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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지역화폐 없애자’는 조세연 주장에 ‘편향적’이란 비판 쏟아진 이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브리프를 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브리프를 냈다.ⓒ제공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자료 캡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지역화폐로 인해 정부·지역경제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이 된 가운데 지역화폐 연구자들과 지역화폐 혜택을 받던 소상공인들이 잇따라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조세연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과거 통계 숫자, 부실한 자료로 연구해 실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고의적으로 반감시켰다는 게 이들의 주된 비판이다. 나아가 조세연의 이번 연구는 사실상 ‘지역화폐 폐기’까지 제언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역화폐 전문가들은 16일 ‘민중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조세연에서 낸 보고서 내용은 결국 ‘지역화폐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조세연이 현장은 조사하지 않고도 않고 국가가 제공하는 예전 통계만으로 연구를 하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조세연은 전날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조세재정 브리프를 통해 “사회 전체의 후생을 고려해야 하는 중앙정부 관점에서는 지역화폐 발행으로 소비지출을 특정지역에 가두는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라며 “특정 시점, 특정 지역에 한정하여 지역화폐 발행을 중앙정부가 보조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조세재저연구원은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냈다.
한국조세재저연구원은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냈다.ⓒ제공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자료 캡쳐

문제점1. 조세연의 연구는 2010~2018년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지역화폐 연구자들이 ‘2019년’을 지역화폐의 중대 기로로 본 이유

지역화폐 연구자들은 조세연의 연구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 기반이 된 자료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은 “조세연의 연구는 2010~2018년 자료를 바탕으로 한 조사”라며 “지역화폐는 2019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유 단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2019년을 기점으로 카드, QR코드 등을 통해 지역화폐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역화폐 활성화를 통한 소상공인 지원’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2019년부터 각종 지원을 본격화한 결과였다.

유 단장은 “2019년부터 지역화폐의 카드 사용비율이 95%에 이르고 있는 반면 종이상품권 등은 사용이 극히 적다”라며 “카드 사용이 활발해지니, 지역 내 지역화폐 가맹점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늘어나자, 소상공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2019년 1~4분기)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화폐 결제액이 증가하면서 소상공인 매출액의 57%가 추가 발생했다. 또한 지역화폐 결제액(100만원 기준) 증가가 있는 점포와 없는 점포 간 매출액 차이는 535만원에 이른다는 내용도 담겼다.

전국적인 효과도 잇따랐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난해 8월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따른 경제적 효과 연구를 통해 지역화폐 발행액 1조8천25억원에 대한 생산유발액은 3조2천128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1조3천837억원으로 추산했다. 연구자들이 지역화폐가 대폭 확산된 2019년을 중요 기점으로 판단하는 이유였다.

송경호 조세연 부연구위원도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연구는 2010~2018년의 자료를 사용했는데, 국가에서 제공하는 통계가 2018년까지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2019년부터 지역화폐가 사용이 카드, 모바일 등을 통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해, ‘구조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문장이 본보고서에 있다”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역화폐 사용은 소상공인들에게 한결 더 친숙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종이 상품권, 직불·신용카드)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소상공인들에게 지원이 가도록 하기 위해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을 제한했다.

지역화폐 효과를 체감한 소상공인들도 조세연의 연구결과에 덩달아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한국중소상공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 침체는 사회적 약자인 골목상권, 즉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상을 입혔고 지역화폐로 보급된 1차 재난지원금은 일시적으로 상처를 낫게 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은 지역화폐가 가진 힘을 체감했다”라며 “조세연의 연구결과는 연구 기간부터 결론 도출 과정 전반에서 걸쳐 현실을 부정하고 편향된 결론에 도달한 전형적인 탁상연구”라고 꼬집었다.

한국조세재저연구원은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냈다.
한국조세재저연구원은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냈다.ⓒ제공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자료 캡쳐

문제점2. 지역화폐가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그 출처는...

논란이 된 조세연의 브리프에는 지역화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담고 있다. 특히 조세연은 “동네마트 및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보다 물건 가격이 평균적으로 비싸고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라며 “지역화폐의 사용이 특정업종에 집중돼 해당 업종에서 물가가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내용은 직접 연구한 결과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송경호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동네마트,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비싸다고 하는 근거로서 평균 수치가 있냐’를 묻는 질문에 “그 내용은 기사를 보고 작성한 것으로, 데이터로 백업해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직접 연구를 통한 내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송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지역화폐로 인한 물가 인상 효과’와 관련해서도 “실질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역화폐를 사용한 결과 일부 업종에 집중해 매출액이 늘었다. 특정 업종에 지역화폐가 몰리면서 (가맹점주들이) 가격을 올리려 해서 단속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 상승의 부분은 주된 내용이 아닌 부가적인 효과이기 때문에 기사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분석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당 브리프(p.6)의 ‘지역화폐 도입의 경제적 효과’의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다양한 효과’ 중 ‘바’를 보면 ‘현금으로 교환하는 불법거래 단속비용’ 부분에서 총 4개의 기사를 각주로 달았고, ‘일부 업종 물가인상 효과(소비자 후생 감소)’에서도 총 5개의 각주를 달았다.

예를 들어 조세연에서 언급한 기사들 중 <이재명 “재난기본소득 지역화폐 ‘깡’하면 전액환수·고발”>(한겨레, 2020.04.17.)에는 경기도가 지역화폐로 코로나19 지원책을 제공할 당시 발생했던 ‘현금깡’과 그에 따른 대책이 담았다. ‘현금깡’이란 지자체에서 지역화폐 상품권을 약 1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하는 점을 노려, 할인금액보다 약간 높은 가격의 현금으로 되파는 일종의 투기다. 실제로 당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각 지자체가 과태료 부과, 단속 등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세연 브리프에도 “지역화폐의 안정적인 시스템 유지를 위해 ‘현금깡’ 시장을 단속하는 데 상당한 행정력과 비용이 낭비됨”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조세연이 ‘지역화폐로 인해 추가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추가적 비용이 들었는지 연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연에 따르면 현금깡은 본래 종이상품권으로 이뤄지는데, 지난해만 하더라도 경기도 지역화폐의 95%가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극히 적은 사례를 ‘일반적인 것’으로 확정한 뒤, 관련 사실조차 직접 확인해보지 않은 것이다.

조세연은 이런 부정적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역화폐가 온누리상품권에 비해 ‘열등’하다고 평가했다. 조세연은 “발행 및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단일주체(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온누리상품권’이 모든 지자체가 각각 관리 및 발행하는 지역화폐보다 우월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브리프에 적었다.

한국조세재저연구원은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냈다.
한국조세재저연구원은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냈다.ⓒ제공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자료 캡쳐

송 부연구원은 “온누리상품권을 지역화폐 상품권으로 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저희는 소상공인을 지원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지역화폐를 분석해봤더니 이런 문제가 있으니 효율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 부위원은 지역화폐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평균 200만원을 소비하던 A 씨가 100만원어치 지역화폐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A 씨는 공짜로 받은 지역화폐 100만원을 먼저 사용하고, 자신의 돈 100만원만 사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역화폐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경제학자조차 조세연의 이 같은 주장에 고개를 저었다.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연 설명처럼 지역화폐를 준다고 해서 추가적인 소비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화폐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지역상인이 지역화폐를 받아 또 다른 물건을 사면서 그 지역에서 돈이 돌게 되는데, 돌 때마다 지역의 사람들의 소득이 생기는 승수효과를 지적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승수효과’는 새로운 투자가 이뤄지면 그것이 유효수요 확대로 이어져 그 사회전체의 소득이 증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역 내 경제순환이 지역화폐의 핵심적 경제 효과인데 조세연은 이를 무시한 채 연구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또한 나 교수는 “만약에 지역화폐의 역외 유출을 하지 않고, 온누리상품권처럼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온라인 쇼핑몰로 해서 서울로 몰리게 되어 있다”라며 “물건 살 사람도 많고 물류도 가장 많은 수도권에서 지역 화폐를 쓰기 가장 좋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그래서 지역화폐는 대기업과 소상공인 중 어느쪽에서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거냐하는 가치판단을 한 것”이라며 “당연히 경제적 비효율성을 감수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도 “지역화폐는 역외 유출 방지가 핵심”이라며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사람들은 아주 작은 지역에서 소비를 하지 않는다. 더 많은 물건이 있는 수도권으로 가서 소비를 할 것이다. 조세연은 지역화폐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연구를 한 것 같다”라고 답답해했다.

지역화폐 연구자들도 지역화폐를 사실상 폐기하고, 온누리상품권으로 정책을 통일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화폐’가 ‘온누리상품권’에 비해 정책 성숙도가 앞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 선임위원 등이 대거 참여해 만든 책 <뉴머니 지역화폐가 온다>에 따르면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특정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발행한 법정화폐 이외의 ‘돈’으로, 종이상품권부터 직불·신용카드, QR코드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지역화폐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지역 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어 소상공인을 보호할 수 있다. 특히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이 가진 문제점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예컨대 주력 산업이 붕괴된 군산시의 경우, 기존에 조선업자들을 대상으로 장사했던 소상공인의 매출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군산사랑상품권을 도입했다.

발행규모를 봐도, 지역화폐가 온누리상품권을 앞선다. 지역화폐는 2016년부터 전국 53개 지자체에서 1천168억원 규모를 발행했고 올해에는 299개 지자체가 9조원 규모의 발행하고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243개 광역 기초단체의 절반인 177개 지자체에서 발행 중이거나 도입을 앞두고 있다.

반면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중앙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들었다. 때문에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되, 전통시장에서 종이상품권, 전자상품권, 모바일상품권 형태로 쓸 수 있다. 발행 규모 또한 지역화폐보다 적은 수준이다. 온누리상품권은 2018년 1조5천억원, 2019년 2원 발행됐으며 올해 2조5천억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김병조 경기연 선임연구위원은 “지역화폐는 지역 내에서 돈이 순환되는 것을 중요하게 보는 개념”이라며 “‘지역화폐의 효과가 왜 옆 지자체로 넘어가지 않느냐’고 한 조세연의 연구는 지역화폐 개념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영성 기본소득연구단장은 “정책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해당 자료가 한계를 가지고 있으면 ‘이런 한계가 있다’라고 서술해 놓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며 “연구의 한계가 있음에도 브리프에 기술하지 않은 것은 특정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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