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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가입자 담당 구역만 골라서 ‘택배접수 중단’한 롯데택배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접수중단 철회를 촉구하며 롯데택배를 규탄하고 있다. 2020.10.26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접수중단 철회를 촉구하며 롯데택배를 규탄하고 있다. 2020.10.26ⓒ김철수 기자

롯데택배가 아직 택배노동자 노동조합이 파업을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선제적으로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담당 구역에 대해서만 ‘택배접수중단’ 조치를 취했다가, 논란이 되자 하루 만에 이를 풀었다. 택배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택배노동자들의 생계를 끊는 일종의 ‘직장폐쇄’와 유사한 조치가 시도된 것이다.

하지만 직장폐쇄는 관련법에도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시작한 이후에만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불법적인 직장폐쇄로 택배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요구를 가로막고 노조 조합원들의 생계를 끊으려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연대노조)은 26일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비판했다. 진경호 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1년 사이에 3차례에 걸친 수수료 삭감으로 5천개 배송 택배노동자 기준 한 달에 약 75만원의 임금이 삭감된 지점, 상하차 비용을 택배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상황, 택배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각종 페널티 문제 등을 개선하자고 했더니, 회사는 택배접수중단으로 응답했다”며 “생계를 어렵게 하여 가정을 파탄 내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출력제한 점소 현황
출력제한 점소 현황ⓒ택배연대노조 제공

노조가 롯데택배 택배접수중단 비판하는 이유

택배연대노조와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에 따르면, 사 측은 전날 25일 오후 택배연대노조 조합원들의 배송구역에 대한 택배접수를 중단했다가 26일 오전 이 조치를 해제했다. 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25일 오후 5시~6시쯤, 조합원들 구역 택배접수가 중단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파업에 대비해서 소비자 피해를 막는다고 택배접수가 중단됐다가, 오늘 오전 저희 쪽에서 풀어서 지금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5일 오후 롯데글로벌로지스 대리점 소장들이 모여 있는 네이버밴드에 올라온 것이라며 택배연대노조가 공개한 ‘출력제한(배송) 점소 현황’을 보면 울산시 남구 달동·삼산동·무거동·옥동·삼호동, 서울 송파구 석촌동·거여동·마천동·문정동, 성남시 수정구, 강동구 천호동·상일동·고덕동, 거제시 능포동·고현동·양정동,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신봉동,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등에 대해 오는 11월30일까지 출력을 제한한다고 적혀 있다. 해당 지역은 모두 택배연대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구역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오늘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으면 이를 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접수중단은 택배노동자들의 일거리를 끊는 조치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상 ‘직장폐쇄’와 같다는 게 택배연대노조 및 시민사회의 지적이다. 직장폐쇄는 자칫 노동자 탄압의 수단 등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서 관계 법령에서도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사용자의 대항권이다. 노조법 제46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이를 사용할 수 있으며 미리 행정관청 및 노동위원회에 각각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택배연대노조는 파업을 할지 말지에 대해서도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택배연대노조는 “지난 2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서울과 경기지역의 몇몇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에 대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나 쟁의행위 신고 등의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상태”라며, 파업을 할지 말지에 대해 결정조차 하지 않았는데 사 측이 선제적인 택배접수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접수중단 철회를 촉구하며 롯데택배를 규탄하고 있다. 2020.10.26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접수중단 철회를 촉구하며 롯데택배를 규탄하고 있다. 2020.10.26ⓒ김철수 기자

택배연대노조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택배접수중단 조치를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진 수석부위원장은 “처음엔 대리점장들이 본사에 택배접수중단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각 대리점장들에게 거칠게 항의했다”며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확인된 점은 대리점장들이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에 택배접수중단을 요구하거나 중간에서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 수석부위원장은 “그동안 택배사들은 우리 택배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조건에 대해 요구할 게 있으면 직접적 계약관계가 있는) 대리점에 요구하라고 해 왔다”라며 “그런데 이런 대리점장들의 요구나 승인 없이 택배접수중단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택배업계에서 CJ대한통운 다음으로 많은 물량을 취급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그런데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8년·2019년에 이어 올해도 택배노동자들의 임금이라 할 수 있는 배송수수료를 삭감했다. 서울 송파의 경우 2017년 968원이었던 배송수수료가 825원까지 떨어졌다.

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상하차비(15~20만원)를 택배노동자에게 떠넘겨 온 것으로 전해졌다. 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나 한진에서도 택배노동자들에게 상하차 비용을 전가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노조 관계자는 “주요고객사 물건 민원전화가 오면 100만원 페널티 등 각종 페널티가 셀 수 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택배연대노조는 이 같은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수수료 원상회복과 부당한 상하차비 비용 전가 폐지, 분류작업 인력투입 등을 요구해 왔다.

한편, 최근 택배업계의 연이은 택배노동자 보호 대책 발표에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이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분류지원인력 1천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적정 배송 물량 조절제 도입 및 계약조건에 산재보험 100% 가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조에서 요구하는 페널티 부과제도도 폐지하고 우수 택배기사에 대한 포상 확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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