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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진 괜찮았지만 오늘은 범죄다’ 좌우 진영 논리의 현주소,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있었니’
한태숙 연출가, 정복근 작가, 손숙 배우
한태숙 연출가, 정복근 작가, 손숙 배우ⓒ경기도극단

연출, 작가, 연기 등 연극계에서 오랜 기간 경륜을 쌓아온 세 거장이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있었니'로 뭉쳤다. 경기도극단 예술감독인 한태숙 연출가가 연출을, 정복근 작가가 희곡을 맡았다. 그리고 여기에 배우 손숙이 함께 했다.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무대 위에는 '처벌하라!'는 외침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청년, 시민들은 팔을 하늘 위로 뻗으며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그 옆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고공농성 탑 위에는 한 노동자가 올라가 있었다.

무대 위엔 냉기와 열기가 서려 있었다. 그 열기와 냉기 뒤에는 진보와 보수라는 해묵은 이데올로기가 병풍처럼 서 있었다. 무대 위 모든 인물은 이 이데올로기라는 병풍 속에서 자유롭지 않아보였다. 마치 이데올로기라는 족쇄를 찬듯했다.

여기서 모든 인물은 2020년 오늘날 인물만 말하지 않는다. 1930~40년대 인물이자 대표적인 이데올로기의 희생자 지하련(소설가)과 임화(시인·평론가) 역시 포함된다. 무대 위에선 현재 인물인 고위 공직자의 아내 성연과 시위대에 뛰어든 딸, 그리고 과거 인물인 지하련과 임하의 역사가 순차 없이 교차 되고 뒤섞인다.

현재 그리고 1940년대. 엄마와 딸, 그리고 지하련과 임화. 시대적 상황과 인물은 전혀 다르지만, 이데올로기 풍파에서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시대적 이데올로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진실'이 뒤바뀐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제의 관행이 오늘은 범죄가 된다"고 말이다.

성연은 연기가 자욱한 시위대 속으로 딸을 찾으러 나선다. 그곳에서 아내는 낯설지만 또 낯익은 한 여인과 마주하게 된다. 그 여인의 정체는 바로 지하련이다. 무대는 현재와 과거의 인물을 만나게 함으로써 진보와 보수의 민낯을 보여준다. 명분 없는 싸움, 본질 없는 대치 상황은 지하련의 시대나 현재 시대나 다름이 없음을 보여준다. 허탈함을 느낌과 동시에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먼 과거부터 가까운 현재까지 반복되는 이념대립과 갈등 구조를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있었니'는 하나의 풍경화처럼 보여준다. 경기도극단의 배우들은 뜨겁고 시린 한국 역사의 풍경을 펼쳐낸다. 그 풍경 속으로 사람들의 외침은 멈출 줄 모른다. 저 높은 탑 위에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는 노동자는 언제쯤 내려올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있었니'는 오는 29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정복근 작가, 한태숙 연출, 배우 손숙, 박현숙, 한범희, 윤재웅, 이경은, 육세진, 노민혁, 강상규, 강아림, 이충우, 임미정, 김길찬, 장정선, 김지희, 윤성봉, 이애린, 이슬비, 정다운, 권승록, 황성연 출연.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있었니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있었니ⓒ경기도극단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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