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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리포트] “기사 잘 써라, 그래야 천당 간다”···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의 ‘천국’ 드립

주일학교 때의 일이다. 한 번은 주일학교 선생님께서 공과 시간에 눈을 뜬 소경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얘들아, 너희가 앞을 보지 못하는데 만약 예수님이 눈을 뜨는 것과 천국에 가는 것 중 선택하라고 하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친구들은 이 질문에 선뜻 답을 못하는 눈치였다. 그때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내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당연히 천국이죠. 이 땅에선 잠깐이고, 천국은 영원하다면서요”

어린 시절, 나는 진실로 ‘천국’을 소망했다. 부모님에게 뭔가를 사달라고 조르는 일이 없었고, 언니의 갈취(?)에도 흔쾌히 내 것을 내어주기 일쑤였다. 어린시절 아버지 사업의 부도에도 ‘감사’부터 할 수 있었던 것도, 애어른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일찍 철이 들어버렸던 것도,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어린 내 마음에 천국에 대한 소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성장 과정에서 ‘천국’은 분명한 위로였다. 물론 나는 천국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상상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이후로는 더욱 사후세계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죽음에 이르는 병, ‘절망’ 속에 빠져 있을 때도 그러했다. ‘천국에 소망을 두라’는 목사들의 설교가 분명 위로와 힘이 되는 순간들이 내게도 있었다.

그렇지만 천국을 강조하는 만큼 지옥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 교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천국 가는 복채를 요구하는 목사들도 적지 않다. 그런 이들을 너무 많이 목격한 탓일까. 목사들이 ‘천국’을 강조할 때마다 나는 자주 불편하다.

최근 심심치 않게 듣는 것은 ‘내가 천국에 못 들어갈 것’이란 뜻을 암시하며, 일종의 압력을 행사하려는 목사들의 ‘천국 드립’이다. 이 천국 드립이 최근엔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의 입에서도 나왔다.

지난 6월 19일 오후 1시 방송된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프로그램 방송 모습. 왼쪽부터 임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오른쪽이 극동방송 회장  김장환 목사.
지난 6월 19일 오후 1시 방송된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프로그램 방송 모습. 왼쪽부터 임호영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오른쪽이 극동방송 회장 김장환 목사.ⓒ유튜브 캡쳐

김 목사는 지난 17일 2천여 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홀에서 열린 극동방송 가을음악회에서 인터뷰를 요청하자 응하지 않으면서도, “기사 잘 써라, 그래야 천당간다”라고 훈계했다. 이 말의 속뜻은 짐작하건대, 김 목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낸 평화나무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한 것이리라.

사실 나 역시 유감이다. 지상파 방송사를 40년 넘도록 쥐락펴락하며 누군가로부터는 ‘기독교 대통령’이라는 찬사까지 받는 김장환 목사에 대한 제보가 왜 이리 끊이질 않는단 말인가.

CCM 가수 등의 자원봉사를 당연시하는 ‘무보수’ 관행, “극동방송 재직 기간 내 삶은 앵벌이로 피폐해졌다”는 극동방송 전 직원의 하소연, 여성 차별, 불공정 인사, “공공재를 이용해 극우 개신교의 첨병 노릇을 한다”는 우려, 이밖에 지상파 방송으로서의 자격 미달 사안 등 극동방송에 대한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이 모든 부조리의 원인이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의 인식과 수직적인 조직 시스템에서 비롯된다니, 기자로서 김장환 목사를 만나 묻고 싶은 것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김장환 목사가 꿈꾸는 ‘천국’은?

미군 부대에서 잔심부름하던, 아무 배경 없는 하우스 보이 출신이 국내로 돌아와 교계와 정계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 됐다는 김장환 목사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성공 신화’에 가깝다. 그런 그는 어떤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구원’과 ‘전도’를 앞세웠다.

지난해 12월 12일 2·12사태 40년이 되던 날 김 목사가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과 오찬 회합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사진 왼쪽이 김장환 목사, 오른쪽이 전두환 전 대통령
지난해 12월 12일 2·12사태 40년이 되던 날 김 목사가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과 오찬 회합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사진 왼쪽이 김장환 목사, 오른쪽이 전두환 전 대통령ⓒ임한솔 전 서대문구의원 촬영 영상

김 목사는 지난 12일 운영위원과 직원 대상으로 열린 목요일 아침 예배 설교에서 최근 극동방송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 이하 방통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 ‘주의’를 받은 것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한껏 드러냈다. 김 목사는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항의 전화 해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한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에 대해서는 ‘나쁜 애’, ‘거지 같은’ 등의 표현까지 써가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 반대’ 패널만 모아 왜곡 방송을 한 데 대한 반성은 없이, “불교방송 혹은 기독교방송 허가해 줄 때는 포교하라고 허락해 준 것 아니냐”면서 해당 방송이 기독교 가치를 전달한 것이었을 뿐이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지상 최대 명령인 ‘영혼 구원’을 위해 애쓰는 극동방송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듯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극동방송이 영혼 구원을 위해 어떤 애를 쓰는지는 나로선 도저히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12일 12·12사태 40년이 되던 날, 김 목사가 광주 학살 주범 전두환과 오찬 회합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두환과 친분을 유지해 온 김 목사의 삶의 족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김 목사가 전두환과 친분을 유지한 이유를 두고는 “전도를 위해서”라는 변이 뒤따랐다. 그러나 김 목사가 전두환에게 어떤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했다거나, 여전히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광주에 어떤 위로를 전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방주에 갇힌 한국 교회 구원하려면···

‘독사 굴에 어린이가 손 넣고 장난 처도 물지 않는’

어린 시절 천국을 떠올리면서 자주 불렀던 찬양 중 한 구절이다. 천국은 ‘독사 굴에 어린이가 손 넣고 장난쳐도 물지 않는 곳, 참사랑과 기쁨의 그 나라’라고 했다. 다시 말해 강자가 약자를 물지 않는 세상,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래서 행복이 넘치는 나라라고 표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1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악수를 하고 있다. 국정현안에 관한 의견을 경청한다며 마련된 이날 회동엔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가운데)도 함께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1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악수를 하고 있다. 국정현안에 관한 의견을 경청한다며 마련된 이날 회동엔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가운데)도 함께 했다ⓒ청와대 제공/뉴시스

어린 시절 내가 너무나 궁금했던 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이 땅에서 ‘약한 친구를 때리는 힘 센 친구가 교회를 다니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 ‘그 힘센 친구는 천국에서도 그 버릇을 못 고치지 않을까’, ‘그런 친구가 함께 천국에 간다면, 그곳이 과연 천국일까’

어린 시절 가졌던 궁금증은 김장환 목사 앞에서 다시 소환됐다. 최근 17년형을 받고 재수감된 전직 대통령 이명박 씨 등 권력자들의 멘토로, 힘 있는 자들의 친구로 살아온 김장환 목사. 그가 가고자 하는 천국은 대체 어떤 곳일까.

최근 한국 교회를 보면, 갇혀있는 이미지가 우선 떠오른다. ‘혐오’를 무기로 결집하고, 신앙으로 정당화한다. 힘겨워하는 이웃을 뒤로 한 채, 우리가 만든 안전한 방주에 올라탔다고 좋아하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방주에 갇힌 형국이다. 이런 한국교회 구원을 위해 극동방송이 진짜 복음방송의 역할을 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나는 감히 김장환 목사부터 ‘내려놓음’을 실천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렇게 외칠 수 있는 것이 ‘신앙’ 아니겠나.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마5:3)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마5:10)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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