟁의 동기화를 추동하고, 특정한 종교적 믿음은 정체성 위협에 대응하는 인정투쟁의 자원이 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 8월 16일 ‘동성애 합법화 반대’ 시위를 진행한 부산지역 보수 계신교계와 학부모단체 회원들.
지난 2017년 8월 16일 ‘동성애 합법화 반대’ 시위를 진행한 부산지역 보수 계신교계와 학부모단체 회원들.ⓒ뉴시스

혐오정치를 통해 개신교가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는 각 개신교단 총회의 모습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열린 개신교단 총회의 최대 화두는 ‘반동성애’였다. 2019년 각 교단 총회를 살펴보면 동성애자뿐 아니라 동성애를 지지 지원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는 수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SNS 등을 통해 동성애자를 ‘사회적 약자’로 표현하기만 해도 ‘동성애 옹호 행위’로 규정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등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동성애자 및 지지자의 신학교 입학을 불허하고 적발 시 퇴학을 추진키로 했다. 이미 지난해 예장통합은 이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목회 활동을 하는 등 동성애 옹호를 이유로 기장교단 소속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를 주요교단에서 이단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보수개신교를 중심으로 이슬람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거세다. 한기총은 지난 2008년 ‘이슬람이 몰려온다’는 영상물을 제작해 배포했다. 한기총은 이 동영상을 “이슬람이 한국을 이슬람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에 … 국가안보상의 위험에 미리 대비하여”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동영상에서 한기총은 이슬람 세력들이 한국의 이슬람화를 목표로 한국에 잠입해 활동하기 시작했고, 날이 갈수록 세력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이 이슬람화되면 각종 테러와 폭동이 일어나는 등 국가 경제와 사회와 혼란해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후 각 개신교단 총회는 이슬람과 관련해 각종 대책위를 꾸리는 등 교인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여론화 작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2011년엔 이슬람채권에 대해 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수쿠크 법안)을 두고 보수개신교 내부에서 이슬람 논란이 일었다. ‘수쿠크’는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고안된 금융투자방식으로, 채권 발행 자금을 실물자산에 투자하여 그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게 된다. 이런 이슬람채권(수쿠크)에 과세 혜택을 줘 이슬람 자금의 투자를 받겠다는 게 이명박 정부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보수개신교가 반이슬람 목소리를 내면서 해당 법안은 좌절되고 말았다. 이런 논란이 일던 2011년 열린 제4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선 합심기도 순서를 맡은 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의 요청으로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이후 수쿠크 법안이 무산된 상황을 함께 떠올려보면 보수개신교가 가진 힘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지난 2015년 전북 익산에 이슬람 관련 식품 유통을 위한 할랄단지 조성이 추진되자 보수개신교인 사이에서 돌았던 카톡 메시지
지난 2015년 전북 익산에 이슬람 관련 식품 유통을 위한 할랄단지 조성이 추진되자 보수개신교인 사이에서 돌았던 카톡 메시지ⓒ기타

이후 이슬람과 동성애와 관련한 수많은 이슈들이 보수개신교를 중심으로 유포되는 가짜뉴스로 인해 좌절되거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전북 익산에 이슬람 관련 식품 유통을 위한 할랄단지 조성이 추진되자 보수개신교인 사이에선 이런 카톡 메시지가 돌았다. “할랄단지 반대 서명 바랍니다. 다문화 빗장을 너무나 열어 놓았습니다. 인천공항 외국인 입국시 지문 확인도 안 하고 장기 체류자 대책 없습니다. 5천5백억 원 들여서 익산시에 할랄 식품 공장을 짓고 50만 평을 50년 동안 무상 임대 해줍니다. 매월 1인 기준 정착금 전북도청 1백만 원, 익산시청 5십만 원 기타 주택 보조금까지 세금 1원도 안 내는 사람들에게 세금퍼주기입니다.”

할랄단지 반대 서명을 호소하고 한 이 메시지는 IS 등 테러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해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일으켰다. 그런데 이 메시지에 등장하는 내용은 대부분 유언비어였다. 일부의 사실에 왜곡된 정보를 더한 거짓 정보다. 할랄 식품 공장은 50만 평 규모의 익산 식품 클러스터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외국인 입국시 지문 확인도 안 한다는 주장 역시 거짓이다. 하지만 이런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결국 사업은 백지화됐다.

동성애와 관련한 가짜뉴스도 자주 유포된다. 지난 2015년 서울시청 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리자 당시 개신교 보수단체들은 서울시에 행사 취소를 요구하는 등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러다 축제가 열리자 당일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퀴어축제’를 막지 못하면 변종메르스가 전국을 휩쓸 것이란 주장으로까지 나왔다. 당시 개신교 커뮤니티에선 메르스가 대한민국의 이슬람과의 할랄사업권 체결, 동성애 축제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는 식의 발언까지 유포됐다. 하지만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은 “사역 부탁한다”는 요청과 함께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아울러 퀴어축제 맞불 집회 등 직접적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보수개신교의 압력으로
번번이 좌절된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

퀴어축제를 저지하기 위해 반대집회까지 열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보수개신교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건 동성애다. 동성애와 관련해 보수개신교가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건 지난 2007년부터다. 2007년은 차별금지법 발의 논의가 처음 시작된 해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계속됐지만, 보수개신교의 압력으로 번번이 좌절됐다. 2007년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개신교계 보수세력의 압력과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제약한다는 재계의 반대로 애초 법안에 포함돼 있던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 경력, 성적 지향, 학력, 병력 등 7개 차별사유를 삭제했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이런 움직임에 항의하며 반차별공동행동과 함께 법무부가 삭제한 7개 차별 사유가 포함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안과 법무부안은 17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모두 자동 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서도 민주노동당이 주도해 차별금지법을 제출했고, 법무부가 2010년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특별분과위원회를 만들어 10개월 동안 운영했지만, 개신교계 보수세력이 ‘동성애 허용 법안’이라며 차별금지 항목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등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2013년 3월 6일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요구한다! 최대의 사회악은 차별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2013년 3월 6일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요구한다! 최대의 사회악은 차별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김철수 기자

17·18대 국회와 달리 19대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지난 2008년 한국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고, 2011년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이어 2012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재차 권고하는 등 국제적 압력도 높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인수위 시절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주요 인권 과제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는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난 2013년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던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들은 보수개신교 단체의 조직적 파상공세에 무릎을 꿇었다. 당시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각각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개신교계 보수세력들은 “법이 통과되면 학교에서 동성간의 성행위를 가르쳐야 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들을 처벌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해당 의원실은 항의메일은 물론 날마다 항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지역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낙선 운동까지 공언했다. 결국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자진 철회하고 말았다.

이런 개신교계 보수세력의 정치적 힘은 20대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해온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권력이 축소되면서 차별금지법 등 인권 관련 법안의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20대 국회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차별금지법은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발의는 됐지만, 보수개신교의 반대에 밀려 좌절됐던 18~19대 국회보다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21대 국회에선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정의당 소속 의원 6명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이동주 의원,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함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이번에도 보수개신교는 각 의원실에 항의전화와 집회를 이어가는 등 총력저지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도 보수개신교 세력들은 가짜뉴스를 동원하면서까지 차별금지법 저지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 반대 설교자를 처벌한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내용 가운데엔 이런 구절은 없다.

여전히 보수개신교를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반대의 목소리가 높지만, 달라진 분위기도 전해지고 있다.과거와 달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인권센터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찬성 성명을 내고, 한국기독교장로회가 교회와사회위원회 명의로 환영 입장을 밝히는 등 개신교 내부에서 지지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 근거로 동성애 죄악시…
성경, 혐오와 배척의 무기가 되다

보수개신교가 이렇게 동성애에 대해 단순한 반대 수준을 넘어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배경엔 종교적 근거도 있다. 이들은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는 레위기 18장 22절 등 성경 구절을 바탕으로 “하나님은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으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이렇게 믿고 행동하는 배경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성경은 신학적으로 볼 때 ‘신의 영감을 통해 만들어진 문서’로 규정한다. 하지만 인간이 쓴 만큼 그 시대의 문화적 요소와 생활 풍습 등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이런 문화적 현실은 무시하고, 성경에 쓰인 문자를 나와 다른 상대를 배척하고, 혐오하는 무기로 활용한다.

2013년 8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성소수자 4대 인권입법과제 실현 촉구 및 김조광수-김승환 결혼식 국회의원 초청 기자회견 바로 옆에서 보수단체들의 동성애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3년 8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성소수자 4대 인권입법과제 실현 촉구 및 김조광수-김승환 결혼식 국회의원 초청 기자회견 바로 옆에서 보수단체들의 동성애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이승빈 기자

더욱이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를 중심으로 성경을 편의적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이 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근본주의’를 주장하며 고수하고, 자신이 지키지 못하고, 어길 수밖에 없는 것은 문화적 요소 또는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라며 무시한다. 대표적인 게 바로 ‘돼지고기’다. 레위기를 근거로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보수개신교지만, 이보다 앞서 레위기 11장 7절과 8절에 등장하는 “돼지는 굽이 갈라지고 그 틈이 벌어져 있지만, 새김질을 하지 않으므로 너희에게 부정한 것이다. 너희는 이런 짐승의 고기를 먹어서도 안 되고, 그 주검에 몸이 닿아서도 안 된다”는 구절은 무시하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 등 중근동 지방의 문화와 생활양식이 반영된 구절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성경을 근거로 동성애를 죄악시하려면 돼지고기도 마찬가지로 거부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편의대로 취사선택해 유리한 것만 주장하는 것이다.

‘종북 게이’의 출현…
반공주의와 호모포비아의 결합

이렇게 편의대로 선택해 “하나님은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으셨다”고 주장하는 순간 동성애와 성소수자를 향한 어떠한 합리적 토론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한 보수개신교의 정치적 행동은 차별금지법을 국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보수개신교 특히 극우개신교는 이를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의 좋은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그들의 전략을 잘 보여주는 용어가 지난 2013년 차별금지법 제정 논란 당시 등장한 ‘종북 게이’라는 신조어다. 조민아 세인트캐서린대학교 교수는 ‘당신들의 신국’(2017, 돌베개)에서 보수개신교는 보다 강력한 혐오와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진화된 타자화 전략을 통해서 그 위기를 극복하려 하였고 그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어가 ‘종북게이’라고 말했다. 이 말엔 반공주의와 호모포비아가 결합되어 되어있고, 종북과 동성애로부터 순수한 사랑과 가정과 군대와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우파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가 결합되어 있다면서 이는 혐오와 배제의 새로운 구성을 통해서 배타적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타자화 전략과 주체화 전략이라고 밝혔다.

연구집단 카이로스 소속의 김현준(서강대학교 사회학과박사과정 수료)도 2017년 발표한 ‘개신교 우익청년대중운동의 형성- 극우정치에서 개신교의 효용과 문화 구조’에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현준은 “이른바 ‘종북 게이’ 표현은 혐오의 대중적 확산과 극우 이데올로기의 일상화를 노리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개신교는 두 담론을 접합(articulation)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보다 쉽게 혐오할수 있는 익명적 대상인 성소수자—특히 남성 동성애자—를 기존 반공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하고, 애국보수-국가주의 프레임 안에서 대중을 설득함으로써 보수 기득권 세력을 확장하려는 헤게모니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성애 혐오는 다양한 개신교 내부뿐만 아니라 종교 간의 차이와 갈등을 극복할 공동의 ‘적’으로서도 유용하다”고 분석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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