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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한 택배 노동자가 직접 썼다던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 대필 정황 드러나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자료사진.ⓒ뉴시스

지난 8일 배송업무 중 과로사로 숨진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 씨가 '산업재해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해 산재보험보상도 받기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산 가운데, 김 씨의 신청서를 다른 누군가가 대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15일 드러났다. 해당 신청서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자필로 작성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효력을 잃게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 씨 신청서의 필적과 김 씨의 실제 필적이 차이가 있다며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자체가 대필인 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실제 양이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한 신청서 사본을 보면, 생전 김 씨의 글씨체와 김 씨 신청서에 적힌 글씨체가 확연히 다르다. 뿐만 아니라 김 씨 신청서에 적힌 글씨체는 같은 대리점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가 제출한 신청서의 필체와 유사하다. 이렇게 신청서 2장씩 총 6장의 필적이 비슷하다.

양이 의원은 이헌수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 신청서 사본들이 찍힌 화면을 보여주며 "같은 날 제출된 9장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중 이렇게 서로 같은 게 총 6장"이라며 "대리작성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나"고 물었다.

그러면서 "신청서 대리작성 여부를 근로복지공단과 함께 검증해야 하고, 대리작성이 맞다면 과태료 부과, 보험료 소급부과, 공문서 위조 혐의를 비롯한 위법 사실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며 "해당 의혹을 명확히 조사해주셔서 (김 씨의 유족이)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고 김원종 택배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고 김원종 택배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확보한 고 김원종 택배노동자의 실제 자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확보한 고 김원종 택배노동자의 실제 자필.ⓒ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

이번 기회에 특수형태근로종사들(특고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일부 사업주들이 산재보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청서 작성을 강요하거나 임의로 작성하는 사례가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업주가)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하면 '월 급여가 많아진다'는 식으로 (신청서) 작성을 종용한다든지 회유하는 편이 많다고 한다"며 "이런 식으로 작성된 신청서로 결국 수많은 노동자들이 안전벨트 없는 노동 현장으로 투입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특고노동자의 산재보험 확대를 위해 산재보험 적용제외에 대해 전수조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도 "(노동자) 본인들이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했다고 하지만 사실 사업주의 종용에 의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산재보험을 포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노 의원은 전날 육아나 질병, 폐업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일명 '전 국민 산재보험법')을 대표 발의했으며, 환노위 소속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전 국민 산재보험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힘을 실었다.

청와대 황덕순 일자리수석 역시 이와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황 수석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정부에서는 (고인이 된 김 씨의 경우와 같은)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산재보험) 적용제외 요건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며 "이번에 불행하게 돌아가신 분들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일을 장기간 쉬거나 또는 육아를 하거나 질병이 있거나 하는 사유가 아닌 한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보호를 강화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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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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