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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전세의 습격’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11.19전세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의 임대차 시장 불안의 원인을 저금리, 가구수 증가, 임대차3법으로 인한 일시적 마찰 등으로 진단하고,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이라는 이름의 솔루션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에는 1. 단기 주택공급 확대, 2. 중장기 주택공급 확대, 3. 질 좋은 평생주택, 4. 임차인 부담 완화 및 보호 강화 등이 담겼는데 그 중 핵심은 단기 주택공급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단기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22년까지 전국 11.4만호(수도권 7.0, 서울 3.5)를 전세형으로 추가공급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는데, 그 물량 중 21년 상반기에 전국 4.9만호(수도권 2.4, 서울 0.9)를 집행할 복안이다. 한편 전세형 공공임대 물량은 공공임대 공실 활용(3.91만호), 공공전세주택(1.8만호), 신축 매입약정(4.4만호), 비주택 공실 리모델링(1.3만호)으로 구성된다.

전세난의 구조적 요인과 마찰적 요인

정부가 서둘러 전세대책을 발표한 것처럼 근래의 전세난은 심각하다. 다른 많은 사회현상이 그렇듯 최근 부쩍 심화된 전세난과 전세가격 앙등의 요인은 복합적이다. 구조적 요인과 마찰적 요인을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구조적 요인

1.1 금리의 수직낙하

전세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금리가 아닐까 싶다. 2006년 8월 10일 4.5%이던 기준금리는 현재 0.5%에 불과하다.

2006~2019년 사이에 전국과 서울 공히 전세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06년 22.4%에 달하던 전국의 전세 비율은 2019년 15.1%로, 2006년 33.2%에 달하던 서울의 전세 비율은 26.0%로 격감했다.

전세가 격감한 반면 월세는 폭증했다. 2006년 19%(보증금 있는 월세 15.1%+보증금 없는 월세 2.1%+사글세 1.8%)에 머물던 전국의 월세 비율은 2019년 23%(보증금 있는 월세 19.7%+보증금 없는 월세 3.3%)로, 2006년 20.5%(보증금 있는 월세 18.5%+보증금 없는 월세 1.5%+사글세 0.5%)에 불과하던 서울의 월세비율은 28.1%로 각각 상승했다.

즉 전국과 서울의 전세 비중이 격감하고, 월세비중이 폭증한 건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던 흐름이라는 것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런 흐름이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2008년부터 서서히 진행되다 박근혜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고 한 2014년 이후 급격히 가속화됐다는 사실이다. 2014년 전국과 서울의 전세 비율은 각각 19.6%와 32.1%였는데 2016년 15.5%와 26.3%로 단 2년 사이에 급감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2020.07.29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2020.07.29ⓒ정의철 기자

이 기간 동안 기준금리는 2.5%에서 1.25%로 수직하락하고, 서울 아파트가격은 대세상승으로 방향을 튼다. 박근혜가 ‘빚내서 집 사라’고 선동하고 한국은행이 여기에 호응해 기준금리를 2년 새 절반으로 낮춘 시기에 일어난 전세비중의 급감과 월세비중의 폭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금리가 단기간 내 추세적으로 낮아지면 임대인들이 전세를 기대수익률이 월등히 높은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는 현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그것이다. 즉 전세물량이 줄어들고 월세물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임차인들도 금리 부담이 낮아져 전세를 더 선호하게 되는데 이는 전세 수요의 증가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최근 서울 전세가격 72주 연속상승의 출발선이 바로 기준금리 인하 랠리의 기점인 2019년 7월 18일 근처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1.75%이던 기준금리가 이 무렵 1.5%로 내려온 후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0.5%까지 수직으로 추락했다.

기준금리가 단기간에 추세적으로 인하돼 바닥에 붙은 데다 코로나 쇼크로 인한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인해 상당기간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임대인들이 기간이 만료된 전세를 연 5%내외의 수익률이 기대되는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1.2 매매가의 폭등

2014년부터 현재까지 지속 중인 집값 대세상승은 자연스럽게 전세가도 끌어올렸다. 매매가가 폭등함에 따라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낮아졌지만 매매가가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추종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강남의 전용 84제곱미터짜리 아파트의 매매가가 2013년 13억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시는 전세난이 심할 때라 전세가율이 높았다. 대략 전세가율이 70%라고 가정하면 당시 전세가는 9억 1천만원이 된다. 그런데 2020년 동일한 물건의 매매가가 27억이라면 설사 전세가율이 50%로 떨어진다 해도 전세가는 13억 5천만원이 된다. 전세가율이 떨어져도 전세가는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2. 마찰적 요인

2.1 임대차보호 3법

임대차보호 3법은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힘의 비대칭을 일부 해소시켜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2+2를 통해 임대인의 처분권 행사를 일부 제약(전세 낀 매물이 그렇지 않은 매물 보다 매매가가 저렴한 현실을 생각하라)하고 그 제약이 매물증가로 이어지길 유도하는 것이다.

임대차보호 3법(정확히 말하면 2법이다. 전월세 신고제는 아직 전면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다)이 시행된 후 그전보다 매물과 거래량이 주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2년을 더 거주하려는 현 임차인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다만 매물이 줄다보니 소규모의 거래로도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높아졌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피한 임대인들이 임대인 우위시장의 이점을 이용해 전세호가를 터무니없이 올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2.2 다주택자들의 세금중과 회피시도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들에 대해 취득, 보유, 처분의 전 단계에 걸쳐 세금을 강화하려 하자 다주택자들은 그에 대응해 소유주택을 줄이려는 시도를 활발하게 펼쳤다. 1주택자는 과세로부터 철저히 보호받기 때문이다.

소유 주택을 매각하는 사례도 있겠지만, 직계비속 등에게 증여 등을 통해 형식상으로는 1주택자의 외양을 띄고, 실질적으로는 다주택자 지위를 유지하는 케이스가 속출 중이다.

통계도 이를 입증한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까지 4% 내외였는데 2018년 9.6%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심지어 올해는 9월까지 13.2%에 달하며, 증여 건수는 올해 9월까지 1만7364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주택자 세금중과를 회피하는 통로로 증여가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의 폭발적인 증여러쉬는 가뜩이나 위축된 전세공급을 더 줄이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 집에서 같이 거주하던 직계비속 등이 세대분리를 하고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주택에 양도세 감면을 목적으로 실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타인 소유 주택에 전세로 살던 자녀가 다주택자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아 증여받은 주택에 들어가면 타인 소유 주택은 전세매물로 나오기 때문에 전세공급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지만, 한 집에서 동거하던 자녀가 다주택 부모에게 증여받은 집에 세대분리 형식으로 실거주를 하게 되면 전세공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서울·세종 전역과 부산·경기 일부 등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 이상인 최고 3.2%로 중과한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대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서울·세종 전역과 부산·경기 일부 등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 이상인 최고 3.2%로 중과한다고 밝혔다.ⓒ김슬찬 기자

2.3 국지적 청약대기수요

서울과 3기 신도시 예정지(과천,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등) 같은 경우 청약에서 지역우선 물량이 배정되어 있기 때문에 주소지를 해당지역에 옮기고 2년 이상 거주하려는 청약대기수요가 집결 중이다. 국지적 청약대기 수요가 집결하다 보니 전세수요가 전세공급을 압도하고 이는 전세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 현상은 당해 지역의 청약일정이 마무리되기 시작하면서 현저히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청약에 응했다가 탈락한 이들은 당해 지역에 계속 거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과천 케이스가 이를 잘 보여준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11.19전세대책에서 정부가 내린 전세난의 원인 진단은 대체로 적확해 보인다. 금번 전세난은 구조적 원인(저금리, 매매가 폭등)과 마찰적 원인(임대차 3법, 다주택자들의 세금중과 회피시도, 국지적 청약대기 수요)등이 착종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전세난은 매매가의 하향 안정과 3기 신도시 등의 공급물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풀리면서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은 그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정부가 가용가능한 자원 전부를 동원해 2022년까지 전세형 공공임대 물량 11.4만호를 시장에 투사하겠다는 결정을 한 건 평가할 대목이다. 물론 공공임대 공실 활용 물량 3.91만호를 전세난 해소에 사용하겠다는 결정이 주거취약계층의 이해와 충돌되는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난이 정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키며 부동산 정책의 신뢰를 훼손하고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는 형국이다. 자원배분의 우선순위에서 공공임대 공실을 전세난 해소에 전용한 건 타당한 결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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