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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알못도 이해하는 공정경제3법](6) 보험업법 개정안을 삼성이 싫어하는 이유

이번 편에서는 공정경제3법에는 포함되지 않은 법 하나를 더 다뤄보겠습니다. 이번 편의 주인공은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하 보험업법,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입니다.

보험업법은 보험업의 개념부터 보험소비자 보호에 이르기까지 보험업과 관련된 총체적인 내용을 다루는 법안입니다.

보험의 개념부터 간단하게 볼까요? 보험은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으로부터 생기는 경제적 타격이나 부담을 덜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두었다가 위험이 발생했을 때 미리 약속된 금액을 조달하는 경제적 제도입니다.

보험회사는 보험소비자들에게 일정금액을 받아서 운영합니다. 여러 소비자들의 돈을 모았으니 꽤 큰 돈이 되고 그 돈의 일부를 ‘위험’이 닥친 소비자에게 지급하죠. 그뿐 아니라 그렇게 모인 돈을 여러 방식으로 투자해 이윤을 남기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돈을 불리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고, 보험사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이죠. 개념대로 잘 굴러간다면, 보험사도 좋고 보험소비자도 좋습니다. 그런데 만약 보험사가 위험한 투자로 큰 손실을 보게 된다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보험소비자에게 가게 됩니다. 자칫 보험금을 못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죠.

그래서 보험업법에는 소비자들이 낸 보험금을 제때 안전하게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안전장치 중에는 보험사의 투자와 관련된 내용들도 있습니다. 보험사가 함부로 위험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죠.

게다가, 보험사는 은행과 더불어 대규모 자금을 취급하는 중요한 금융기관입니다. 보험사가 위험에 빠지면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이 가게 됩니다. 국가 경제를 위한다는 측면에서도 보험사의 투자를 적절히 규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외신 기사를 보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외신 기사를 보고 있다.ⓒ제공 = 뉴시스

보험사의 ‘위험한 투자’를 막는 방법

그럼 법은 어떻게 보험사의 투자를 규제할까요? 투자의 기본적인 원칙은 ‘위험을 가능한 피해야 한다’는 겁니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행위 중 하나가 ‘심각한 집중’, 시쳇말로 ‘몰빵 투자’입니다.

예를 들어 전체 자산을 1000만원 보유한 보험사 A가 있다고 합시다. A 보험사가 500만원을 들여 B 회사의 주식을 사들였다고 해봅시다. 이러면 총 자산의 50%를 한 회사의 주식에 투자한 것입니다. 그런데 B회사에 문제가 생겨 주식이 폭락해 주가가 반토막났습니다. 그러면 보험사는 앉은 자리에서 250만원을 잃게 됩니다. 전체 자산의 1/4이 없어진 겁니다.

A 보험사가 그냥 일반 투자자라면 그 투자자가 망할 뿐입니다. 하지만 A 보험사가 자산을 잃게 되면 소비자들에게 보험금을 내주기 힘든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보험사의 ‘위험한 투자’로 보험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죠.

A 보험사는 투자의 기본 원칙이라 불리는 ‘분산 투자’를 무시했기 때문에 위험에 빠진 겁니다. 그래서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보험사가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를 할 때, 한 회사의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걸 ‘자산운용비율’이라고 합니다. 특정 회사의 채권·주식에 몰아서 투자해 위험을 자초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특정 회사의 주식을 너무 많이 보유했다는 것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주식의 가격’입니다. 여기서 다른 문제가 또 발생합니다. 주식의 가격을 ‘언제를 기준으로 산정할 것이냐’입니다.

주가는 계속 바뀝니다. 원래 1주당 5천원으로 발행한 주식이 시간이 지나면 몇 만원이 되기도 하고 몇 십만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 주식의 가치는 ‘주식을 살 때의 가격’인가 ‘지금의 시가’인가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죠. 반대의 상황도 존재합니다. 주식을 5만원에 샀는데, 5년이 지나 주가가 1만원으로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IMF 외환위기 당시의 일입니다. 한국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죠. 금융회사들은 채권·주식을 처음에 산 가격으로 계산했습니다. 그래서 나쁜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예컨대 1,000원에 산 1주의 주식이 1원이 됐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고 계속 1,000원이라고 장부를 쓴 겁니다. 실제로는 1주당 1원이 돼서 거의 전액 손해를 봤는데도, 장부상으로는 손해가 아닌 것으로 적혀 있게 된 것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회사들은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는데도 어떤 채권·주식에서 얼마나 손실이 난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금융회사들이 대거 파산을 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어느날 통장에 있던 예금이 날아가고 착실히 부어왔던 적금이 날아가게 됐습니다.

당시 IMF는 1997~2000년에 걸쳐 한국의 모든 금융 산업에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이 권고를 받아들입니다. IMF 권고를 계기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채권·주식을 ‘시장가격’으로 계산하기로 했습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채권·주식의 가격을 계산에 반영해 투명하게 회사 장부(회계) 상태를 알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럼 보험사는 이 같은 기준에 어떻게 적용될까요? 보험사도 금융회사니까 똑같이 적용될까요? 그게 아닙니다.

보험사의 ‘총자산’이나 ‘자기자본’을 평가할 때는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보험사의 주가가 현재 시장에서 얼마인가를 보고 보험사의 자산규모를 정하는 것이죠.

그런데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처음 산 가격,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은행들을 비롯한 다른 금융회사들은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합니다. 보험업에는 IMF 당시의 교훈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죠.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바로 이 지점을 바로잡게 했습니다.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과 채권의 가치 산정을 ‘취득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이 보험업법 개정안은 ‘공정경제’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보험사가 가진 자산에 비해 채권·주식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정확하고, 투명하게 보여주라는 것입니다. 채권·주식에 투자한 비율이 부풀려지지도 적게 보이지도 않게 ‘있는 그대로’ 말입니다. 그래야, 보험사가 위험에 처하지 않고 보험소비자들이 낸 보험금도 제때 안전하게 지급될 수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장부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는 장점도 생깁니다.

모두에게 이로운 ‘공정경제’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공정경제3법과 함께 공정경제를 위한 법안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 서초사옥
삼성 서초사옥ⓒ뉴스1

보험소비자 보호하자는 ‘보험업법’에 삼성이 ‘난색’을 표하는 이유

보험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인데, 뜬금없이 삼성그룹이 난색을 표하고 나섰습니다. 왜 그럴까요? 보험업법을 손본 것인데, 삼성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보겠습니다.

보험사가 ‘투자’만을 이유로 주식을 사들이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보험사들 중에는 재벌그룹 계열사인 곳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재벌총수가 보험사 대주주가 되어 보험사를 지배하고, 보험사의 막대한 자금력으로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해 지배력을 확보합니다. 이렇게 되면 총수 → 보험사 → 계열사의 흐름으로 그룹 내 기업들을 총수가 지배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이렇습니다. 이재용이 삼성물산의 대주주이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주식 19.34%를 보유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8.5% 가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데 있어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 지위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보험업법상 자산운용비율
보험업법상 자산운용비율ⓒ제공 = 보험업법 일부개정안 검토보고서 중 캡쳐

위의 표는 보험업법에 규정돼 있는 자산운용비율입니다. 이 중에서 ‘대주주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 및 주식 소유의 합계액’이 있습니다. ‘대주주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회사’는 보통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그룹의 계열사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있죠. 그러니까, 한 보험사는 삼성전자가 발행한 주식을 보험사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해선 안 된다는 조항입니다. 현실에서는 삼성생명이죠.

그러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은 삼성생명 총자산의 3%를 넘는가, 이게 쟁점이 되겠습니다.

원래는 취득원가로 계산했으니까 3%를 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법이 바뀌면 3%를 넘게 됩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한지는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주식을 사들였던 시점보다 훨씬 가격이 오른 상태죠. 법이 바뀌었을 때, 삼성생명이 법을 어기지 않으려면 기존에 보유했던 삼성전자 주식을 상당량 팔아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지금보다 분산투자를 하게 돼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더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상황이 됩니다. 대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떨어지게 되고,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삼성생명→삼성전자’의 고리가 중요한데, 이 고리가 약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며 삼성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법으로 알려져 있는 겁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삼성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방법은? 삼성이 찾아야겠죠.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위해, 삼성생명 보험소비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이 법이 과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지켜봐야겠습니다. 문제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1소위원회에 개정안에 반대하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법안소위의 경우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관행이 있어, 해당 법안이 소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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