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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시행 한달,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엔 무슨 일이 있었나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중국이 지난 달 30일 중국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고, 미국은 중국이 ‘일국양제’(한 국가 안의 두 정치체제) 약속을 위반했다며 그간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당시 첨예한 미중 갈등으로 인해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높았다. 실제로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잃어가고 있을까.

일몰 직전 홍콩의 스카이라인 (자료 사진)
일몰 직전 홍콩의 스카이라인 (자료 사진)ⓒ뉴시스/AP

‘특별지위 박탈’로 위태로워진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실제 미국은 그간 무슨 조치를 취했나

홍콩보안법 지난달 30일 오전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 만장일치로 통과돼 같은날 오후 11시에 발효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국가 분열, 전복 등 행위를 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이를 위해 홍콩 행정입법사법기관은 관련 법규를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민주주의’, ‘독립’을 요구해왔던 홍콩 시민들의 집회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홍콩이 누려온 자치권이 침해된 것이다.

미국은 ‘홍콩보안법’ 통과를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미국은 그간 홍콩을 중국과 구별해 무역·금융 거래에 있어 특별지위를 부여해왔는데, 이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의 특별지위 철회로 인해 홍콩에서 자본과 인력 등이 빠르게 이탈해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홍콩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자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허브 자리를 두고 홍콩과 각축전을 벌이던 곳들을 중심으로 ‘홍콩 대체지’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결국 통과시키자, 미국 정부는 실제 홍콩에 대한 압박 조치 검토에 나섰다. 미국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압박 조치는 크게 ▲달러 페그제 무력화 ▲리쇼어링 유도 ▲관세·무역 혜택 폐지 ▲비자발급 기준 강화 등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이 방안들 중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달러 페그제 무력화’와 ‘비자발급 기준 강화’를 꼽을 수 있다. 홍콩의 강점은 외국인 투자자가 자유롭게 들어와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점과 기축통화인 미 달러로 언제든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홍콩은 1983년부터 환율을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유지하는 ‘달러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지지 않고 빠르게 환전해 나갈 수 있었다. 홍콩은 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HSBC, 중국은행 등 민간은행이 달러를 발행해 빠르게 유·출입시키도록 하고, 홍콩통화청은 민간은행이 유·출입한 만큼의 달러를 회수하거나 풀어 홍콩달러와 미국달러 보유량을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 여기서 미국은 홍콩이 달러 페그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전’을 보장하는 특별지위도 보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종식하는 행정명령과 중국 관리들을 제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말했다.(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종식하는 행정명령과 중국 관리들을 제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말했다.(자료사진)ⓒ뉴시스/AP

때문에 미국은 달러 페그제 자체가 흔들 수 있다. 이달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 홍콩보안법 시행에 대한 보복 조치로서 달러 페그제에 타격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홍콩은행의 달러 매입에 한도를 제한하거나 미국은행의 홍콩 달러 보유량을 제한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홍콩 달러페그제 폐지를 실제로 시행하진 못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과 국무부가 홍콩은행이 미국은행과 미 달러화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내부 우려가 커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달러 페그제를 흔들면 홍콩에 진출해 있는 1,800여개 미국 기업들 역시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국제 금융시장에 혼란을 불러올 ‘핵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홍콩은 전세계에서 3번째로 미달러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곳이다.

또, 미국이 달러 페그제를 공격한다고 해도 홍콩은 이미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콩은 4400억달러(530조9천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보복 조치로 인해 미 달러가 부족할 경우 중국에 도움을 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전세계 1위로 3조달러(3619조8천억원)에 이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결국 ‘달러 페그제’ 폐기를 뺀 채 ‘홍콩 특별대우 박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홍콩 민주화를 약화시키는 이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과 홍콩 수출 우대 금지, 홍콩 여권 소지자 비자 특혜 제한 등을 골자로 담겼다. 또, 미국은 홍콩으로 진출해 있는 1800여개 기업에 대한 리쇼어링(본국 회귀) 비용을 지원하겠다고도 유도했다.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미국의 경제매체 CNBC는 13일(현지시간) 주홍콩 미국상공회의소가 전체 회원의 15%인 183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 중 64% 기업이 ‘홍콩보안법 시행에도 당장 홍콩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의도와 달리, 홍콩 증시 거래량도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미중 갈등이 첨예했던 6월 하루 평균 홍콩 증시 거래량은 162억달러로 전월 대비 10%,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WSJ은 그 이유로 수 십 년간 중국의 관문인 홍콩에서 뿌리를 내린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변화한 중국 주도형 비즈니스에 적응하며 성장해왔다고 분석했다. 홍콩에 진출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이미 중국 본토 북경어를 쓰는 직원들을 대규모로 채용해 최고위층으로 승진시켰고 중국과의 더 많은 거래와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실상 미국의 ‘압박 조치’가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흔들지 못한 셈이다.

홍콩은 중국을 ‘든든한 뒷배’ 삼아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압박 조치에 홍콩 자본시장에 차이나머니를 투입하는 것과 함께 우량 중국 기업들을 홍콩 시장에 상장시키는 식으로 방패막을 자처하고 있다. 중국 최대 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약 2천억달러(240조원)의 기업가치 금융자회사 앤트테크놀로지 기업을 홍콩과 상하이에 상장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 예다. 그 결과, 이달 21일에는 홍콩증권거래소는 시가총액이 620억달러(74조원)에 달해 2위인 미국 시카고증권거래소(CME)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잠깐 올라서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자료사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자료사진)ⓒAP/뉴시스

흔들리지 않는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
중요한 건 결국 ‘중국 정부의 구상’

중국 정부는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을 계기로 오히려 다양한 무역·금융 중심지를 세울 구상안도 내비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 2일 낸 ‘중국 하이난 자유무역항 조성방안의 주요 내용과 전망’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6월 1일 ‘중국 하이난 자유무역항 정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무역·투자·금융 관련 규제완화 조치를 포함하고 관광과 연계된 서비스업 및 첨단기술산업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특히 중국정부는 하이난에 시장진입 장벽을 보다 완화하고 이공·농업·의학 분야의 대학 및 직업학교 설립에 대하여 100% 외국인 지분 투자를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이난 내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법인에 대해서 법인세를 현행 최대 25%에서 15%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 영역에 종사하는 전문인력의 소득세도 현행 45%에서 15%로 대폭 인하하겠다고 했다. 2025년부터는 연간 만 183일 이상 거주자에 한해 3~15%의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에서 운영되던 자유무역계좌제도를 하이난에 도입하여 새로운 형태의 역외 투자 및 해외 채무 관리시스템을 고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유무역계좌를 통해 향후 자금의 유출입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단, 아직까지는 구상 수준에 그쳐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정부의 이런 구상은 하이난을 홍콩과 흡사한 환경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과 같이 중계무역이 발달한 지역의 공통적인 특징은 ▲중국의 관문이라는 지리적 조건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인프라 보유 ▲세계 굴지의 외국계 기업의 왕성한 활동을 꼽을 수 있다. 홍콩은 이 세 가지 특징에 모두 부합한다. 홍콩통화청은 각 연중 보고서를 통해 스스로를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홍콩정부는 기업 연간 순이익 200만 홍콩달러(약 3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이윤세 10%를 부과하고 그 이상의 경우 16.5%를 적용한다. 또 외국인투자에 대한 제한, 자본유출입 등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는 등 기업·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임해왔다. 또한 최고수준의 물류인프라 등을 보유해 각국의 인재들이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다.

KIEP는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제도적 측면에서 부분적으로 홍콩과 동일한 이점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나, 지리적 이점(하이난은 중국 본토와 떨어져 있음) 및 물류 인프라 등 기존 홍콩의 경쟁우위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홍콩과 같은 중계무역 중심지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하이난 자유무역항 조성에 30여년이 소요될 장기 계획으로 보고 있다.

상하이 야경. (자료사진)
상하이 야경.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중국 내부에서는 ‘이왕 이렇게 된 거, 홍콩 대신 상하이를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자’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7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을 대표하는 명문대 중 하나인 인민대 류위안춘(劉元春) 부총장은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금융포럼에서 “중국과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외부적인 환경이 긴박한 상태이며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금융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위상이 불확실해졌다”라며 “상하이가 국내 경기 순환에 기초해 현대적인 산업과 금융간 상호작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은 1991년부터 상하이를 금융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을 수립해 2002년 ‘싼부저우’ 전략을 통해 상하이 금융허브 구상을 구체화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2005년까지 금융허브의 기초를 마련하고, 2010년 골격을 형성한 뒤 2020년에는 아시아 최고의 금융허브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또 올해 초에는 중국인민은행,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에서 ‘상하이 국제금융 중심 건설 행동계획(2018~2020년)’을 공동 배포했다.

중국의 계속된 노력으로 2008년 당시엔 상하이 증시의 시가총액(1조4250억달러)이 홍콩(1조3290억달러)을 추월해 6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지옌그룹과 중국개발연구소가 함께 발표한 국제금융세터지수(GFCI)에서 상하이를 ‘경쟁력 있는 금융 중심지’ 4위로 꼽았다. 홍콩이 6위임을 감안하면 두 단계 높은 위치다.

중국은 이번 미·중 갈등을 계기로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고 있다. 홍콩이 가진 아시아 금융허브로 강점이 단기간 약화될 가능성은 적지만, 중국 정부의 장기간 구상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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