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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택배물류 노동자 과로사 막을 수 없나

택배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더 섬뜩한 사실은 이 죽음의 행렬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택배물류 노동자 과로사 문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진택배 동대문지사의 한 대리점에서 일하는 택배노동자 김 모(36)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가 출근하지 않자, 영업소장이 119에 연락해 김 씨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숨진 상태였다는 것이다.

고인은 사망하기 직전인 지난 8일 대리점 소장에게 보낸 카톡에서 당일 420개 물량을 싣고 나와 배달했고, 일 끝나면 새벽 5시라고 했다. 그는 “어제도 새벽 2시까지 배송했는데 새벽 5시에 집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정리(분류작업)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강도다.

한진택배 측은 “평소 김 씨가 처리한 택배물량은 200개 내외”라며 노동강도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 사망 직전의 명백한 카톡이 있으나 이를 부인하며, 사망은 지병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와 유족은 사측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최근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김원종씨의 택배 도중 과로사 숨졌고,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20대 장 모 씨도 야간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숨을 거두었다. 김원종씨의 경우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대리작성한 정황까지 드러났다.한 업종에서 비슷한 유형의 과로사가 속출하고 있다. 다들 알다시피 코로나19 확산 이후 택배 물량을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업계의 인력 증원이나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류작업을 무임으로 떠넘기는 ‘공짜노동’, 야간까지 이어지는 장시간노동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생계를 걸머지고 죽음의 선상을 걸으며 아슬아슬하게 일하는 것이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그러나 사측은 매번 죽음마다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 개인의 신상에 원인을 돌리며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있다.

임시방편으로는 또 다른 안타까운 죽음이 오늘도, 내일도 나올 수 있다. ‘택배물량 종사자 관리 일일보고’처럼 정부의 대책이란 것도 대개 권고안에 가까운 것으로 강제성이 없는 현실이다. 과로사의 주된 원인인 장시간 노동을 부르는 게 ‘분류노동’ 때문이라는 현장의 고발은 이미 오래전에 있었다. 그런데도 추석연휴 소규모의 임시증원 외에 해결된 것 없이 오롯이 그 부담이 택배노동자들에게 지워져 있다.이쯤 되면 국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당사자나 시민사회의 대책위가 아니라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과 특별법 제정도 검토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CJ대한통운 노동자 김 씨의 죽음 뒤에 밝혀진 산재 적용 제외 신청 대필 의혹을 두고 대통령의 엄정 조사 언급이 있었다고는 하나, 지금 중요한 건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겠다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 마련이다. 부디 열 번째 부고가 들리지 않기를 기원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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